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하나만 건너면 천안 입장인 안성땅에서 5대째 가업을 잇고있는 도예가, 박민수씨.
그는 자신을 ‘옹기쟁이’라 소개한다. 그도 막사발을 빚어온지 어느덧 50년, 인간경지를 넘어 자연계로 입성했다. “어떤 막사발이 제일이냐고요? 당연히 막사발다운 게죠.” 참 쉬운 답인데 왜 생각해내질 못할까. 현대인들의 병폐다.
그러나 실제 그런 막사발은 쉽게 만들어지지 못한다. 마음을 비우고 수천번 작업해도 하나 얻을까 말까 한다.
“흙, 불, 물, 장인이 혼연일체가 돼 만들어진 그릇은 사람이 아닌 자연이 빚은 것입니다. 옛날 조상들이 막사발을 구울 때는 단지 ‘밥을 먹기 위해’ 빚었을 것이며 거기에는 기교도, 터득도 없는 무아무심(無我無心)의 상태 아니었겠습니까.”
그같은 마음을 따라가고자 그도 매일 마음 비우는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성정동 구상골사거리(쌍용대로변) 앞.
성정2동(933번지)에 ‘란갤러리’가 생겼다. 2013년 12월21일 문을 열었으니 이제 보름 남짓 지났을 뿐. 거기에는 사과만한 도자기부터 사람 상반신만한 도자기까지, 그 가격은 10만원에서 400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도자기는 모두 도예가 박민수씨의 작품들이다. 눈이 초롱초롱한 박해란(26) 대표와의 관계라면 ‘이웃집 도예가’라는 점. “천안시내에 사시던 부모님이 10년 전 박민수 선생님이 사시던 집으로 이사간 것이 인연이 됐어요. 좋은 인연이죠.”
갤러리를 운영하고 싶어하던 아버지의 꿈이 해란씨에게 이어졌다. 충남예고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잠시 도자기를 배웠던 그녀에겐 안성맞춤. 잠시 직장생활도 해봤지만, 딱히 적성은 아니었던 그녀에게 갤러리 운영은 매력으로 다가왔다. 물론 운영자를 원했던 아버지에게도 딸은 적합한 인물이었다.
도자기를 다루는 란갤러리는 독특한 특성을 담아냈다.
도자기 판매에 한걸음 더 나아가 각종 감사패나 트로피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통 감사패나 트로피를 받는 사람들에게 도자기작품을 대신하면 어떻겠는가 하는데 착안했죠. 작품은 오래 보존할수록 가치가 높아지니까요.”
해란씨는 하나의 예로 ‘화환대신 쌀’을 언급해 설명했다.
“예전 기념행사엔 화환을 보냈지만, 최근엔 실용성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쌀로 대신하고 있고, 이렇게 모아진 쌀은 어려운 이웃에게 보내잖아요. 도자기감사패도 다분히 ‘실용성’ 있는 감사패라 보면 돼요.”
다만 도자기작품이다 보니 가격이 좀 더 비싼게 흠. 하지만 어차피 그냥도 구입하는 게 작품 아닌가. “실제 란갤러리로 들어오는 작품가격은 많이 줄인 거예요. 그러니 편안히 구경하시고, 다양한 패나 생일선물용으로 살펴봐주세요.”
갤러리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가끔은 밤손님이 없는 관계로 30분쯤 일찍 닫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