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즘.’ 국가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이나 방법도 허용된다는 국가지상주의적 정치사상. 이탈리아의 정치가이자 정치이론가인 마키아벨리가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처음으로 주장했다.
초등학교 선생님 출신, 이문복 작가가 ‘사랑의 마키아벨리즘’이란 첫 시집을 냈다.
이유를 불문한 사랑의 절대성이 존재할까?
<…다 필요없대 그년만 있으면 된대/ 집도 통장도 새끼도 다 나한테 주겠다고/ 제발 그년한테 보내만 달라는 거야…>
작가는 문득 호프집에서 엿들은 두 여인의 대화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덧대본다.
또다른 시간, 작가는 다시 생각한다.
<사랑?/ 그런 게 정말 존재한다고 생각해?/ 소유욕과 욕정의 다른 이름일 뿐이야/…/ 다른 동물보다 숭고한 존재이고 싶은 인간의 허영심이 만들어낸 말장난/ …>
이같은 시 때문일까. 작가는 ‘페미니스트’란 말도 들었다.
“여성이 불평등하게 억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든가, 그래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좀 더 보장돼야 한다는 등의 주의를 펼치는 사람은 아닌데요, 하하.” 한편의 시가 작가의 정체성을 규정지을 수 있다면 ‘일단’ 글쓰는 사람으로서 성공했다.
실제 40여편의 시에 페미니즘을 생각나게 하는 시는 ‘사랑의 마키아벨리즘 1·2’ 뿐이다. 그럼에도 시집제목으로 뺀 것은 그만큼 주제가 강렬하기도 해서이다.
작가가 진짜 좋아하는 시는 따로 있다. 바로 ‘빈 칸’이라는 글이다.
<십여 년 지녀온 낡은 지갑을 오늘 버렸습니다>로 시작하는 글은 지갑을 버리기 직전 그간 몰랐던 작은 칸 하나를 찾아내며 쓰지 못한 빈 칸에게 미안해한다. 그같은 빈 칸은 작가나 모든 이의 마음 속에도 있을 수 있는 빈 칸이다.
<… 때로는 쓸쓸하겠지만 닳지 않은 순결한 빈 칸 남몰래 지니고 살아가는 것, 어쩌면 은밀한 기쁨 아닐는지요.>
작가가 ‘빈 칸’이란 시를 좋아하는 것은 표현이 잘 됐다거나 특별한 추억을 달고 있는 것이 아닌 “빈 칸이 주는 마음의 간절함” 때문이다.
혈기있던 시절, 교육운동 덕분에 해직교사란 딱지를 훈장처럼 달고있는 그녀.
‘수선화 피었던 자리’, ‘낯선 역에서’, ‘감자 꽃이 피리라’, ‘물새와 우편함’, ‘개똥참외’, ‘가을민들레’ 처럼 작가는 1·2부에서 유년시절과 지금 살고있는 아산 음봉 송촌리의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다만 3부에서만이 목욕탕이나 버스, 정자, 노인정 등에서 두런두런 거리는 대화를 그녀의 사유공간으로 옮겨놓고 있다.
이를 두고 시인이자 아동청소년문학작가인 조재도(천안)씨는 3부를 주목하며 무형식의 형식 속에 조선시대 후기에 발달한 사설시조를 떠올렸다.
‘이문복 시인은 이 시대 민중들의 삶이 직접 드러나는 이야기를 채록하다시피 하여 시를 썼다. 그러니 그 속에는 민중들의 애환과 풍자와 해학이 깃들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