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아동·청소년문학작가인 조재도(56)씨가 ‘눈물은 내친구’라는 책을 냈다.
그가 쓴 ‘불량아이들’, ‘이빨자국’, ‘넌 혼자가 아니야’와는 달리 그에게 글쓰기 교육을 배운 중학교 1학년생들의 글을 그가 엮어놓은 책이다.
그런데 ‘눈물은 내친구’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조재도씨는 “눈물이 묻어있는 아이들의 글”이라고 정의했다. 아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어른들의 문제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많은 아이들의 글에는 눈물이 묻어 있었고, 그 눈물이 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들 아이들은 지금쯤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을 만큼 세월이 흘렀다.
이주연이란 학생은 자신의 신체를 소재로 한 글쓰기에서 ‘손’을 택했다. 작은 손, 하지만 엄마노릇을 대신해야 하는 자신의 손은 언제부턴가 거친 손이 되어갔다. 엄지손가락을 다쳐 동생이 설거지를 해준 며칠간은 참 편했다고 고백한다.
<나의 손은 좀 작다. 그리고 나의 손등은 거칠하다. 나는 엄마가 안계시다. 첫째라서 힘든 일을 많이 한다. 특히 손으로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설거지, 손빨래, 이런 걸 매일 하다 보면 손에 주부습진이라는 게 걸린다.>
‘캔디형’ 남자도 있다. 어릴적 만화영화속의 캔디는 아무리 괴롭고 슬퍼도 울지않는 소녀였다. 이은재 또한 ‘남들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한 소년이다. 아직은 부모에게 응석받고 자랄 나이임에도 당찬 의지를 갖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나는 집에서 아무리 안좋은 일이 있어도 학교에서는 오버하며 웃고 떠든다.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절대 안된다고 나 자신과 약속을 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집은 그다지 화목한 가정은 아니라고 다들 말한다. 부모님께서 별거하고 계시고 이제 막 이혼까지 하려고 하시기 때문이다.>
사춘기, 어느 아이나 할 것 없이 ‘자기중심’의 사고를 고집하는 시기다. ‘나’를 중심축에 놓고 생각하는 이기심은 상대방과의 괴리만큼 차이(스트레스)가 생긴다.
정은실은 ‘엄마의 잔소리’가 제일 싫다고 한다. 잔소리는 사전적 의미로 ‘듣기싫게 필요 이상으로 참견하거나 꾸중하며 말함’이다. 엄마가 한두마디로 꾸중하더라도 이를 이기적인 처지에서 듣는다면 잔소리가 되기도 하는 법.
<14세라는 꽃다운 나이지만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인생이다. 공부의 스트레스도 심하고 인간관계의 고민에서 빚어져 나오는 스트레스도 심각하다만, 가장 심한 스트레스는 엄마의 잔소리 아닐까. 잘못 걸려 엄마의 그 두려운 입에 불이 붙어 작렬하면 그 불길은 순식간에 하도끝도 없이 번져나가 결국은 사람 기운을 쫙 빼놓는 그런 것이다.>
실제 책 제목과 같은 ‘눈물은 내친구’라는 글을 쓴 박은재의 이야기는 중학생들의 현실을 잘 대변해준다.
<난 꽤 잘 우는 편이다. 평소엔 잘 웃고 활발하지만 내 방에 혼자 있게 되면 학교에서 여태껏 쌓아온 서운한 감정들을 눈물과 함께 털어버린다. 그 때마다 ‘우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누군가 내 마음을 몰라주는 말을 하였을때 나의 하루는 완전히 망가져버린다. 사람들은 너무 태연히 가시돋힌 말을 내뱉는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럴 것이다. 눈물이란 나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유일한 친구이기도 하다.>
조재도씨는 말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등학생이 읽어도 무방할 것입니다. 어른들이 읽으면 더욱 좋지요. 선생님이나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부모님들이 읽으며, 우리 아이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