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복(60`작가)씨를 보면 문득 '백문조'란 새가 생각난다. 왜일까.
공통점이 몇 있다. 일단 이름에 '문'자가 있다. 붉은부리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아담하고 귀여운, 생김새도 '비슷'하다. 특히 상냥한 웃음은 삶에 찌들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
어릴적 어느 그림책에는 맛있는 것도 마다하고 고향에 가고싶어하는 백문조가 있었다. 지금쯤 그 녀석은 고향에 가있을까.
아마 이문복 작가가 사는 곳처럼 석양에 비친 붉은호수도, 바람소리 들리는 평온한 숲이 있는 고향에 가있겠지.
이문복씨는 천안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다 정년을 맞았다. '선생님'이란 소리를 반평생 달고 산 그. 교사가 천직이었나?
아니다. 스스로도 어떻게 교사로 살아왔는지 의문부호다. 혈기있던 시절, 교육운동도 했다.
덕분에 해직교사란 딱지를 '주홍글씨'처럼 달게 됐지만, 세월이 흐르다 보니 반짝이는 훈장처럼 자랑스럽다.
'전직교사'가 된 지 수년. 하지만 시인, 수필가의 삶은 현재진행형이다.
억지스럽지만 또하나의 직업도 갖고 있다. 그의 집을 방문한 사람들만 경험할 수 있는 '숲해설사'가 그것. 별장같은 집에서 맛난 차 한전을 먹고 출발하는 산책길은 너무나도 황홀하다.
김기덕 감독의 2003년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인 경북 청송 주산지와 비교해볼만 하다. 또한 까투리 푸드득거리는 숲은 어떤가. 밤나무가 흐드러지고, 원추리가 방싯거리는 숲은 오로지 그녀의 숲.
몇몇이 사는 마을주민들은 그와 같이 숲의 호사를 누리지 못한 채 365일 그의 발자국만 찍힐 따름이다.
"바로 요 자리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제일이랍니다."
그녀가 가리키는 곳에 서보니 그야말로 풍광의 얼짱각도와 다름 아니다. 멀지 않은 곳에 철새로 보이는 새 한 마리가 안성맞춤, 물 위로 뛰어달린다.
그에 따라 햇살이 얼비치어 물빛이 반짝반짝. 그의 무릉도원은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런데 첫 시집은 언제 나옵니까?" 넌지시 묻자 "그렇잖아도 주변에서 내라 해서 준비중에 있어요" 한다.
그의 시는 아직 보진 못했지만 두 편의 수필에서 느껴지는 '내공'은 상당했다. 당연 시도 좋겠지 싶다.
그녀에게 행복의 주관적 정의를 뭐라 할지 궁금하다.
"무슨 일이든 집중해있을 때,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시시각각 다르게 전해오는 풍광들, 전 누구보다 마음이 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