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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직도 회장직 8개야”

한상욱(90·쌍용동)/ 전 연기·옥천·충주(시장)·제천·천안군수… 망백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

등록일 2013년12월2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한상욱 선생. “건강하시죠!” 하니 시간 괜찮으니 오란다. 혼자 있다 하니 마음이 ‘짠’ 하다. 2005년쯤인가, 부부해로 60년이 됐다며 ‘회고록’이라도 써야 될까보다 했던 그. “벌써 8년이 지났어.” 세월을 가늠하니 회고록 운운했던 때다. 5남매 자녀중 가까이는 같은 단지에 살고있어 그나마 적적함이 적다.

연기군수-옥천군수-충주시장-제천군수를 거쳐 1977년 천안군수를 역임한 한 선생. 거실에는 온갖 서책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2005년 당시 11개의 회장직을 갖고 있다 했는데 지금은 많이 놓으셨겠다 싶다. “이제 나이도 있고, 애들도 그만 내려놓으세요 해서…, 지금은 8개밖에 없어.” 아흔 넘는 나이에 회장직함만 8개라니, 그야말로 ‘악’소리 난다.

“그런데, 난 다른 걸루 유명해.” 슬쩍 머리를 디민다. 숱은 많지 않지만 모두 까맣다. “아~, 염색하신게 아니군요” 하니 고개를 끄덕끄덕. “머리 안샜다 해서 유명하지.

그는 월요일과 수요일 노인복지회관에 나가 30명의 ‘제자’에게 서예를 지도한다.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시조회에 나가 시조도 부르고 이야기도 나누며 소일한다. 이외에도 종친회도 나가야지, 한시회 회장도 해야지 빈틈이 없다. 천안군수를 비롯해 그동안의 직함으로 여기저기 초대받고 불려나가는 것도 많다. 다행히 “오늘만 약속이 없다” 해서 대화가 편했다. “그래도 있다가 요 앞 공원을 두세바퀴 돌아야지” 한다.

갑자기 생각난듯 한자로 정성스레 쓴 글을 보여준다. 요즘 젊은이들이 역사교육이 서툴러 ‘탄원서’를 냈단다. 청와대와 주무부처, 그리고 각 언론사 대표 등 50여장을 우편으로 보냈다. 내용인즉, 국사가 선택과목으로 돼있어 공부가 없으니 이를 필수과목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좀 지나니 청와대편에서 회신이 왔는데, 교육부장관에게 검토지시를 했다는 거야. 그리고 얼마 안있어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잡았다고 하대.” 2009년 그같은 노력을 기울인 바, 내년 2014년때부터 필수로 전환된다 하니 그가 노력한 대가가 분명 돌아온 것이다.

또하나, 요즘 천안명현들에 대한 한시와 해석을 붙여놓는 작업을 틈틈이 하고 있다. 홍대용, 조병옥, 유관순, 황해성, 이기영 등 천안 역사인물을 한자리에 놓고 한시를 통해 그들을 알릴 수 있는 내용을 싣고있다. “내 죽으면 이 자료를 천안박물관에 기증하려 해.” “그렇담 먼 훗날이 되겠군요.”

노인의 처지에서 천안이란 세상을 바라본다. “천안시를 평하자면…” 하고 두가지를 읊는다. 세이경청하며 중요한 말이겠구나 생각했더니 썩 눈에 띄는 내용은 아니다. 실망. “내가 충주시장으로 있을때 소방도로는 다 뚫었다고. 그런데 천안시는 아직 도시형태가 꼬불꼬불해. 그게 아쉬워. 내가 미리 왔으면 전부 뚫었을 텐데….”

또한 얼마전 서울 갈일이 두 번이나 망쳐졌다고 했다. 문제는 폭설 때문으로, 길이 미끄러워 나설 수가 없었다는 것. “눈이 많이 쌓이면 제설작업이 안돼” 한다. 그 말에는 아파트 내나 이면도로 같은 곳들은 주민들이 솔선수범, 나서서 함께 치우지 않는 ‘주인정신의 결여’를 함께 말하는 듯했다.

조병옥 박사 이야기로 흐르자 눈빛이 반짝인다. 같은 병천출신으로, 젊을 적 술도 같이 먹고 식사도 하면서 속속들이 잘 알고 지냈단다. 조 박사의 철학박사 논문이 최고점수인 98점을 받은 일을 기억하며, 전화번호부를 통째로 외우듯이 머리가 좋았다고도 했다.

밤 12시쯤에 잠들 정도로 독서량과 텔레비전 속의 정보습득에 관심이 높다. 자정에 잠을 청해 새벽녘이면 눈을 뜨고 또다시 무슨 일인가를 한다. 최근에는 지난 토요일 성무용 천안시장이 낸 자서전 ‘열정 99.9도’를 읽는데 정신을 쏟고 있다. “얼추 다봤어” 한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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