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도심속 거리집하장의 음식물쓰레기봉투를 쪼아대는 까치들이 발견되고 있다.(불당동 주변)
“푸드득~”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기겁을 한다. 어슴푸레한 밤, 아파트 옆 공원을 가로질러 가려다 갑자기 옆에서 튀어오른 까치에 놀란 것이다. 엄마도 놀랐지만 아이를 달랜다. “이놈의 까치들, 왜 이렇게 극성맞은지 모르겠네.” 아침엔 출근하려던 차의 앞 유리와 지붕에 있는 새똥을 발견하고 기분이 ‘꿀꿀’하던 참이다.
또다른 사연도 접수됐다. 출근길에 음식물쓰레기를 파헤치는 무리는 들고양이가 아닌 까치떼라는 것이다. 출근길에 유심히 봤더니 정말 10여마리의 까치가 거리 한켠에 놓여진 음식물쓰레기봉투를 쪼아대고 있었다. 들고양이들에겐 자신의 생계를 위협하는 강력한 세력이 등장한 것이다. 머지않아 음식물쓰레기를 놓고 대치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을 듯하다.
목천 독립기념관을 비롯한 주변 등지에서 까치떼들이 몰려다니는 모습은 자주 보지만 도심한가운데라 볼 수 있는 쌍용동 라이프타운 뒤(봉서산 기슭)와 옆(공원숲)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새롭다.
이곳 주민들은 “새들 소리를 듣고 볼 수 있어 좋다”는 생각 보다 “재네들 때문에 짜증난다”는 불만이 더 크다. 한 주부(41)는 “가끔 길가다 깜짝깜짝 놀라고, 차는 자주 당해봤는데 머리나 옷에 언제 새똥이 떨어질지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천안시도 환경위생과 김수응 환경정책팀장은 “까마귀 민원은 있는데 까치민원은 처음 접한다”며 유해조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했다. 특히 농작물 피해에 따른 유해주소 포상금제도는 시행하고 있지만 도심속 유해조수는 별개의 문제로, 아직 관련 대책법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한다. 그렇기에 거리쓰레기문제는 자원정책과에서, 아파트단지 내에서 이뤄지는 불편은 아파트 내에서 각각 관리대책을 세워야 하는 방법 말고는 딱히 없는 것.
이같은 문제는 모든 게 ‘먹이’ 때문이다. 김 팀장은 “조류독감도 결국 철새들이 먹이를 못찾아 양계장까지 찾아오면서 병균을 옮기는 것 아니냐”며 “멧돼지도 그렇고 까치나 까마귀도 사람 좋아서 도심으로 내려오거나 농작물을 파헤치는 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동근 천안조류협회장도 “사람이 인간중심의 생태계 지도를 만들어 놓으면서 스스로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유해조수의 피해자로 말하지만 정작 가해자인 셈이다.
생계고 위협받는 국조
무궁화가 국화(國花)이고, 느티나무가 국목(國木)이듯 우리나라의 국조(國鳥)는 바로 ‘까치’다. 1964년 한국일보 과학부가 주최한 나라새 뽑기 공개응모에서 압도적인 표를 얻었고, 1966년 2월 산림청 조수보호위원회가 수렵조류에서 까치를 제외시키게 됐다.
까치의 습성을 보면, 낮에는 10~30마리가 무리를 지으나 밤에는 30~300마리가 잠자리에 모여든다. 무리의 행동범위는 반경 1.5~3㎞ 정도이다. 산란의 최적기는 3월 상순에서 중순이며, 일주일 정도면 5~6개의 알을 낳는다. 암컷이 전담하여 알을 품으며, 알을 품는 기간은 17~18일이다. 일반적으로 3월 하순에서 4월 상순이면 부화하며, 새끼는 약 30일간 둥지 속에서 어미새로부터 먹이를 받아먹고 자란다.
충남도는 올해부터 ‘유해야생동물 포획포상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유해야생동물이라 하면 고라니, 청설모, 까치 등이 해당된다. 이들로부터 농작물 피해가 크다 보니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제도다. 야생동물별 포획포상금은 예산의 범위 안에서 고라니의 경우 1만~2만원, 청설모와 까치는 5000원~1만원으로 정하되 각 시·군 실정에 맞춰 운영지침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도내 유해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액은 13억여원으로, 동물별로는 고라니가 5억원, 멧돼지 3억원에 이르며 다음으로 까치가 1억5900만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