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맨위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논란/ 약속을 지킬까 어길까 ‘국민선택은?’

정당공천제 쟁점 둘… 유지와 폐지 장단점, 여야합의 약속에 대한 여부

등록일 2014년04월0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올해 6·4지방선거의 화두는 뭐라 해도 ‘정당공천제 폐지’에 있다.

원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난 2012년 대선때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과 약속한 바 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때 문재인과 안철수 야당후보는 ‘기초의원 정당공천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박근혜 여당후보는 기초의원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 공천까지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초의회와 기초자치단체가 중앙정치의 간섭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지방정치를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당선 뒤 찾아온 첫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공천폐지가 정당정치의 근간을 훼손시킬 뿐 아니라 위헌소지도 있다며 공천을 강행하고 나섰다.

문제는 정당공천제를 어느 한쪽만 폐지했을때 발생할 수 있는 결과다. 현재 새누리당은 유지를, 새정치연합은 폐지를 선언했다. 국민이 제대로 심판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새누리당은 약속을 어겨 유리함을 택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약속을 지키는 대신 선거에서 불리한 조건에 섰다고 내부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폐지공약 지켜라 ‘농성하는 사람들’

기초선거 정당공천의 폐지문제가 심각하다. 새누리당은 최경환 원내대표가 사실상 공약파기를 인정하며 사과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것인지 저버릴 것인지 입장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청와대 면회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7일까지 대통령과의 회동 가부에 답을 달라고 전했다. 안 대표는 현재대로 지방선거가 치러질 경우 하나의 선거를 서로 다른 규칙으로 치르게 돼 매우 비정상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무공천 논란에 대해 “현장에서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지만 기초공천 폐지는 여야 공히 약속한 것이므로 말 바꾸기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약속을 지키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 참패 우려에 대해서도 “신뢰를 어긴 정당이 어디인지 시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시민을 무섭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3월31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양승조·우원식 최고위원들.

국회 안팎에서 농성하는 의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의원들이 지난 3월31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신경민·양승조·우원식 최고위원들이다. 이들은 농성 전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선거 정당공천이 폐지될때 온전히 그 정신과 목적이 완성될 수 있다’고 촉구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수차례에 걸쳐 반복했던 약속으로, 우리는 이같은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야당의 무공천만으로는 제대로 된 약속이행이 될 수 없으며 새정치, 정치혁신을 이룰 수 없다’며 ‘새정치연합이 무공천 결단을 내린 것은 정당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주자는 약속의 실천이었다. 이것을 약속조차 내팽개쳐버린 새누리당의 지방자치 독점을 방관하자는게 결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 3인은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야말로 구태정치, 낡은 정치의 전형이라며 ‘오만과 거짓으로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구태정치를 이제 우리 정치사에서 끝장내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뾰족한 해법찾기 골몰’

야당의 대처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예 지방선거를 보이콧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기존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선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심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또하나는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에 관계없이 공천폐지약속을 지키되 후보들이 개별적으로 단일화를 일궈내는 것이다. 다만 후보단일화 방식은 새누리당에게 ‘사실상의 공천’ 아니냐는 공세를 당할 수도 있다.

실제 천안시 기초단체장의 경우 새정치연합 소속 예비후보 4명과 무소속 1명의 ‘후보단일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 예비후보는 “요즘 공천폐지논란이 떠들썩하지만 한번 정한 무공천 약속을 철회하기는 불가능하다”며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야가 합의했던 것은 광역은 유지하되, 기초는 폐지하는 안이다. 이는 기초자치단체를 온전히 정치화하는데서 벗어나 자치에 초점을 둔 것이다. 당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서 탈피해 후보자의 개인적 능력과 정치적 인품에 따라 선출함으로써 유능한 지역인재가 등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 더불어 지역현안에 대한 판단이 중앙정치에 예속되지 않고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가능하도록 하는데 있다.

정당공천제가 유지되든 폐지되든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정당공천제가 유지돼도 공천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며 지역현안에 대한 합리적 결정이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판단은 어느쪽에?

정당공천제 폐지논란은 대선공약을 쉽게 뒤집어버린 대통령과 여당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또한 장단점이 존재하는 정당공천제를 충분한 논의 없이 정치개혁과제로 삼은 야당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여야합의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만약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면 국민 앞에 정확한 이해를 구하는 것이 맞다. 물론 ‘심각한 오류’가 있었는지도 몰랐던 책임도 져야 한다.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 대선공약이행촉구시민행동’은 얼마 전 1인시위에 나서며 ‘대통령 공약조차 신중하지 못한 정당이 내놓은 후보는 믿을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정당공천폐지 약속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여야의 ‘정당공천제 폐지’ 약속에 대해 국민은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 적어도 지키는 쪽이 안지키는 쪽보다는 유리한 결과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춘석(전북 익산갑) 국회의원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약속이라는 점”이라며 “지난 대선 때 여야 모두가 공천폐지를 공약한 이상 기초공천제는 없애는 것이 원칙으로, 기초공천제 폐지가 완전무결한 대안이기 때문은 아니다”고 밝혔다.

‘희망정치시민연합’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정치권은 이제라도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한 초심으로 돌아가 달라’고 주문했다. 유권자에게는 ‘지역주민을 위한 진짜 지방자치를 구현하고 진짜 지역일군을 선출할 수 있도록 이번 선거에 지방자치의 주인으로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김학수 기자>

살렸다 죽였다 ‘오락가락’ 기초의원선거

정책보다는 사람이 문제

각종폐해로 2006년 정당공천·중선거구제 도입, 혼란 속 8년만에 제자리로…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은 1995년부터,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은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방선거에 있어 정당공천의 장점이라면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를 연계해 정치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중앙정치로 진출하는 통로로 이용되지만, 도입 이후 밀실공천과 국회의원간 종속관계에 매몰돼 건전한 지방자치를 실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2013년 한국행정학회가 정당공천제 존폐여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국회의원, 전문가, 지자체장, 지방의원 656명에게 물어 72.6%가 폐지하자는 답변을 얻었다. 여기서 국회의원은 45.6%가 폐지하자는데 공감했으나 지방의원은 그보다 훨씬 높은 71%가 폐지를 원했고, 전문가 집단은 무려 83.8%가 손을 들었다.

폐지이유는 지방자치가 중앙에 예속된다거나 공천비리가 잦다는 응답이 많았다. 지방의 한 교수는 “국회의원이 부리기 좋은 사람을 공천하며,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인물이 기초의원이 되는 공천제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식과 덕망을 갖춘 인물이 들어오도록 할 수 있다면 사정은 달라지나 현실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그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줄기차게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창해왔다.

2013년 3월에는 충청남도시장·군수협의회(회장 성무용 천안시장)는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서병수 사무총장)가 ‘4.·24 재보궐 선거의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무공천 결정’을 내리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협의회는 ‘새누리당의 초당적 결단은 지방자치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중대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환영하는 성명서에서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은 책임정치 구현과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확대 등의 명분으로 도입됐으나 그간 정당공천으로 인한 주민의사의 왜곡, 지방의 중앙정치 예속, 공천비리 등의 폐해로 끊임없이 존폐문제가 제기돼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그간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공청회 및 세미나 개최, 1000만 서명운동, 사회원로 시국선언 등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해 왔다.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도 ‘지방의회의 존재이유가 어디에 있으며 진정 주민을 위한 의회로 가고 있는가 돌아봐야 할 때’라며 인사권 독립, 정당공천제 폐지, 의정비제도의 합리적 개선 등을 3대 핵심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덧붙여 이들은 현 중선거구제를 예전처럼 소선거구제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일정기간 연수를 통해 검증받은 인물만 후보공천을 받도록 한다거나, 차라리 중앙선관위가 ‘지방행정 아카데미’를 만들고 각 정당은 이곳을 이수하는 사람을 공천하도록 하는 등의 대책을 꺼내놨다. 또한 공천을 받았어도 유권자의 선택이 존중되는 ‘복수공천제’도 하나의 방안.

그런데 최근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정당공천제를 두고 유지와 폐지로 갈렸으나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의 칼칼하던 목소리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다. 자신들이 속해있는 정당의 유불리만 따지는 ‘나쁜 근성’이 도진 것이다.

한편 진보정당들은 기초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잘못된 특권을 내려놓는 정치개혁이 아니라 책임정치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정당공천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들의 정치진입을 막는다는 이유도 공천제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당공천을 폐지하더라도 후보자의 당원경력 표방 등 정치적 표현을 허용한다면 정당공천금지는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형식적인 정당공천제 폐지가 불러올 부작용을 우려했다.

<김학수 기자>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라이프 우리동네 향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