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모처럼 천안의 역사문화자원 현황과 활용방안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그러나 주최측의 홍보부족이라 하더라도 관계자 외 방청객은 전무한 형편, 천안시의 향토사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역사문화연구소가 24일(금) ‘천안의 역사문화자원 현황과 활용방안’이란 주제로 학술대회를 가졌다. 단국대 천안캠퍼스 율곡도서관 2층 다목적실에서 오후 1시부터 진행된 이날 학술대회는 오후 5시30분이 돼서야 끝이 났다.
역사문화연구소의 이종수 교수는 “그동안 천안지역에서 이뤄졌던 고대문화에 대해 역사적·고고학적 연구성과를 집성해 보고 이를 현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라고 소개했다. 학술대회는 2시간동안 기조강연과 3건의 주제발표, 그리고 100분간 종합토론으로 이어졌다.
한편 얼굴만 비치고 곧바로 가버린 시청 관계자들에 대해 주최측은 ‘실망스럽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종합토론의 좌장을 맡은 공석구(한밭대) 교수는 “좋은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며 “시에 꼭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남석… 문화유적 정비·보존개념 재인식 필요
이남석(공주대)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천안 선사·고대유적의 활용방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그에 따르면 천안에는 찬란한 선사와 고대문화를 느낄 수 있는 다량의 문화유적이 부존되어 있다. 특히 ‘목지국’의 위치에 대해 전북 익산설, 충남 공주설, 경기 광주설, 경기 인천설, 충남 예산설, 경기 안성설과 함께 천안 직산설도 제기돼 있다. 원삼국시대(삼한시대) 한반도 남부지역은 78개의 작은 정치집단이 형성돼 있었고, 그중 경기·충청·전라지역은 마한지역으로 54개의 소국이 자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목지국은 이같은 마한지역의 소국중에 중심국으로 보는 것이 일반이다.
또한 선사시대 유적을 보면 구석기나 신석기 시대 유적은 드물지만 청동기 시대의 유적은 어떤 지역보다 풍부하고, 규모나 내용도 두드러진 면이 많다. 수많은 유적의 존재현황은 천안이 청동기시대인에게 최적의 생활환경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문화유적은 역사적 자산이므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키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비의 전문성 부족도 심각하고, 전시적 정비올 대중성·경제성의 상실도 적지않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문화유적 정비, 보존개념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방적·공개적인 문화유적 정비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강종원… 천안 마한사 ‘목지국 비정이 핵심’
주제발표는 오규진(가경고고학연구소)의 ‘천안지역 고대문화유적 조사현황과 활용방안’을 시작으로 강종원(충남역사문화연구원)의 ‘천안의 고대역사 연구현황과 과제’, 이 훈(공주대학교)의 ‘천안지역 역사자원의 교육, 관광자원화 방안’이 이어졌다. 이중 강종원의 천안 고대역사는 천안지역에 많은 숙제를 안겨준다.
그에 따르면 천안지역의 마한사 연구는 목지국의 중심지 비정이 핵심이다. 또한 목지국의 백제병합문제가 함께 검토돼야 할 필요성을 밝혀준다.
마한시대와 관련해 천안지역이 주목받게 된 것은 ‘청당동 유적’의 발굴조사를 통해서이다. 무한시대의 묘제로 주목되는 것이 주구묘인데, 중서부지방의 여러 주구묘 가운데 천안 청당동 유적에서만 ‘중국제 물품’이 보이고 있다. 이는 청당동 세력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목지국일 가증성이 높다.
목지국의 백제 병합시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중 백제가 마한을 병합하는 과정에서 탕정성의 축조가 나온다. 탕정성은 아산에 비정되므로 마한의 중심지도 아산과 가까운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게다가 천안과 인접한 아산 배방일대에서 원삼국시대 중요한 유적들이 다수 확인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강종원 연구원은 “이같은 고고학적 상황으로 볼때 천안일대에 비정하는 견해가 타당성이 있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자신의 견해임을 전제로 백제초도를 포함한 천안지역 고대사연구의 문제점을 짚었다.
첫째 하남위례성으로의 천도배경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 신중한 사료비판이 전제돼야 한다. 셋째 백제초기로 소급될 수 있는 유물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넷째 위례산성 주변지역에 전해오는 설화와 전설 등은 자체가 역사적 사실이 될 수 없다. 다섯째 백제초도 고증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미흡하다.
이를 토대로 향후 천안지역 고대사를 연구하는데 있어 바람직한 방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목지국의 문제를 보다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마한과 백제 병합과정에 대한 연구가 보다 세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셋째 위례산성 주변지역에 대한 고고학적 조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넷째 천안지역 목씨가 귀족가문으로의 관련 가능성을 밝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천안지역이 가진 백제·고구려·신라적인 요소를 밝혀야 한다. 여섯째 설화·전설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연구가 있어야 한다. 일곱째 백제 말기 국경선의 문제가 검토돼야 한다.
강 연구원은 끝으로 “한정된 문헌자료를 가지고 이들 문제를 구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고고학적인 연구성과를 원용할 경우 천안 고대역사와 문화를 상당한 수준까지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종합토론… ‘발굴유적전시관’ 설치 제안
기조강연과 주제발표가 모두 끝나자 곧바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좌장은 공석구 한밭대 교수가 맡았고 서정호(공주대), 백종오(한국교통대), 이종수(단국대) 교수와 이종택 천안박물관 학예팀장, 김성열 천안역사문화연구실장, 임명순 천안향토사연구회원이 나섰다.
백종오 교수는 천안시가 천안박물관에 만족하지 말고 ‘발굴유적전시관’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굴유적전시관은 유물보관과 야외유적공원 기능을 포괄하고 있다.
김성열 천안역사문화연구실장은 “정작 들어야 할 사람들은 없고, 말할 사람들만 있다”며 은근히 시청관계자가 함께 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이종택 천안박물관 학예팀장은 활용방안과 관련, “유적공원이 만들어져 있다고 활용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불당동·두정동 유적공원같은 경우 ‘유적공원의 날’을 지정해 그날 하루 다양한 문화체험의 날로 꾸미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올레길과 같이 특성화된 고대문화유적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고대엣길걷기’ 산행로를 개발하는 것도 좋겠다”고 제시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이종수 단국대 역사문화연구소장은 “한달동안의 짧은 준비기간이었지만 좋은 내용으로 학술대회를 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힌 후 “앞으로는 천안과 관련된 목지국 연구조사에 열심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덧붙여 관내 역사고증이 산적해 있는 것은 연구주체와 시행정, 그리고 시민의 의지가 부족해서라며 ‘관심’을 촉구하고, 젊은 지역향토사가들의 활동이 없어 단절될 위기를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