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14일 공공디자인가이드라인 수립용역의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은 간단히 천안시에 맞는 공공디자인을 하자는 이야기며, 이를 위해 표준을 정하자는 것이다. 관공서가 먼저 시내 곳곳을 표준 공공디자인으로 바꾸면, 민간영역에서도 그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처리해 깔끔하고 효율적인 이용편의를 갖자는 것이 주된 취지다.
여론조사 ‘미래는 첨단산업도시?’
현재 천안시의 이미지(좌)와 발전방향(우)에 대한 일반인과 전문가 590명의 설문결과표.
이같은 용역수립을 위해 천안시가 2013년 10월7일부터 같은 달 24일까지 590명(일반인 391명, 전문가·관련부서 199명)을 대상으로 ‘주민의식조사’를 결과 벌였다.
이에 따르면 천안시에 알맞는 이미지는 ‘교통의 요충지’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전문가 75%, 일반시민 3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반시민들은 역사·문화도시(16%), 첨단산업도시(15%), 교육도시(12%), 농촌도시(10%), 녹색도시(8%) 순으로 응답했다. 또 도시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전문가 및 관련부서 의견은 첨단산업도시가 40%, 교통물류중심도시 32%로 답변했으며 일반시민은 역사·문화도시 24%, 첨단산업도시 23%, 자연관광 휴양도시와 교통물류중심도시가 각각 17%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천안을 대표하는 색상으로 일반시민(41%)과 전문가 및 관련부서 직원(69%) 모두 미래지향적인 의미의 ‘청색’을 꼽았으며 다음으로 깨끗함을 상징하는 ‘백색’, 녹색(친환경), 적색(열정, 역동성) 순으로 응답했다.
천안이 천안삼거리, 호두, 독립기념관으로 상징된다는 것은 이견이 없다. 일반시민은 능수버들이나 아라리오광장도 상징요소로 삼았다.
공공디자인 사업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곳은 천안역 광장 및 주변, 종합터미널, 신부동 문화공원 순으로 꼽아 천안시 관문의 중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결과에 따라 시는 공공디자인 연출에 첨단적이미지 반영과, 시민의 역사적 주요인식 및 대표적 색채를 공공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지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시 도시개발과 권태순 팀장은 “가이드라인이 시의 모든 사업에 디자인 심의기준으로 활용되는 만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발전방향 ‘모호한 기준’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듯 ‘여론조사가 정답’이 될 순 없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여론은 그 대상집단의 대다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지, 그것이 옳거나 그르다는 것을 알려주진 않는다”고 밝혔다. 즉 여론이 답인 양 착각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번 용역수립을 통해 이뤄진 주민의식조사는 590명에 한한다. 천안시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선 일반인들이 교통의 요충지를 꼽았지만 역사·문화도시와 첨단산업도시는 비중이 같았으며, 교육도시도 약간 뒤쳐졌을 뿐이다. 전문가 영역에서는 오로지 교통의 요충지만이 압도적인 수치를 던져줬고 일부 첨단산업도시를 선택했다.
천안시의 발전방향은 선택할 수 있는 예시가 협소해 제대로 된 질문지인지 의심스럽다.
일반인은 천안시의 미래를 역사·문화도시(24%)나 첨단산업도시(23%)로 가야한다는데 좀 더 많은 지지를 표시했다. 하지만 역사·문화도시 외에 자연관광휴양도시나 농업관광휴양도시, 또는 사계절 문화P술도시의 구분점이 모호하다. 즉 6개의 선택답안은 첨단·물류산업도시와 문화관광도시 두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일반인은 문화관광도시로 가길 원하고, 전문가는 첨단·물류도시로 가야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가지 짚고넘어갈 것은 ‘천안시 발전방향’이 물질문명의 발전인지 삶의질 향상을 위한 정신문명인지가 불분명하다. 물질문명의 발전으로 ‘첨단산업단지’를 택하는 건 당연해보이나 정신문명의 발전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답안이기 때문이다.
발전방향은 인간이 중심이 돼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즉, 우리지역이 어떤 쪽으로 발전해야 대다수 주민들이 삶의질을 충족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로 볼때 전문가들은 다분히 현실을 바탕으로 한 변화추이를 내다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 관계자는 “첨단산업도시나 교통물류중심도시가 사람이 살만한 곳인가는 제고해볼 일”이라며 “오히려 일반시민들이 자신이 살고싶은 도시를 꿈꾸고 있는 결과물에 가깝다”고 전했다.
천안특성 담을 아이디어 ‘미약해’
용역수립에서 밝힌 현재 천안시 공공디자인의 현주소는 ‘암담’하다. 공원 개방성도 미흡하고 녹지시설도 부족하다. 공원특색도 부재하다. 공공건축물은 특징이 없을뿐만 아니라 권위적이고 획일적이다. 공공시설물 또한 통일성이 결여돼 있으며 과도하게 보도를 점유하고 있다. 공공시각매체는 과도한 색채를 사용하고 있는가 하면 통합화 개념도 부족하고, 옥외광고물 또한 원색이나 고채도를 사용하고 있거나 규모와 정보량이 과도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공공디자인의 방향은 공간의 비움, 범죄예방, 인간친화성, 기능성, 역사문화성, 랜드마크,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관리용이성 등 좋은 것은 다 집어넣은 모양새다.
하늘아래 가장 살기좋은 천안이라는 슬로건 아래 교통·미래·문화·역사·교육·정신·자연 등을 소통과 어울림으로 풀어내자는 것이다. 용역은 결론적으로 ‘흥의 문화가 깃든 도시’를 만드는 것이 어떠냐고 제시했다. 그들이 내놓은 공공디자인의 미래상은 생활의 흥, 미래의 흥, 문화의 흥을 일으키자는 것. ‘뛰어야 부처님 손바닥’이라고, 천안시의 디자인은 ‘흥’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편 천안을 대표하는 색이 왜 ‘청색’일까. 미래지향성을 갖고 있다는 청색은 일반시민이나 전문가가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천안의 특색을 담은 색으로 선택했다기 보다는 갈색이나 녹색, 적색, 백색보다 가장 보편적인 색이라서 선택된 것은 아닐까. 색이 원색으로만 제시된 것도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으며, 타지역과 중복되는 색상이 되기도 싶다.
천안시 심볼마크를 보면 청색과 적색, 녹색, 회색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청색이 나타내는 상징은 ‘교통’이다. 적색은 교육, 녹색은 문화, 회색은 편안한 땅을 상징하고 있다. 즉 천안시 심볼마크는 편안한 고장이라는 이미지 속에 교통·교육·문화가 잘 어우러진 곳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실려있다.
공공디자인은 천안의 특성을 담아내기 보다는 어느 지역에나 어울리는 보편타당한 일반디자인을 끌어들일 뿐이다. 예로 들어 보도는 보행자의 통행경로를 따라 연속적으로 설치한다든가 폭 5m 이상 보행자도로의 경우 가로녹지대를 조성하는 등이며 소공원 또한 개방성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담장과 펜스를 지양하고 범죄예방을 위해 눈에 잘 띄는 위치에 CCTV를 설치한다든가 하는 것 등이다.
상징요소를 추출하는 방식은 그나마 천안이라는 내용물을 보여준다. 버드나무의 늘어진 가지를 디자인화한 건물이라든가 호두 모양을 본뜬 건물형태가 그것이다. 산업도시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 예술가나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아트프로젝트와 공공미술을 도입해 시각적 예술이 가미된 회사나 공장건물을 짓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용역은 ‘지금은 도시개발과의 도시디자인팀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도시디자인과를 두고 그 밑에 도시경관, 경관행정, 옥외광고물, 공공디자인 등의 팀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용인시나 영주시는 이미 이같은 디자인과를 두고 운영해가고 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