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했다고 하는데…, 아직도 아쉬움은 많아요.”
이숙이(55) 의원은 요즘 생각이 많다. 생각할게 많다는 건 답을 찾지 못했다는 거고, 그래서 고민이 많다.
“비례대표로 나와 나름 힘닿는 데까지 의정활동을 했다고 봐요. 그런데 앞으로는 어쩔까 싶습니다. 제가 없어도 되는지, 누군가 바통을 이어받을 분은 있으신지 하고요.”
이 의원의 4년은 오로지 장애인에서 시작해 장애인으로 끝나는 의정활동에 역점을 뒀다. 그간 행정이나 의회가 장애인의 삶에 보여준 관심은 극히 미약했던 바, 이 의원의 왕성한 활동으로 4년전의 장애인과 지금의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행정의 시각이 상당히 달라졌다.
“틈만 나면 담당부서(노인장애인과)에 찾아가서 이야기합니다. 장애인들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시설이라든가 의식이라든가 필요한 부분을 당부했죠. 그랬더니 이제는 관심도 늘고 이해도 깊어졌습니다.”
4년 전만 해도 ‘주간보호센터’에 대한 개념조차 몰랐던 행정불모지에서 이 의원은 장애인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펴왔다. 이 의원은 의정활동의 주축이 돼야 할 두가지 기둥을 세웠다. 장애인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독립할 수 있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가? 일조차 하기 힘든 중증장애인들을 가족 외에 돌봐줄 프로그램이 있는가?
이 의원은 최근들어 밥사준다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좋아한다. 설마 ‘밥 한끼’ 때문에 즐거울까. “제 자랑 같지만요. 제가 부단히 쫓아다니고 노력해서 성인주간보호센터 2곳이 생겼어요. 발달장애인(사회적으로 덜 성숙된 장애인)은 학교교육이 끝나는 성인이 되면 가정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부모나 가족은 더욱 힘들어집니다.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죠. 주간보호센터는 그들에게 그런 직장이 되는 곳입니다.”
이 의원은 중증장애인을 위한 주간보호센터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일할 수 없는 장애인들이 집 외에 갈 곳도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지난 11월15일 이숙이 의원이 주축이 된 천안시의회 장애인사회참여지지 연구모임에서 ‘중증장애인, 성인이 되어 어디로 가야하나’란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졸업 후에 오로지 가정이 모든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장애를 가진 아이나 그 가족 모두 불행할 수 있다. 현재 천안에 살고있는 발달장애인은 1930명으로, 이중 성인이 1327명에 이른다.
“장애인 성폭력피해문제를 비롯해 아직도 얼마나 많은 문제가 방치되고 있는지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4년 의원생활이 끝나가는 지금도 이 의원의 주름은 더욱 깊어만 진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