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월) 천안시장선거에 나선 범야권후보 5인의 단일화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당초 새정치민주연합의 무공천에 따른 5인의 무소속 후보(구본영·박성호·이규희·장기수·한태선)들이 수차에 걸친 단일화 과정을 밟고 있었다. 이들중 대표주자가 뽑힌다면 새누리당후보(박찬우 또는 최민기)와 선춘자 통합진보당 후보와의 3파전 양상으로 본선경쟁이 전개될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갑작스레 뒤엉켜버렸다.

무공천한다더니… 제자리 공천쇼

새정치민주연합은 10일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6·4지방선거에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의 공천여부가 결정·공개될 예정에 있었다.

새정치연합은 전날 하루동안 전(全)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가져 기초선거 정당공천 여부를 다시 물었고, 이날 9시35분경 ‘무공천 철회’결정을 알렸다.

결과는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산,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53.44%가 나왔다. 당원투표는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57.14%로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 42.86%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국민여론조사에서는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 50.25%로,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49.75%)을 약간 앞섰다.

새정치연합은 이같은 결과에 따라 향후 새정치연합후보가 기호2번으로 출마할 수 있게 됐지만 무공천 방침이 철회되면서 잡음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느닷없는 3인의 단일화 ‘노림수는?’

그런데 이같은 결과발표 직전인 9시30분경 새정치연합 이규희·장기수·한태선 시장예비후보가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기자들의 궁금증도 잠시, 이들이 내놓은 것은 ‘3인의 야권단일화’였다. 그간 야권단일화를 위한 실무협의회를 가졌으나 구본영 후보로 인해 결렬됐다는 것이다.

이들 이규희·장기수·한태선 3인은 4월20일(일) 천안축구센터 다목적실에서 단일화경선을 갖기로 합의했음을 알렸다. 이들의 단일화 경선방식은 시민여론조사 30%와 시민경선인단 현장투표 70%가 반영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서북부선관위가 현장투표가 선거법 위반임을 알렸고, 이들 3인은 또다시 여론조사만으로 단일화를 할 것인지, 새정치연합 충남도당의 공천심사위원회 경선절차에 맡길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휩싸였다. 결국 한태선 예비후보는 단일화에서 빠져나와 새정치연합 충남도당의 경선에 합류하기로 결정했고, 이규희·장기수 후보는 단일화 과정을 밟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같은 일련의 흐름속에 의구심이 든다. 3인의 기자회견은 왜 새정치연합의 무공천 철회여부가 발표되기 직전에 서둘러 3인의 단일화 경선을 발표한 것일까. 이미 분위기는 ‘무공천 철회’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무공천 철회가 되면 자연스럽게 새정치연합 충남도당 공천심사위원회 주관으로 경선절차를 밟게 된다. 구본영 후보를 제외한 것은 현재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제외하겠다는 나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규희·장기수 예비후보는 100% 여론조사를 통해 오는 18일(금)쯤 단일화 후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의 시장경선은 중앙심사로 이뤄지며, 17일(목) 접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볼때 새정치연합 천안시장 경선은 구본영·한태선과 이규희·장기수중 한명이 겨루는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구본영 캠프 “황당하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구본영 예비후보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여러 여론조사발표로 알 수 있듯 구본영 후보는 꾸준히 타 후보들을 앞서왔다. 구본영 예비후보측 관계자는 “처음에는 저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을 내놓고 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판단해 우리 또한 우리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100%를 내걸었고, 이후 여론조사 50%와 당원투표 50%를 협의의 선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후보자들은 저마다 강점을 내세웠다. 장기수 후보가 모바일 80%에 현장토론 20%를 원했고, 이규희 후보는 여론조사 20%에 현장토론 80%를 내놓았다. 한태선 후보 또한 정책토론 60%에 모바일이나 현장투표 50%를 제시했다. 이들과는 다른 무소속 박성호 후보측은 토론회 80%에 여론조사 20%를 넣었고, 토론회는 배심원단을 구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규희·장기수·한태선 예비후보측이 밝힌 ‘모 후보의 거부로 인한 결렬’에 대해 구 예비후보측은 “말문이 막힐 뿐”이라고 했다. “당초 이같은 합의문은 우리에게 묻지도 않았다. 우린 이렇게 정했으니 수용할 것이냐 하는 물음조차 주지 않았다”며 “이는 애초부터 우리측의 문제로 결렬시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분개했다.

이제 구본영·한태선 후보는 도당경선을 준비하고, 이규희·장기수 후보는 단일화 과정을 거친 뒤 도당경선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충남도당은 빠르면 15일 공천심사위원회가 꾸려져 활동을 개시할 예정에 있다. 이들의 다소 어긋난 관계가 어떻게 정리될지 관심을 모은다.

한편 박성호(무소속) 예비후보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제 무소속으로 뛰겠다”며, 다만 추후에라도 새정치연합과의 야권단일화 가능성은 열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