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보고회라 해도 명확하지 않은 개념들로 비판적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천안시가 도시특성을 살린 고유의 도시이미지를 디자인할 수 있을까.
시는 지난 9월24일 오후 3시 시청 중회의실에서 ‘천안시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 수립용역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전병욱 부시장 주재로 열린 이날 보고회는 추진현황 보고, 공공디자인 개념, 기본계획, 가이드라인 기본방향, 시범사업 및 실행방안 등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용역을 수행한 ‘김현선디자인연구소’의 김현선 소장은 공공디자인의 미래상을 ‘천안의 흥을 더하다+’로 정하고 사람과 자연, 천안의 미래, 천안의 문화와 소통을 목표로 제시했다.
또한 김 소장은 통합 이미지구축을 위한 표준적 가이드라인과 차별화된, 천안시를 위한 특정공간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분류하고 이미지 통합화와 주요공간의 중점관리를 통해 천안의 ‘흥’ 더하기를 제시했다.
시범지구 2개소의 디자인개발 및 기본설계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만남로 간판정비사업 및 신부문화공원 환경정비는 이미 시행한 ‘만남로 걷고싶은거리 조성사업’의 파급효과를 강화하고, 가로특성에 맞는 아이템 접목, 옥외광고물 정비를 추진하고 문화거리에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으로 조성할 것을 강조했다.
두정도서관 책테마 창의 공원화사업은 주거단지 내 휴식과 즐거움의 장소, 책테마 장소성 부각, 학생들의 창의력 증진 및 재충전의 쉼터로 특화할 것을 제안했다.
천안시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은 2014년 상반기에 최종 제정될 예정이다.
부시장 “어려운 일이지만 제대로 해보자” 격려
그러나 이번 중간용역보고회에 대한 자문위원들의 실망이 크게 나타났다.
김영수 시의원은 “천안시는 굉장히 빠르고 역동적인 지역으로, 세련되고 앞서가는 디자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방식이 아닌 뭔가 새로운 방식의 특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광영 교수는 “일을 너무 크게 벌린 듯하며, 이로 인해 과연 실현가능할까 걱정”이라며 “각각 세부계획에 대한 체계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효준 국장 또한 우려를 보였다. 가이드라인이 각 부서의 지침이 돼줘야 하는데 (이번 보고회가) 시범사업 위주라 아쉽다며 “천안만의 색깔이 빠져있는 것 같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주일원 시의원 또한 “좀 모호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알기쉽게 버스베이스나 표지판 등을 어떻게 할 거냐 하는 구체적 제시를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보고회가 너무 막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진광선 과장은 “충남도의 가이드라인을 모델로 천안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것인데 연관성이 부족한 느낌이며, 천안시 기본경관틀이 있는 것과도 연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간용역보고회를 주재한 전병욱 부시장은 의견을 다 듣고나서 용역기관을 향해 “부서들이 이걸 가지고 지침서로 쓸 수 있겠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예로, 청소년시설 하나 지려는데 과업지시서에 천안 고유의 디자인라인을 넣어줘야는데 가능하냐는 말이다”라며 “몇가지라도 감 잡히는게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고 비판했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참 다양하고 넓다는 걸 공감하면서도, 버스승강장이나 가로등 하나라도 이것이 천안에 맞는 것이라는 공공디자인적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아쉽다는 것이다.
이에 용역을 수행한 김현선 디자인연구소장은 “20여년간 내 이름을 걸고 큰 프로젝트를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많은 의견을 주시는 것도 처음”이라는 불만을 내비치며 “좋은 의견들을 주셨는데 가급적 검토하고 수렴하겠다”고 대답했다. 덧붙여 “우리도 전문으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추석연휴도 반납하고 했는데 자괴감에 빠진다. 이 정도의 용역비로 이렇게 열심히 한 것에 대해 칭찬 좀 해달라”고 했다.
전 부시장은 “기분이 많이 상했나보다. 중간보고회때 이렇게 해야 최종때 칭찬받을 거다”고 위로한 뒤 “다수가 동의하는 가이드라인을 찾는 것이 어렵겠지만, 이번 용역을 통해 공공디자인은 물론 사적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쳐 천안도심이 깨끗하고 멋지게, 또한 통일감 있는 디자인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