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가 발생한지 한달이 지났다. 살아남을 수 있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무능, 부실, 부조리, 시스템 부재 등의 악재로 304명의 꽃다운 목숨은 단 한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국민들은 깊은 슬픔을 너머 분노로 표출하고 있다. 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가? 총체적인 문제 앞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난감한 상황이다.
‘잊지 않겠습니다.’ ‘어른들이 잘못했습니다.’
전국의 합동분향소에 매단 쪽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말들이다. 어른들이 과연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잊지 않겠다는 말인가? 문제의 핵심을 따져 올라가면 바로 위에는 바로 ‘정치인’들이 있다. 국민들이 정치인을 바로 뽑았다면 낙하산 인사도 없을 테고, 예전부터 대형재난사고 발생때 예방시스템을 구축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오늘날 304명의 고귀한 죽음은 발생하지도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는 ‘정권심판론’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일단 여·야 모두 합의했던 ‘무공천선거’가 지방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들에게 해당됐기 때문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힘써줄 수 있는 인재를 찾는 자리지 정당활동에 충성된 자를 뽑는 선거가 결코 아닌 것이다.
하지만 여당이든 야당이든 너나할 것 없이 공천과정이 ‘시정잡배’처럼 치러졌다. 공천에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공천지배권을 휘둘렀다는 말들이 파다하다. 하물며 공천금까지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기호순번에서 불이익을 줬다는 소리도 간간히 들린다. 천안 서북구선관위 관계자는 “불미스런 많은 말들을 듣고 있고 일부는 조사중에 있다”고 했다. 여·야를 대표하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공천논란은 이번 선거에서 유독 시끄럽다. ‘무공천’ 약속이 무색할 지경이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엉터리선거, 위험하다”
우리사회의 선거문화는 한마디로 ‘후진적’이다. 중앙정치, 계파줄서기, 지역감정 등에 매몰돼 지역이 실종된 지방선거를 치르고 있다. 이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선거구태를 정치권 내부에서부터 스스로 개혁하라”는 경고를 지속적으로 보내며, 매니페스토 선거를 위한 제도마련에 힘쓰고 있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바라보는 이번 6·4지방선거는 실망감만 크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이번 선거에도 지방의 지방의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위한 지방정책으로 경쟁하려는 노력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정치권의 구호는 겉으로만 요란했다는 말이다. 이 사무총장은 “공천개혁 외침은 결국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고 단정했다. 더이상 정치권의 자정능력을 기다리기에는 한계점에 다다랐다.
“지방선거는 ‘지방선거답게’ 치러야 지방의 미래도 밝아질 수 있다. 지방선거는 대선과 총선보다 덜 중요한 선거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바꾸는 더 중요한 선거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유권자 행동강령으로 ‘매니페스토 5대약속’을 전개하고 있다.
▷후보자 조기확정과 매니페스토 발표 촉구 ▷지역감정 부추기는 후보 절대 찍지 않기 ▷부패경력 없는 청렴한 후보에게 투표 ▷정책토론회에 성실히 임하는 후보 선택 ▷정당과 후보들의 정책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하기가 그것이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현명한 시민들이 함께 해준다면 정치구태는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며 “가치와 비전, 정책대안이 경쟁하는 매니페스토 선거를 통해 시민들의 힘으로 정치개혁과 선진적인 선거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밝혔다.
선관위 ‘매니페스토 협약식’ 추진
충남도지사 후보 3명과 충남교육감 후보 4명이 매니페스토 협약식에 참석했다.
충청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등록 마감일인 5월16일(금) 오후 6시 충청남도선거관리위원회 4층 회의실에서 충청남도지사·교육감선거 후보자를 초청해 ‘정책선거 실천협약식’을 가졌다.
정책선거 실천에 대한 범국민적 참여와 공감대 확산을 위해 마련한 이날 협약식에는 충남도지사선거 후보자 3명과 교육감선거 후보자 4명이 참석했다. 협약식은 정책선거 협약증서 서명·교환, 후보자 소견발표 및 정책선거 퍼포먼스(주제: 풀뿌리 민주주의! 정책으로 꽃피우다)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충남선관위 이승훈 위원장은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시민운동의 성격으로 도입된 매니페스토 운동이 벌써 세 번째를 맞이했다”면서 “정책선거가 되기 위해서는 후보자는 실천 가능한 좋은 정책을 제시하고, 유권자는 연고나 금권이 아닌 정책에 의한 올바른 후보자를 선택함으로써 오늘 협약식이 우리 선거문화가 정책선거로 나아가는 증폭제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천안시장 후보들(왼쪽부터 박성호·구본영·선춘자, 오른쪽부터 장화순·최민기)이 매니페스토 협약식에 참석 후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한편 천안에서도 천안시장 5명에 대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협약식이 16일(금) 있었다.
이날 오후 6시30분 시장후보로 나선 최민기·구본영·선춘자·장화순·박성호 5명의 후보가 매니페스토 실천협약식에 참가하기 위해 서북구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았다. 이들은 매니페스토 홍보영상물을 상영하고 정책선거 실천협약식을 가졌으며, 애초 준비됐던 후보자 소견발표는 후보자들이 손사래를 치면서 자연스럽게 생략됐다.
이번 협약식은 천안시장 후보자가 참석해 정책선거실천에 대한 대국민 약속과 그 실천의지를 천명하는 행사로, 선관위측은 ‘정책선거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기대하며 언론의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으나, 행사장에 나타난 기자는 한두명에 그쳐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