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서양화가로는 천안 유일의 목우회 회원인 정명순씨. 그는 전국에 240명밖에 없는 목우회원인 것에 자긍심이 크다.
그에 따르면 58년의 역사를 갖고있는 목우회. 쟁쟁한 실력파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천안에서는 박인희(서양화), 정세훈(서양화), 김무호(문인화), 서경원(문인화)가 전부다.
목우회원이 되기까지 그의 ‘독’한 집념은 11년간 100호짜리 공모전에 빠짐없이 참가한 것으로도 증명된다.
작품명 '가을서정'
작품 '바다'
그런 그녀에게 어떤 이가 ‘장이’를 붙여야 될지 ‘쟁이’를 달아줘야 할지 모르겠다 한다.
사전적인 의미로 볼때 ‘장이’는 그것과 관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으로 칠장이, 양복장이, 땜장이 등을 말할때 쓴다. 반면 ‘쟁이’는 그것이 나타내는 속성을 많이 가진 사람이란 뜻으로 겁쟁이, 멋쟁이, 고집쟁이 등을 일컫는다. 그녀에게 장이는 어울리지만 쟁이도 알맞을까?
“난 서울 경복궁 인근에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어린 시절을 돌담길에서 보냈죠. 당시는 흙길이라서 매일같이 땅바닥에 그림낙서하며 자랐어요. 그림그리기를 무척 좋아했었나 봐요.”
그의 말대로라면 ‘쟁이’도 맞을 듯하다.
작품 '그곳은'
작품 '여름날2'
나이 스무살때 소개팅에 대타로 나온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다.
아무 가진 것 없이 천안에 내려온지 31년째. 북면 산골짜기에 농장일을 하면서 지낸 시절이 지금에서는 무척 그립기도 하다.
“처음 3년간은 호롱불을 켜고 살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보통 용기가 아니었나 봅니다. 감히 그런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니….”
가난하지만 아들, 딸 낳고 열심히 살아온 세월. 사슴, 염소, 한우, 젖소, 닭, 오리 등 안키워본 것이 없을 정도다.
26년 전, 그녀는 남편에게 ‘오전’을 얻어냈다. 오전은 그림그리는 시간이며, 가장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천안시내에 화실을 마련하고 오전만 보내면 그녀는 냉큼 농장일을 거들러 북면 오곡리로 향했다. 그러다 아이들이 모두 대학생이 되어 뒷바라지가 쉽지 않자 목천 신계리에 ‘꺼먹돼지’라는 음식점을 내고, 부부는 자정 너머까지 일에 매달렸다.
자화상.
‘네버 엔딩 스토리’같은 그녀의 인생담이 그를 강하게 이끌었는가. ‘한이 삶을 만든다’는 그녀의 그림에는 ‘아련함’ 같은 정서가 마음을 촉촉이 적셔준다. 아니, 아련함보다 더욱 강렬한 애잔함이랄까….
풍경 전문인 그녀가 2011년 들어 인물그리기에 나서면서 나름 또한번의 성장을 이뤘다.
“유화로 인물을 디테일하게 그리기는 너무 어려워요. 인물의 특징을 잘 살려내면서도 섬세함을 표현해내야 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죠. 특히 유화로 살색을 내는 것이 쉽지 않고, 마른 다음에 칠하기를 반복해야 하니 2호짜리 작은 작품이라도 통상 한달 정도가 걸리는 셈이에요.”
인물그리기의 특징이라면, 실제 얼굴보다 조금은 더 젊게 그린다는 것.
“누구라도 자신의 본 모습보다 멋있고 예쁘게 나오길 바라죠. 그런 바람을 아주 조금 반영해주는 정도에요.” 그래서인지 그녀의 자화상은 가장 맵씨있고 예쁘게 그려낸 작품중 하나로 자평한다.
“그림작업이 내 인생을 지탱해주는 지지대 같아요. 올해 열심히 작업해서 11월달 정도에 개인전시회를 열어볼까 합니다. 이 작은 (작업)공간이 나에겐 또다른 보금자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