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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의 첫여성서기관, 조광희 정보교육원장을 만나다

성실·책임감 투철한 공무활동, 여권신장에 맞는 여성경쟁력 갖춰야…

등록일 2014년01월2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2002년 9월, 정치인 성무용이 첫 천안시장이 되고 천안시 여성공무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 여성공무원들은 할 말이 많았다. 그중에도 두가지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했다. 한 여성이 “사회참여가 수직으로 늘고 있었지만 여성의 고위관리직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5급이상 여성은 두명(김희순·조광희) 뿐으로, 이는 전체의 0.6%에 해당됐다. 또다른 여성은 “여성에게 주로 맡겨지는 업무가 민원·단순 업무로 근무평점에서 불리하다”고 피력했다.

이에 성 시장은 “여성에게도 남성들과 대등한 근무조건을 마련해 정정당당히 승진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여성으로서 외적 근무요건의 어려움이 따르는 게 현실이지만, 그렇더라도 최대한 불공정을 개선해 보편타당한 인사가 되도록 챙기겠다”고 답변했다.

 

2014년 1월2일, 여성공무원으로는 가장 윗선인 조광희(58) 세무과장이 정보교육원장으로 승진·발령받았다. 천안시 여성공무원으로는 최초로 4급 서기관급이 탄생한 것이다.

“일단 기쁩니다. 승진이 저 개인의 기쁨이기도 하지만, 천안시 모든 여성공무원들의 기쁨이 되었으면 합니다.” 승진소감을 묻자 조 원장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조 원장이 과장을 단 것은 2000년으로, 서기관이 되기까지 꼬박 14년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그녀의 경력으로 볼때 승진이 늦은 감이 있다고도 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는 인식도 있으며, 남녀 평등한 입장에서 경쟁하도록 천안시가 더욱 힘써야 할 숙제라고도 했다. 물론 한동흠, 박재은 국장같이 비슷한 기간을 거친 이들이 있으며, 산술적으로 따져볼 수 없는 부분이라 ‘여성의 시각’이 반영된 의견으로 볼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 17일(금) 중앙도서관에 위치한 정보교육원장실을 방문했다. 승진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밝은 표정이라 느낀 것은 착각일까.

“예전에는 여성들을 주로 민원부서에 배치하는 것이 관행이었기에 공채 1세대로서 제가 부임하는 부서도 그런 곳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주어지는 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그러면서 보람도 있었다고 봅니다.”

가장 즐겁고 보람됐던 때를 묻자, 곧바로 여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던 때를 떠올렸다. “사무관으로 승진(2000년)해 천안시 최초의 여성동장(원성1동장)으로 부임했을 때가 아닌가 합니다. 대민업무가 중심이기에 여성동장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직접 몸으로 뛰면서 현안문제를 해결하러 노력했죠. 그때 알게 된 주민분들과의 관계가 지금도 유지되고 있을 정도로 그 시절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시 조 동장과 주민대표들은 ‘재개발’과 ‘원성천 개선’을 제1과제로 삼았다.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상주인구가 증가하도록 재개발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유량동 일대를 주거지역으로 풀고 유량동 도로를 넓히는 것도 숙제였다. 원성1동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이전하는 문제를 비롯해 협소한 동사무소 이전문제도 해결책을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또다른 기억은 2005년 여성정책과장으로 있을 때다. 여성공무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여성관련 기관과 시설, 단체에 지원을 확대하며 여성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활동을 활발히 장려했다. 그런 노력으로 ‘2005 여성이 행복한 고을선정 우수기관보고회’에서 성무용 시장이 대통령상을 받고, 그는 천안시의 여성정책우수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조 원장은 강단있지만 데면데면한 것 같은데, 그 속에 ‘열정’이 가득하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는 속성이다. “모든 업무가 처음 접하는 업무라 자체특성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지만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감과 열심히 추진함으로써 얻는 성취감이 크다”는 그녀의 말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꿈을 묻자니, 특별한 계획은 없단다. 다만 공직자로서 끝까지 정도(正道)를 걷고자 하는 것이 계획이고 다짐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라는 윤동주의 서시처럼 그도 “훗날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는 공직자로 남고싶다”고 했다.

조 원장의 취미는 주말에 산에 오르면서 사색하는 것. “천안은 교통이 좋은 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언제나 찾을 수 있는 좋은 산이 가까이 있는 것입니다. 활력이 넘치는 도시분위기가 좋습니다.” 천안을 칭찬하니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럼 천안의 안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짧은 기간 급속히 발전해서인지 시민의식이 따라오지 못하거나 천안시민으로서 자부심이 부족한 듯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여성공무원을 대표해 한말씀 해달라 요구하자 기다렸다는 듯 말을 꺼낸다.

“먼저 ‘나는 여성이니까’ 하는 소극적 태도를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부서배치나 승진인사에도 굳이 성별에 대한 고려 자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인식의 변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기초자치단체는 대민업무가 주되다 보니 여성들의 섬세한 역량이 행정을 보다 투명하게 하고 안정적이게 합니다. 무슨 직책을 갖고 있는가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나름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행복한 공무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 천안시 여성서기관이자 생겨난지 얼마 안된 정보교육원(도서관·평생학습과·시민여성회관) 원장직을 수행하게 된 조광희 원장은 “부족하지만 많은 격려와 채찍이 필요하다”며 관심을 가져줄 것을 끝으로 당부했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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