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천안터미널 앞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초전 성격을 띠었다.
오후 1시30분에는 새누리당의 정진석 충남도지사후보와 최민기 천안시장후보의 지원유세가 있었고, 오후 5시에는 새정치연합의 안희정 충남도지사후보와 구본영 천안시장후보의 지원유세가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장소를 택했으나 그들의 관심은 정치인들에게 있지 않았다. 다만 해당 당원이나 정치인들, 관계자, 언론인들이 얼마 안되는 자리를 차지했다.
양쪽의 유세전은 사뭇 달랐다. 새누리당은 정진석·최민기 후보를 비롯해 많은 몇몇이 유세연설에 동참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안희정·구본영 후보만이 마이크를 잡았다.
새누리당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정진석`최민기 후보의 단상연설 앞에 각 도`시의원 후보들이 일렬로 서서 세를 과시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6·4지방선거 첫 일정을 천안으로 정했다. 거기에는 충남출신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있었다. 그동안 두문불출하던 박찬우 예비후보도 모습을 보였다.
이 원내대표는 “충청권 최초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를 맡았다”며 “후보자들과 함께 제 손을 잡아주신다면 충청이 도약할 수 있도록 온몸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60년간 쌓여온 폐단으로, 통렬히 반성한다. 이완구가 충청을 일으킬 수 있도록 새누리당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도 나서 “7선의 국회 최다선 의원이며 천안 수신출신”임을 밝히며 “세월호 막지못한 죄인”이라며 용서를 빌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사죄했다. 한번만 용서해달라.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을 중시하는 분으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겠다는 철학을 가진 분이다. 한번만 신뢰해주시고, 저 또한 충남과 천안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쬐약볕에도 아랑곳 없는 후보들.
언론인들의 취재는 중앙선 안전지대. 유세단상과 언론인 사이에 차들은 쌩쌩 달렸다.
다음으로 정진석 충남도지사 후보와 최민기 천안시장 후보가 나섰다.
정 후보는 “더이상 영호남의 패권주의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이제 충청의 단결과 통합의 힘으로 새로운 충청중흥의 닻을 올려야 할 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우리 모두가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 또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했다”며 “재난안전제로센터를 만들어 24시간 풀가동하는 등 반드시 안전한 충남을 만들겠다. 충남 15개 시·군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민·관이 총력대응하는 현장중심의 체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정 후보는 선물이라도 선사하듯 갑자기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천안이 충남의 수부도시지만 문화시설이 부족하다. 천안에 프로야구단을 건설하겠다. 이는 오래 전부터 고민해왔던 일”이라고 했다. 덧붙여 “한화이글스의 원래 고향이 천안이지만 대전 객지에서 30년을 생활했다. 이제 고향에 올 때도 됐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전날 상명대와 단국대간 ‘천안더비’ 농구경기를 관람한 후 ‘경찰청소속 농구단의 천안유치’에 적극적인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최민기 천안시장 후보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연설에 임하고 있다.
뒤이어 최민기 천안시장 후보도 유세연설에 나섰다. 그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첫 유세지원현장을 천안으로 삼은 것은 천안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저 또한 더 큰 천안으로 발전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새로운 미래 위해 선택해야”
새정치를 말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의 패러다임은 통이 크다.
5시10분경, 박수와 함께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가 무대 위에 올랐다. 정오무렵 새누리당 유세와 마찬가지로 새정치연합측도 로고송이나 율동 없이 조용하고 차분한 가운데 유세전을 시작했다.
이들의 유세전은 간단하고 간결했다. 구본영·안희정 후보의 연설에만 의지했다.
구본영 천안시장 후보는 짧은 연설로 인기를 얻었다.
20분가량 연설한 안희정 후보와는 달리 구본영 천안시장 후보의 연설은 아주 짧았다. “아름다운 정신 속에 천안의 밝은 미래를 이끌자”며 “충청도뿐만 아니라 새정치에 대한 변화에는 안희정 후보와 함께 구본영이 성심껏 천안을 개혁시키겠다”고 했다.
이어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가 단상에 올랐다. 그의 연설은 대학강단에서의 ‘특강’처럼, 그러면서도 대단한 열정으로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어떤 미래를 선택해달라고 정치인들은 말하고 있느냐”며 “아직도 상대를 헐뜯고 비난하며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냐. 자신만 찍어주면 지역발전에 유리하다는 말들을 하냐. 그런 건 이미 60년 전에도 선거전에 했던 말들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잘 안다고 더 잘해주는 낡고 구태한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고 외쳤다.
좋은 연설에 대중들의 호응도 자연스럽다.
첫째 우리지역이 홀대받고 있다는 지역주의. 둘째 저사람 의심스럽다는 낡은 이념, 셋째 니편내편 따지는 낡은 연고주의다. 그는 “분노와 갈등의 정치를 극복하고 백성이 주인되는 온전한 지방자치로 나아가야 한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당선되면 내가 해줄께’라고 하는 말, ‘나를 뽑으면 당신에게 특별히 더 잘해줄께’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국가살림이 제대로 작동하겠냐”고 했다.
그는 “저는 다르게 해왔고, 앞으로도 다르게 해나갈 거다. 국가주도형으로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저는 새로운 지방행정을 구축하는데 도전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미래의 씨앗이 될 거다. 단순히 저와 구본영 후보를 도지사와 천안시장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안희정 후보의 연설에 공감한 당원들과 대중들의 격 없는 박수와 악수가 이어졌다.
그의 연설에 당원들과 일부 대중이 깊은 공감을 표하며, 큰 박수를 보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