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따라 가고싶어 강으로 간다~
‘시냇물’이란 동요를 부르노라면 어찌 내 마음과 그리 같을까. 50을 바라보는 성제선(47·여)씨는 요즘따라 지난 세월이 쉬이 떠오른다.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한 사연을 가슴에 담고 살던 그. 30을 넘기지 못하고 참았던 스트레스가 폭발했다.
그러다 알게 된 지역 풍물패에 가담하면서 몸을 옥죄어오는 답답함이 서서히 풀어졌다. 신나게 두드리고 펄쩍펄쩍 뛰면서 땀을 ‘홈빡’ 흘리면 몸 어딘가에 고여있던 스트레스도 함께 빠져나갔다.
그리고 5년. 응어리진 것들이 다 사라지고 없어졌나 했더니, 웬 걸. 고개를 무섭게 치켜드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소리(민요)’가 하고싶은 거였다. “스스로도 대단하다 싶을 정도의 집념이었어요. 떨쳐도 계속 생각나고, 침이 바짝바짝 말랐죠.”
그간 열심히 배워서 상쇠까지 하는 수준까지 오르고, 단장도 말리다 지칠 무렵 그는 검정고시를 준비해 대학에 들어갔다. 이른바 ‘전통문화예술학과’, 즉 소리를 전문으로 배우는 곳이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늦깎이 배움이 그녀를 대학원으로까지 안내했다.
그가 배운 건 ‘서도소리’였다. 무엇이 딱히 좋고 나쁨 없이, “서도소리 스승을 만났으니 서도를 배우게 된 것”이 이유의 전부다.
서도소리는 평안도와 황해도를 중심으로 민간에서 주로 불린 노래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민요·선소리·시창(時唱)·잡가(雜歌) 등이 모두 포함된다.
드디어 올해 2월 천안박물관 공연장에서 한(恨)을 풀었다.
1시간 반 정도의 공연시간에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모두 선보인 것이다. 눈물도 한도 모두 소리로 배출됐다. 공연을 마친 후 마치 혼이 빠져나간 듯 나른한 몸만 남겨진 자신과 마주대했다. ‘이젠 됐다. 성제선, 너는 해냈어.’
그리고 이번 ‘천안흥타령춤축제 2013’에서 옛 풍물패 단장을 만났고, 그들의 비는 무대에 ‘흥타령(민요) 따라부르기’라는 코너를 제안받았다.
“서도소리의 전국민 애창곡 ‘아리랑’과 함께 경기민요지만 천안을 대표한 경기흥타령 ‘천안삼거리’를 가르치고 싶어요.”
며칠 뒤 그와의 통화에서 갑자기 다른 단체팀의 일정이 잡혀 서지 못했다며 “기회란 또 주어지겠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