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선을 획책하는 선거범죄에 동참하지 않겠다.”
최민기 새누리당 천안시장 예비후보가 16일 오후 4시30분, 5일째 노숙 단식투쟁중인 새누리당 충남도당 사무실 앞에서 새누리당 천안시장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있던 현장에는 수십명의 선거관계자들이 나와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는 자신이 왜 경선불참을 선언할 수밖에 없는지 힘없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처음 천안시장 경선방식은 ‘여론조사 100%’로 발표했다. 당원투표에 희망을 걸고있던 최 예비후보는 충남 15개 시·군중 천안만 당원을 완전배제시킨 것에 불만, 불공정한 경선방식이라며 재심청구했다. 이 기간 최 예비후보는 자신의 주장을 꺾고 ‘공정한 여론조사라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즉, 100% 여론조사를 수용하는 대신 신용도가 높은 상위 5개 기관을 다시 선정해 공정한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두차례에 걸쳐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김태흠 도당공심위원장은 ‘안된다’고 거절했다.
최 예비후보는 답답증을 호소했다. “그냥 상대후보에게 전략공천해라. 최민기가 지도록 각본이 짜여진 여론조사에 들러리로 응하긴 싫다.”
그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는 박근혜 대통령을 거론하며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왜곡하고 당원과 국민을 무시하는 행패를 부리고 있다”며 “만행에 가까운 작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고, 묵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향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며칠 몸을 추스르고 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미뤘다.
최민기 예비후보의 현장 기자회견에 그를 아끼는 관계자 수십명이 함께 했다.
그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서너가지로 내다볼 수 있다. 무소속으로 반발하든가 현 상황을 인정하고 새누리당의 승리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가는 방법이다. 또는 기권하고 관여하지 않는 것과, 기권 후 타 후보를 돕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한 관계자는 “어떤 방식이 될 지는 우리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후 최 예비후보는 만 4일간 지켰던 자리를 풀고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를 타고 떠났다.
박찬우 “무엇이 공정한 룰입니까!”
박찬우 후보는 "100% 여론조사가 불공정하다면, 국가 공직업무상 책임당원을 만들 기간이 없던 후보에게 책임당원투표 비율은 공정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14일 경선상대인 최민기 예비후보에게 공심위 결정을 받아들여달라고 말한 박찬우 새누리당 천안시장 예비후보가 17일 시청 브리핑실에 나타났다. 원래 진도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오늘 하루 애도하며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가벼운 차 한잔 마시러 왔다는 그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본의 아닌 오늘 이 자리가 최 후보에게 부담된다는 점을 밝히며 조곤조곤 기자들을 응대했다.
그는 최민기 예비후보의 경선불출마 결정으로 단독후보가 됐지만 “아직 당쪽으로부터 들은 말은 없다”고 말했다. 공심위가 결정한 경선방식이 논란이 되는 점에 대해 안타깝다는 말을 전하면서 “당 결정에 따르고, 시민 믿고 정도(正道)만을 걷겠다. 정치는 잘 모른다. 요즘 어떤 일이 생기면 ‘아, 이게 정치인가 보다’ 생각한다. 하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거듭 최 예비후보와의 관계가 ‘적이 아닌 라이벌’임을 강조한 그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서로 협력해야 할 상대이기도 하다”고 했다.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경선방식에 대한 논란과 관련, “최 예비후보가 그간 새누리당을 위해 공헌한 점이 있고, 또한 많은 책임당원을 확보해 유리한 경선을 치르겠다고 노력하는 점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여론조사는 동일한 조건에서 후보자를 뽑는 큰 틀의 정치에 접근된 것으로, 당내기반이 없는 제주도의 원희룡 예비후보도 나와 마찬가지로 도민 100% 여론조사 결과로 결정지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최민기 예비후보가 ‘불공정하다’고 말하는 것이 일리가 있다면 “거꾸로 생각해보자”고도 했다.
“국민을 위한 공직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내려온 나는 책임당원을 확보할 시간이 없었다. 동일한 조건으로 경쟁해야 한다면 책임당원의 투표 없는 여론조사라고 본다”는 것.
박 예비후보는 “최민기 예비후보의 문제에 대해 당이 나와 협의한 점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듣기로 최 후보측은 자신들이 원하는 2개기관으로 여론조사를 맡기자고 했다지만, 저 또한 공평한게 좋다는 의견과 함께 상대후보가 2개기관을 정하는 것은 맞지 않고, 5곳이든 10곳이든 중에서 무작위로 뽑아 여론조사를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같은 여론조사 방식은 당헌당규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룰을 지킨 것이지 어긴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