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안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박찬우(54) 전 안전행정부 차관이 5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2시에 신부동 세종웨딩홀은 넓은 객석이 발디딜틈 없이 가득 찼다. 공직사퇴 후 천안에 내려온지 얼마 안되는 상황에서 대단한 위세다.
새누리당의 정우택 최고위원, 홍문종 사무총장을 비롯해 김태흠 원내부대표, 박성효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맹형규 전 행안부장관,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 심대평 전 충남지사 등도 함께 했다. 또한 정진석·이명수·전용학 충남도지사 예비후보도 참석했으며 민주당 소속 양승조·박완주 천안국회의원도 자리를 빛냈다.
그를 위한 축사자리가 줄을 이었다. 성무용 천안시장은 용산고 후배에다 천안 오룡동의 출신내력까지 같다며 “예전부터 봐왔지만 (천안인물로)잘 커줬다. 이제 지역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뒤에 나선 정진석 국회사무총장은 “성 시장이 너무 잘 아는 사람이라 말씀 속에 사랑과 정이 듬뿍 담겼다”며 부러워했다.
박 전 차관이 천안에 내려온지 얼마 안돼 일각에서 외인 취급하는 시선을 의식한 발언도 나왔다.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나도 15년전 과장급 공무원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가 국회의원에 출마하니 ‘지역을 위해 뭐 한게 있냐’ 하더라. 그래 ‘뭐 한게 있어 내려온 게 아니고 기회주시면 이제부터 일좀 하겠다’ 했다. 그리고 국회의원 세번 했다”며 “차관 신분의 박찬우는 얼마나 잘할 것이냐”고 강조했다.
박성효 의원도 “대전시장때 박 전 차관이 부시장을 얼마나 든든하게 잘했는지 모른다. 이를 보증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했고, 맹형규 전 장관 또한 “내가 행안부장관 시절 박 차관이 기조실장을 맡았었다. 그 자리가 전체총괄하는 자리다. 그가 잘해서 나는 거저 먹었다”고 칭찬했다.
고교시절부터 40년을 함께 보낸 권원용 변호사는 “친구를 위해 서울에서 내려왔다”며 “박 차관의 최고능력은 겸손한 거다. 그는 공직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성공한 공직자”라고 했다.
오랜시간의 축사가 끝나고 박찬우 전 차관이 무대에 오르자 우렁찬 박수가 쏟아졌다.
박 차관은 이 자리에서 아내가 “이제 편히 지내도 될 것을 왜 또다시 힘든 길을 가느냐”며 반대했음을 고백하며, 천안시장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한가지 약속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내는 전쟁과 같은 선거를 치르면서 사람이 바뀌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며 “그간 공직에서 걸어온 원칙과 정도, 중심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난 역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역량을 고향을 위해 쓰고싶다. 천안이 세계 일류도시들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도록, 누구나 천안에 와서 살고싶도록 시민들과 소통과 협력 속에서 멋진 천안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책제목은 천로역정에서 따온 ‘노정(路程)’
박 전 차관은 자서전을 ‘노정’이라는 제목으로 달았다. ‘노정(路程)’은 인생살이가 구도를 위한 나그네길과 같다는 생각으로 ‘천로역정’에서 따왔다. 노정은 오래 전 일기제목으로 썼는데, 공직생활을 해오며 틈틈이 쓴 일기나 글을 책으로 엮고 여기에도 노정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는 아버지를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평했다. 어릴 적 아버지는 뭐든지 할 수 있고, 모르는 게 없는 ‘슈퍼맨’ 같은 사람으로 기억했다. 과묵하면서도 태산같은 존재가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는 매를 들기 전에 꼭 뭘 잘못했는지를 물어 스스로 반성할 시간을 주고 반드시 잘못에 책임지도록 했다. 그런 아버지는 말년에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
기억속의 어머니 또한 아버지가 실직했을때 동생을 업고 행상을 다니셨으며, 아버지가 병환으로 쓰러지신 이후에는 병구환에 가정살림까지 도맡아야 했다. 그렇게 육남매를 지극정성으로 키우셨다.
박찬우 전 차관 가족이 화이팅 하고 있다.
그의 책에는 아내와의 신뢰가 가득하다. 표현하기를, 아내는 웃음이 많고 매사에 긍정적이어서 주변사람들을 편하게 해준다.
교회 일에도 열심이고 아파트부녀회 등 동네일에도 열심이다. 몇 년간 통장일도 봤다. 아이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건강하게 잘 커준 것이 모두 아내 덕이다. 박 전 차관은 “공직자의 아내로, 호강 한번 못하고 늘 조심하며 살아온 아내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고 전했다.
책에서 그는 목민관(지금의 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의 윤리를 강조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서 ‘모든 벼슬을 탐해도 좋지만 목민관만은 함부로 탐해서는 안된다’는 대목을 인용하며 “공직은 사사로운 이익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자리”라는 소신을 밝혔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 공직을 취하면 그 해악이 백사람의 도둑보다도 클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방근무를 하면서 동료직원들에게 청렴과 공정성을 지켜달라 강조하곤 했다. 박 전 차관은 “열심히 일하다가 실수하는 것에는 관용을 베풀지만 고의로 범법을 하고 부정행위를 하는 것에는 엄중대처했다”고 했다.
이밖에도 책은 논산부시장 이야기, 대전광역시 부시장 이야기, 창조문화도시 만들기, 지방자치성공의 조건, 국제화시대 인재양성, 투명한 정부전략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았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