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머리가 지끈지끈….’
그래서 지끈이 아닙니다. ‘종이 지(紙)’자를 써서 종이끈이라는 말입니다.
실제 사전상 ‘지끈’이라는 말은 <크고 단단한 물건이 갑자기 세게 깨지거나 부러지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로 나온다. 지끈은 한자말도 아니다. ‘지’는 종이를 뜻하는 한자말이지만, ‘끈’은 순우리말, ‘지끈’이 연결돼 뜻을 갖는 것은 의외다.
쌍용2동 주민센터 앞에 자리잡은 수연지끈방.
김인숙(50)씨는 천안의 대표적인 ‘지끈공예가’이다. 지끈을 시작한 지는 겨우 3년, 하지만 지끈의 역사 또한 3년여밖에 안됐다고 볼 수 있다. 인숙씨는 지끈의 역사를 시작한 사람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끈공예의 본질은 ‘끈’에 있다. 끈을 이용해 다양한 매듭방식을 거쳐 작품화하는 것, 그 재료로 종이가 사용되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끈공예의 역사는 더 오래 되지 않았을까.
“제가 등공예를 시작한 지는 30여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당시 10년쯤 등공예에 푸욱 빠져있었죠.” 그런 인숙씨가 등공예를 포기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단순하다. 어느날 수입품인 등공예 재료가 갑자기 가격이 뛰면서 수지 맞추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3년 전 다시 시작하게 된 동기도 단순. 종이가방의 끈이 지끈(종이끈)으로 다양하게 나오기 시작하면서 끈공예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고,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인숙씨 또한 그동안 등나무 줄기를 대신할 끈들을 찾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끈공예로 삼아보기도 했어요. 전선에 노끈에 짚까지…, 그래도 끈공예에 적합한 것이 없더군요.”
낡고 닳은 의자에 지끈을 덧입히면 새것같은 의자로 변모한다.
지끈공예는 작품으로도 훌륭~
네모, 세모, 동그라미 등 지끈은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가능하다.
함 속의 함, 또 그속의 함....
지끈공예는 아직 ‘판매본위’의 안정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 못하다. 판매는 간간히 이뤄질 뿐이고, 인건비를 건지기에도 벅차다.
“아직 대중화의 초기단계라 판매보다는 강사활동이 훨씬 매력적입니다. 특히 배우기 쉽고 짜투리 시간 활용이 편하고, 또한 작품으로도 폼나는 일석삼조의 공예랍니다.”
실제 수강자의 입장에서 보면 48시간 수업에 열다섯 작품을 직접 만들어내면서 ‘졸업’한다. 그에 드는 수강비용은 12만원, 그리고 자신의 작품에 필요한 재료값 6만원에 가능하니 가정주부들의 취미수강으로도 안성맞춤.
인숙씨에겐 작은 목표가 하나 있다. 복지관이나 경로당에서 어르신을 상대로 지끈공예를 가르치고 놀아드리는 일이다. 적적하고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하는 어르신들에게 지끈공예는 침해예방과 건강, 그리고 시간보내기에도 제 격. 재료비라야 작품당 몇천원도 안되니 부담될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