플루트와 오카리나, 무얼 더 잘 부나요?
17일 육수희(41)씨가 화장기 없는 얼굴로 찻집에 앉는다. 불당동의 꽤 운치있는 찻집. 바로 앞에 장재천이 있고, 팔뚝만한 물고기가 굼실댄다.
“21일 요 앞에서 음악회가 열려요. 저 말고도 세분이 더 있는데, 제가 공연파트를 맡았죠.”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모든 것이 자비예요.”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뭘까. 그녀는 “제 동네인 불당마을에 매월 작은 음악회를 여는게 목표랍니다. 삶에 지치고 무료한 이에게 음악만한 게 없어요. 그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어요.”
플루트와 오카리나 연주자이기도 한 그녀는 음악이 메마른 정신에 단비같은 역할을 한다고 굳게 믿는다.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음악인들이 합세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마술사가 등장했고, 이번엔 흥타령축제 대상을 거머줬던 하늘소년태권단이 함께 한다. “다음달에도 기대해주세요. 멋진 훌라춤을 선보일 거예요.”
수희씨는 하늘샘아트홀의 공연기획을 담당하기도 한다. 오로지 재능기부같은 일들, 그런데 못하면 비난이 쏟아질 수 있는 일들. 두 마리 토끼를 좇을 수 있을까를 물으니 즉각 명랑한 대답이 나온다.
“열심히 하면 되겠지요. 함께 참여하고, 즐겁게 도와주시는 분도 많아요.”
하기사 그녀는 세라핌앙상블의 대표이기도 하면서 천안시청소년오케스트라 플루트 코치, 소리애오카리나 앙상블, CTS천안어린이합창단 지휘, 나사렛대학교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등을 맡고 있으니, 두 마리 토끼만 잡는 것 쯤이라면 어렵지도 않다 싶다.
수희씨는 올해부터 한국생활음악협회 천안지부장까지 맡았다. 제대로 하고자 한다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판이다.
“하나 더 말할까요. 신방도서관에서 한달에 한번 작은음악회를 열어요. 작년에 재능기부로 했는데 예산이 없어 올해도 재능기부예요, 후훗.”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깜박 했네요. 등굣길음악회도 준비중에 있는데….” 한다.
그녀가 대표로 있는 세라핌에서 운영할 것이지만, 팀원이라고는 달랑 기타연주자 한명 뿐.
“아마 지금 준비하면, 곧 아이들 방학이거든요. 그럼 가을개학 때부터 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학교를 찾아가 등굣길 ‘학교가는 길’, ‘뭉게구름’, ‘라이온킹’ 뭐 이런 음악들을 들려주는 거죠. 예전에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해봤는데 반응이 썩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