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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공천제 없애자니까 자치구의회 폐지?

6·4지방선거 최대현안 여·야공방… 새누리당 폐지약속 뒤집어

등록일 2014년01월2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18대 대선정국에서 여·야 정당 모두 ‘정당공천제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전국시장·군수·구청장들과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는 오래 전부터 정당공천제는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당공천으로 인해 주민선택권이 왜곡되고 지방의 중앙정치예속, 공천에 따른 비리와 잡음 등 그 폐해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정당공천제 폐지입장을 고수했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은 광역시의 구의회 폐지를 들고나왔다. 약속을 깨버렸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5일 기자회견에서 “지방의회가 너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어 기초의회(자치구의회)를 폐지하는 쪽으로 정개특위 위원들의 당론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변심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바람이 불고있다.

전국 기초단체장·기초의원 ‘거센 비판’

2013년 10월25일 강원도 평창군(알펜시아)에서 있었다.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 159명이 모인 이날 18대 대선시 여·야후보 모두 국민과 약속한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정치공약을 이제는 각 정당 및 국회에서 서둘러 입법화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9일 성명서를 내고 새누리당을 향해 기초선거 공천폐지 공약을 즉시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정당공천제로 인해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것을 문제삼으며 ‘정당공천제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새누리당이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도 같은 날 국회 정론관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장협은 ‘대도시의 자치구의회 폐지는 그간 정당공천폐지 입막음용 카드로 써먹어 왔지 않느냐며, 더이상 하향식 정당공천으로 금권공천 등 정치부패는 물론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의 도구로 전락시키지 말 것을 주장했다. 현실의 정당공천제는 권력독점욕의 산물이라고까지 비판하며, 진정한 지방분권 실현에 중앙정치권이 적극 앞장서줄 것을 촉구했다.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각 정당들의 생각은 달랐다. 안철수 신당은 민주당과 같이 폐지입장을 보였다. 안철수 의원측은 7일 지방선거 개혁방안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성명부제 선거도입(30% 보장), 정당기호 순위제폐지 등을 제시했다.

반면 진보정당들은 대체로 폐지가 아닌 보완입장을 내놨다.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건 기껏 8년 전. 그 전에 정당내천의 부작용, 조직과 돈을 앞세운 지방토호들의 득세 등을 막고자 소선거구제에서 중선거구제로 바꾸고 정당공천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들은 정당공천제를 다시 없애자는 것보다 ‘예전’과 같은 폐단이 결코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은 정당공천제로 책임정치를 확립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정의당도 같은 의견이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역분할구도 심화, 중앙당 입김, 공천비리 등이 정당공천의 폐지이유라면 이러한 문제점은 공천개혁과 정당민주화, 정당지지율에 비례하는 의석수 보장을 통해 바로잡을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당공천제 폐지는 그동안 정당공천제와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여성 등 사회적 약자, 소수당의 진출이 늘어 지방의회에서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확대되어 온 긍정적 성과까지 축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누리당, 잘못된 약속?

분명 정당공천제로 많은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정당공천제를 폐지한다 해서 모든 폐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칫 문제양상만 달라지는 ‘시소게임’이 돼선 안된다.

현재 지자체선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정당공천제 때문이 아닌, 기존정당과 기성정치인의 잘못된 행태에서 그 원인을 찾는 시각이 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의 진출이나 신진정치인,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진출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 정당공천제 폐지로 대두될 문제점을 최대한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국회의원선거와 다른 점은 지역 내에서 이룬 정치적, 정책적 성과로 주민들의 올바른 평가를 받고 지역과 관련된 정책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기준이 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지역에 따라 정당별 지지도가 확연하게 갈리는 지역주의 구도가 지방정치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이 후보의 정당기호만 보고 찍는 ‘묻지마’ 투표 행태가 온전한 지방자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선거가 주민들의 지역대표에 대한 심판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비리를 일삼거나 자질이 부족해도 선거에서 당선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자연스럽게 정치신인들의 정치참여가 제한받게 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로는 지방단체장의 소속정당이 지방의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게 된다.

지방정치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안이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정당 내 민주주의가 정착되어 정당정치가 보다 성숙해질 때까지 기초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정당공천제 폐지보완 ‘지역정당활동으로…’

정당공천제 폐지는 어렵지 않으나 현재 지방정치가 안고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

우선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더라도 후보자들은 경력 소개를 통해 소속정당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가 특정정당으로부터 내부적으로 추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금지할 수는 없다. 또한 정당공천제 폐지는 원칙적으로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정치의 원리와 배치된다.

일각에서 개혁방안을 비례대표제의 확대와 주민(지역)정당제의 도입에서 찾기도 한다.

사실 지방선거에서 지역정치조직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면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되는 현상도 완화되고 지역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토론과 지역정치인의 정책경쟁이 활발해질 것이다. 또한 지역정당제가 도입되면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우려되는 토호정치의 발호와 지방의 탈정치화 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독일의 사례는 지역 정당제도의 장점을 확인시켜 준다. 독일의 경우 지방선거에만 후보를 낼 수 있는 정치단체들이 존재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1985년과 1992년 두 차례에 걸쳐 정당만 유일한 정치집단이 아니며, 정당과 경쟁관계에 있는 유권자의 공동체도 '기회균등의 원칙'에 따라 정당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최근 천안에서 몇몇 시민사회단체들이 그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외국에서는 이들을 유권자단체 또는 선거인단체로 부르는데,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그주의 경우 2004년 선거에 여러 유권자단체가 참가해 34.3%의 득표율을 올리기도 했다. 일본도 지방 선거에만 참여하는 도쿄 생활자네트워크, 가나가와 네트워크 등과 같은 지역정당이 활동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측은 주민의 참여정치가 확대되면 기초단체장의 권력강화나 지방토호세력의 의회장악력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중앙정치로부터 다소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지역적 정치조직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지역의 주요 의제를 중심으로 시민사회 구성원들을 규합하고 해당 지역만의 정치조직을 꾸려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돼야 의원의 자질이나 활동성과 등이 투표의 중요한 고려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민국은 말로는 '선거는 유권자들의 축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유권자들의 '정치할 자유'를 꽁꽁 묶어놓고 있다. 유권자의 참여를 가로막고 있는 정치관계법은 정치의 기득권 구조를 지탱시켜주는 한 요소이다. 지방자치를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도 '정치할 자유'의 확대는 절실하다.

예로 공직선거법 제93조를 들 수 있다. 이 조항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문서, 도화 등을 배포하거나 게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독소조항 때문에 시민단체나 유권자들이 후보자와 제대로 된 토론을 벌일 수 없다. 결국 정당공천제의 폐지는 선거법의 전체틀을 폭넓고 새롭게 손질해야 할 필요성을 던져주고 있다.

<김학수 기자>

양승조 “기초의회 폐지는 비정상화로 가는 길”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은 6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새누리당의 지방자치쇄신안에 대해 ‘기가 막힌 발상’이라고 비꼬았다. 양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새누리당 당헌·당규개정특위(위원장 이한구 의원)는 특별·광역시 기초의회(구의회)를 폐지하고, 현재 세번 연임이 가능한 광역단체장 연임을 두번으로 줄이는 것과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이 공동후보로 등록하거나 러닝메이트로 뛰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양 의원은 “설날 ‘떡국’으로 차례상을 차리자는 가족들의 의견에 난데없이 ‘피자’를 들고와 차례상을 차리자는 것과 다름없다”며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에 대한 공천제폐지 공약을 물타기 하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양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의 이번 기초의회 폐지는 ‘기발한 발상’이라기 보다는, ‘기가 막힌 발상’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새누리당은 ‘정치쇄신’ 운운하며 물타기 하지 말고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는 대선공약을 지키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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