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심의에 열중인 예산결산위원회 전경.
2014년도 예산안심사를 끝낸 결과 총무복지위원회는 13건에 26억2142만4000원을, 산업건설위원회는 0건에 0원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반응이 다양하다.
총무위(위원장 전종한)는 수영장 전광판설치, 생활체육회 인건비, 예술단 인건비의 3개 삭감건이 도마위에 올랐고 산건위(위원장 유제국)는 방대한 사업안들을 심사하고도 한푼도 삭감하지 못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산건위는 과연 못깎은 건가, 아님 안깎은 건가?
여태껏 산건위의 예산안삭감액이 제로가 된 예는 기억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내가 봐도 창피한 일”이라 했다. 하지만 산건위 의원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이 보여주기식 삭감을 하려 했다면 너무 손쉬운 일이다. 몇 개 비목에서 약간씩만 삭감하면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이 돼버린다. 그것이 오히려 얄팍한 행위라는 것이다.
유제국 위원장은 “의원들이 예산안심사에 심사숙고했다”는 점을 밝히며 “최근 복지예산이 상당히 늘어나면서 다른 부문의 예산이 줄어들었다. 업무가 제일 많은 건설도로과의 경우 2009년에 비해 3분의 1토막으로 줄어든 것이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즉, 그런 실정에서 꼭 필요하다 판단한 사업들로 올라왔는데, 깎아낼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20일 폐회 다음날 황천순 의원과 전화통화했다. 그는 행감과 예산안 심사로 목소리가 많이 피로해있었다. 그는 거두절미 “이슈가 없었다”고 했다. “성무용 시장이 3선시장으로 마무리하는 단계로, 신규사업보다는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들이 많았고, 내년 지방선거가 있다보니 민감한 사업들 자체를 만들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산건위쪽 사업들은 대부분 덩어리가 크다보니 예산절감 차원으로 기천만원 깎는 의미도 없다”고 전했다.
한편 총무복지위원회는 13건에 26억여원을 삭감했다. 12개비목에 대해 예산절감을 이유로 삭감했으며, ‘제1회 천안나라사랑 어린이사생대회 및 주부백일장(2000만원)’만 사업재검토할 것을 주문, 전액삭감했다.
총무위가 26억2000여만원을 삭감했지만 이들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3개비목에 해당한다. 예술단운영(국악관현악단 제외) 16억9162만원, 국민체육센터(수영장) 전광판설치 7억원, 생활체육회 운영(3명) 1억원으로, 이들이 차지하는 예산은 25억원에 달한다. 한 의원은 삭감내역과 관련해 “물론 내년도 추경에 재심사를 통해 조정될 수 있지만 의원들은 최소한 삭감취지에 부응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립예술단 인건비 ‘30% 일괄삭감’
총무위 의원들은 예술단운영건을 도마위에 올렸다. 내년 5개 시립예술단에 쓰여지는 예산은 87억원으로 이중 충남도와 함께 운영하는 국악관현악단을 제외한 4개 예술단원들의 인건비를 일괄 30% 삭감했다. 이를 두고 67명이 활동하고 있는 예술단노조(합창단 38명·교향악단 29명)는 자신들을 ‘탄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나머지 3개예술단까지 포함돼 있어 좀 더 큰 틀에서 해석돼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예산안을 심사했던 한 의원은 “시 규모에 비해 예술단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올해에도 20%의 인건비를 삭감했던 것은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강구하라는 메시지였지만, 실제 시행정은 노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내년에는 시행정과 의회, 예술단, 그리고 지역사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풀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기껏 노조탄압 운운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 예술계 인사도 “인건비 일괄삭감은 재정규모에 비해 예술단규모가 방대하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규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그는 “규모가 크다는 건 모두가 공감하는데 문제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대놓고 예술단 숫자 줄이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는 시대로 불만이다. 올해 자연퇴직자는 한두명에 그쳤고, 내년에도 그 수준이다. 이미 5개예술단의 결원이 80명을 넘어서고 있다. 30% 일괄삭감은 예술단을 해체하라는 말고 같다. 시 관계자는 “의원들이 하나같이 이해가 없다. 경각심을 준 것이라지만 실제는 문제에 대한 회피일 뿐”이라고 푸념했다. 그는 “이런식의 삭감은 우리도 불만인데, 공연히 노조탄압이라는 오해까지 받는 것은 달갑지 않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시는 본예산에 통과한 예술단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예술단 운영 전반에 대한 뼈대를 새로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수영장 전광판설치 ‘상반된 이해’
국민체육센터(수영장) 전광판 설치와 관련해서도 한때 의회가 시끌시끌했다.
7억원의 예산을 전액삭감한 것을 놓고 17일 천안시수영연맹회원 20여명이 항의방문했다. 이들은 인구60만이 되는 천안시지만 수영장의 인프라는 보잘 것 없다며 전광판 설치를 약속해놓고 한마디 말도 없이 예산을 삭감하는 처사를 비난했다. 이에 앞서 총무위는 심사에서 1년에 두세번 사용하는 전광판에 7억이나 드는 비용을 쓴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빌려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데 공감한 바 있다.
이와 달리 수영협회(천안체육회)와 수영연합회(천안생활체육회)가 통합한 체육연맹측은 의원들의 주장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 먼저 65만 천안시민들 중에 수영인구가 상당하다는 연맹측은 전광판이 없어 두세번의 대회를 유치한 것이지, 두세번의 대회를 위해 7억짜리 전광판이 필요한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즉 전광판 설치로 지금보다 더 많은 수영대회를 유치하며 천안의 수영문화를 활성화하고 더욱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이같은 수영연맹의 거친 항의에 총무위는 내년 추경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일단락했다.
한편 수영연맹 회원들이 항의방문하는 과정에서 욕설과 문을 걷어차 파손되는 등 소란이 일자 시의회측이 경찰에 신고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의회는 해당부서(체육교육과)가 정보를 유출했을 것으로 판단했고, 전병욱 부시장이 사과하는 선에서 일단락됐지만 “이런 식이라면 의원들이 어떻게 소신껏 일하겠냐”는 일부 의원들의 분통이 앙금처럼 남아있다. 의원들은 ‘원칙적으로 처리하자’는 입장으로, 23일(월) 오전 현재 의회사무국은 ‘고소처리’에 대한 의장결심을 기다리고 있다.
생체협 사무인건비에 무슨 문제가?
생활체육회 사무국 인건비도 도마에 올랐다. 체육교육과는 1억8000만원을 요구했지만 총무위는 과감하게 1억원을 삭감했다.
천안시는 사무국장, 사무과장, 사무원 3명의 인건비를 책정해 놓고 있지만, 관련 예산심사 과정에서 충남도내 15개 시군조사결과 천안시처럼 인건비를 주는 곳은 한군데도 없다는 점을 파악했다. 모 관계자는 “예전 이해관계에 있던 의원이 우겨서(강하게 주장해서) 인건비가 책정됐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에 총무위는 사무국장을 제외한 나머지 두명의 인건비를 삭감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처리했다.
이에 대해 시관계자는 “타 지역과 천안시처럼 50여개의 단체가 활동하는 천안생활체육회와는 업무강도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생활체육 내 불편한 고소고발건 등이 벌어지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높아진 부분도 삭감결정에 영향을 미친 건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 최근 고소·고발건은 선고유예와 기소유예로 판결났다는 점도 밝혔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