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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천 만마루 ‘용마지(龍馬池)’를 찾아

참판 꿈에 말이 못에서 나와 용으로 화한 곳… 300년 전 못, 지금은 논바닥으로

등록일 2014년01월0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12지간중에 천안지역과 관계가 깊은 동물이라면 ‘용(龍)’과 ‘말(馬)’일 것이다. 단적으로 용과 말로 이뤄진 지명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천안시역사문화연구실(실장 김성열)에서 보내준 마자지명 자료를 살펴보니 용과 말이 한데 있는 지명이 두곳이었다.

먼저 ‘용마(龍馬)산’이 눈에 띈다. 구릉이 천안삼거리로 이어지는 형태로 ‘용이 머리를 하늘로 향하며 나는 형상’, 즉 용마비두형(龍馬飛頭形)이다. 여기서의 ‘용마’는 용같이 생겼다는 상상의 말을 뜻했다.

용과 말이 함께하는 지명은 없을까? 한참을 뒤져서야 병천면 용두3리 만마루 마을에 ‘용마지(龍馬池)’가 있음을 알게 됐다. 자료상에 간략소개된 용마지는 ‘강신대 위에 있는 못. 숙종때 참판 류광익이 꿈에 이 못에서 말이 나와 용으로 변화하였으므로 용마지라 하며, 자손의 이름을 용마의 이름을 붙여지었고 그 자손들이 매우 번창하고 있다’ 했다.

용두리 마을분들도 잘 모르는 용마지. 1월4일(토) 오후 2시30분경 용두리를 찾았다가 “용두3리가 만마루일 거다”는 분을 만났고 재차 마을회관을 찾아 확인했다. 알려준대로 찾아가 다시 마을분에게 물었다. “저쪽 도로 건너편이 만마루고, 맨 윗집에서 두번째집을 찾아가면 94세된 한학자 어르신이 잘 알려줄 게요” 한다.

만마루는 지령리 남쪽에 있는 마을로, 옛이름은 고운 흙이 나는 곳이라 해서 분토골이다.

뒤에는 만종산이 둘러있고, 앞에는 문한산이 솟아있다. 청룡과 백호가 긴하게 싸고 상·중·하의 세층대로 되어서 매화만발형(梅花滿發形)이라 한다.

마을 가운데 찬우물이 있어 매우 청결하고 물이 달며 수량이 많았다. 숙종 21년(1695년) 매헌공이 터를 잡아 살면서 온갖 꽃과 나무를 심고 마을이름을 만화(萬花)동이라 했다.

한때는 70여호가 살았으나, 지금은 10여호로, 가장 젊은 사람이라야 일흔 노인이다.
 

류종상(93) 어른. 한학자로 알려져있지만 동면보통학교를 나온 후 독학하며 뜻을 뒀을 뿐, 제대로 배운 바는 없다 한다.

그분을 찾아뵈니 94세 류종상, 바로 류광익 선생이 9대조시란다. “나도 (살아생전)보진 못했어. 다만 족보에 나와있어 알고있지.”
 

만마루 강신대 앞. 지금은 논바닥으로 변해버렸지만 300년 전에는 연못이 있던 자리였다.

그가 안내해 가리킨 곳은 길가 논바닥이었다.

“강신대라 함은 바위이름을 가리키는 것이고, 그 앞에 9대조가 느티나무를 심었지.”

못이 없어진 지는 오래, 다시 볼 수 없게 된 것은 무척 아쉬운 순간이었다. 조선 숙종임금때라면 1661년에서 1720년 사이의 일로,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쯤의 일로 여겨진다.
 

다시 그의 집에 들렀다. 아내는 7년 전 사별하고, 자녀들이 있으나 아무래도 불편해 혼자 생활하고 있다 했다.

밥해먹는 것도 귀찮고 잔병치레로 병원에 자주 다녀야 하는 몸이지만, 그래도 자유한 몸이 좋다나. 추운 거실은 견고한 난로가 차지하고, 바깥에는 바싹 마른 장작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춥다. 바닥에 앉으려니, 시립다고 식탁의자를 권한다.

 

‘고흥류시검상공파보’라 쓰여진 족보를 찾아보니 ‘용마못’에 대한 설명이 되어있다.
 

<만마루에 있다. 매헌공이 새터를 잡아 집을 세우고, 온갖 꽃과 나무를 심어서 꽃마을을 이루고 앞에 못을 파서 연을 심고 고기를 길렀다. 그 둘째아들 참판공이 꿈에 큰 말이 못에서 나와 용으로 화하였으므로 아들과 손자들의 이름을 모두 용마의 이름을 따서 지었으며, 자손들이 매우 번창하다.>
 

돌아나오는 길에, 지금도 용마지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생각해본다.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이나 유래는 그 흔적이 현재에도 있어야 더욱 값진 것. 류광익 참판의 묘소는 인근에 있지만, 그의 아버지 매헌공이 판 연못과 그의 꿈을 통해 용마지(龍馬池)라 했던 곳은 이제 찾아볼 길이 없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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