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것은 지난 4월16일. 그로부터 16일이 지났다. 5월2일 오전 10시 현재 사망자는 226명, 실종자는 76명. 시신이라도 찾아달라는 유가족들의 목메인 울음에 전국이 슬픔에 빠졌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 관매도 남서쪽 3㎞ 해상. 여객선이 화물을 너무 많이 실어서인지 처음부터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그 때문인지 결국 배는 전복되고, 475명이 탄 여객선 세월호는 침몰했다. 여기에는 수학여행길에 오른 단원고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이 타고 있었다.
침몰 이후 불행은 상상도 못할 만큼 커졌다. 선장은 침몰하는 배에 ‘가만 있으라’고 지시한 후 자신과 선원들만 바삐 빠져나가 구조됐고, 선장의 지시에 이제나 저제나 구조될까 기다리던 승객들은 대부분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시험이 끝난 5월2일 월봉고 학생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천안시가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국민적 애도와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시는 29일 천안시 실내테니스장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65만 시민들이 경건한 분위에서 애도할 수 있도록 경기도 안산지역 합동영결식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명복을 빌 수 있도록 고인들에 대한 추모와 애도를 위해 마련한 합동분향소 조문은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이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문할 수 있다.
시는 일반시민의 조문 편의를 위해 분향소 근무인력을 배치해 안내와 음료 등을 제공하는 등 조문객들이 불편사항이 없도록 분향소 운영관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상주는 과장급 이상 간부공무원으로 지정운영하고 1일 8명의 안내인원을 배치해 분향소 내 조문물품 관리와 조문객 안내를 돕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간부공무원과 분향한 성무용 시장은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전 국민이 비탄에 젖어있다”며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고 65만 시민들이 애도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합동분향소를 설치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는 노무현·김대중 대통령 서거, 천안함 폭침사건 때에도 합동분향소를 운영한 바 있다.
<5월2일/ 사진으로 읽는 분향소 풍경>
5월2일 점심이 지나면서 시험이 끝난 학생들이 대거 천안시 실내테니스장으로 찾아들었다.
교사 인솔하에 분향소를 찾은 학생들은 평상시의 발랄함과 달리 차분함으로 무장했다.
학생들이 많아 국화꽃은 대표로 교사와 학생대표가 받아들었다.
이들은 한참을 애도시간으로 할애했다.
학생들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쪽지를 적어놓는 곳. 이미 다녀간 사람들의 쪽지들로 붙일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
어떤 학생은 의자를 밟고 높은 곳의 빈 자리에 자신의 쪽지를 붙여놓았다.
애도의 물결은 비단 학생들뿐만 아닌, 각계각층에서 끊임없이 방문했다.
어린 자녀들을 생각해서는 슬픔을, 세월호측과 관계기관들에겐 울분을, 그리고 스스로에겐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을 담았다.
한 팀이 분향소에 꽃을 올리고 애도하면, 또다른 팀이 대기하다 자리를 꿰찼다. 끊임없는 애도물결 속에 분향소 관리`안내를 맡은 공무원들은 분주하면서도 차분한 마음으로 이들을 마중하고, 또한 배웅했다.
남녀노소, 어른과 학생,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 분향소를 찾는 사람들은 참으로 다양했다.
국화는 상대방을 애도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고인이 된 분을 찾아갈 때 한송이씩 헌화하곤 한다. 국화의 꽃말은 다양하다. 빨간색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는 것이고 노란색은 ‘실망과 짝사랑’을 의미한다. 애도시 사용되는 것은 흰색국화다. 흰색국화의 꽃말이 성실과 진실, 감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장례식에서 고인이 일생동안 성실함과 그동안의 행적에 감사하다는 뜻을 국화 한송이에 담는 것이다.
사람들은 쪽지에 어떤 내용을 적었을까.
자신이 적어 붙이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이 어떤 내용을 적었는지 읽어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쪽지의 대부분은 '천국에서 잘 살길 바래'가 많다. 또다른 내용으로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란 말이다.
간혹 어른들의 잘못을 고백하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새시대를 만들자'는 문구도 눈에 띈다.
이날 대부분의 학교에서 시험이 끝났고, 학생들의 분향소를 찾는 발걸음은 끝없이 이어졌다.
돌아가는 발걸음에도 학생들의 슬픔이 묻어있다.
엎지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적인 드라마는 어떤 식으로 종결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박근혜 대통령은 '새로운 시스템'을 강력도입해 다시는 이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과, 만약 부득이하게 발생할 때를 대비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업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간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해왔다. 또다시 말로만 할 것인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