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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공무원의 롤모델로 기억된다면 좋겠어요”

김수열, 천안시 여성 서기관 2호…스스로 ‘바지런했던 공직생활’ 회상

등록일 2014년03월2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3월5일자 인사발령. 대학교 합격명단을 찾듯 가슴졸이던 그. ‘승진’됐다는 것을 알자 언제 느껴봤는지 모를 희열을 맛본다.

“정년퇴임이 내년 상반기예요. 이번에 안됐다면 기회가 없었죠.”

김수열(58) 천안시의회 사무국장은 그때의 긴장감이 살아났는지 순간 상기됐다.

그는 천안시 여성공무원을 대표하는 사람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밑에서 행동거지 하나하나 쳐다보고 있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돼야 하니 부자연스러움도 없지 않아 있다. ‘선생님은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설정과 비슷하다.

“다행입니다. 나름 열심히 살았고 여기까지 왔으니 후배공무원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말년병장의 기분으로 ‘끝’에 다다랐음을 실감한다. 내년 상반기에 퇴임하자면 그의 마지막 이력은 ‘의회 사무국장’이다. 7월 7대의회를 개원하고 새로운 의원들이나 직원들이 의회환경에 적응하다 보면 올해가 지나고, 내년엔 한두번의 임시회를 맞으면 상반기가 지난다. 남은 1년은 그에게 ‘찰라’일 뿐이다.

김수열 사무국장의 지나온 길을 더듬으면 ‘참 바지런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특히 스스로도 말하지만, 문화예술팀장 시절이 정점이었다.

흥타령춤축제를 만들어내고 천안박물관과 예술의전당을 지었다. 천안사적관리소의 문화의거리와 태조산 조각공원도 그의 손을 거쳤고 반딧불음악회도 처음 시도됐다.

“제가 있을때 오케스트라단도 구성하고 시립예술단의 무용단도 창단됐죠. 시립풍물단도 정비했구요, 삼거리공원의 야외무대를 조성하고 천안사랑노래도 만들었어요. 아~, 작은도서관도 최초로 지었네요.”

손을 꼽으며 당시 한 일을 세더니 스스로도 대견한 듯 “참, 많이도 했네” 하고 독백한다.

당시 임경환 문화관광과장과의 찰떡호흡은 성무용 시장도 인정했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당시 남산공원에 올릴 ‘시민의종’을 추진하는데 산림녹지과가 맡았지만 진척이 더뎠다. 임경환 과장은 시장에게 “문화예술적 측면에서 다뤄야 한다”고 떼쓰듯 해서 문광과 소관으로 가져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 늘어나는 걸 좋아하는 공무원이 어디 있을까.

문화재팀이 맡아야 제격인데 임 과장은 문화재팀의 학예사와 문화예술팀장인 그를 엮었다. 그는 눈치 볼 것도 없이 “예스” 하고 넙죽 받았다. 그런 일련의 일들이 지나가고, 서로 다른 부서로 옮겨진 후, 만난 자리에서 김수열씨는 말했다. “임 과장님은 저를 만나 행복하셨을 거예요” 하고. 김 사무국장은 그때를 회상하며 “미치지 않고서는 못했을 일들이었다”고 단정지었다.

일복이 많은 그는 쌍용2동장이었을 때도 주민자치센터를 건립하고, 쌍용역 개청식도 진두지휘했다. 장미마을을 특수시책으로 삼아 거리 곳곳에 장미를 심었으며, 알만한 사람 다 알 거라는 ‘통장사건’도 지혜롭게 해결했다.

그 뿐인가. 여성가족과장 때도 충남 최초의 보육정보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도 개설했다.

“여성가족과장으로 발령받고 헤매야 될 일들을 나름 능숙하게 처리하니 주변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구요. 아마 문화예술팀장으로 많은 일들을 겪고 처리하다 보니 처리능력이 생겼나 봐요.”

회고록을 집필하는 사람처럼 허심탄회하게 풀어내는 그의 공무원 생활은 일단 이야기가 ‘자화자찬’이 돼버렸다.

“아~ 주민생활지원과장이었을때 큰 사건이 있었어요.”

그의 말인즉, 1급지체장애인의 24시간 도우미 정책과 관련해 충남도가 예산을 세우지 못한 때가 있었다. 당연 매칭사업으로 이뤄지는 도내 시·군은 덩달아 예산을 세우지 않았다.

“어쩌다 그같은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고, 내용을 살펴보다 큰일났다 싶었죠. 당시 시장님이 월요일에 중국출장 가시는 상황에서 일요일 행사장으로 찾아가 시사업으로 세워달라 해서 1억5000만원을 급히 결재받았어요. 예산을 짜는 기획예산과가 당황스럽게 됐죠. 그런데 월요일 장애인협회쪽에서 이같은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난리가 났고, 충남도나 각 시·군이 쩔쩔 매는데 오히려 우리만 칭찬받는형편이 돼버렸어요. 그때만 생각하면….”

그밖에도 광덕쉼터조성에서 부족한 12억 예산문제 해결이라든가, 딱한 사정을 갖고 직소민원실을 찾은 민원인의 문제를 해결했다든가…, 그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아무튼 열심히 일하는 여성공무원의 작은 롤모델이 될 수 있다면 제 공무원 삶은 더욱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겁니다. 조금은 기억해주는 후배님들이 있길 바랍니다.”

교회 장로로서 신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한 그. 퇴임하면 진로라든가 삶에 고민을 갖고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상담자(카운셀러)로 생활할까 생각도 해본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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