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이 정도면 막일에 속한다. 수많은 돌을 나르고, 모양새를 내서 쌓고…. 노가다가 따로 없다. 거기에 야생화로 생명을 덧입히고 물길도 내준다. 그같이 고생해 만든 것을 아는 까닭에 어떤 이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로 빗대 격려하기도 한다.
천안시 야생화연구회 회장인 이현복(56)씨. ‘2013천안국제웰빙식품엑스포’의 성공개최를 위해 야생화연구회 몫으로 떨어진 야생화전시관을 어떻게 채울까 고민하다 결국 야생화동산 설치라는 ‘악수(惡手)’를 뒀다.
그로부터 장장 15일간 모든 일을 혼자서 감당한 끝에 제법 웅장한 작품 하나가 탄생했다. 백두산에서 공수해왔다는 돌값만도 백수십만원에 달하며, 수십종의 야생화들이 바위틈새 곳곳에서 새롭게 정착했다.
“제 몰골 좀 보십시오. 날도 더운 때에 보름동안 돌 가지고 씨름한 작품입니다. 아마 2000만원 준다 해도 못만들 겁니다. 암튼 보통 고생이 아니었다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이같은 고생을 자처한 이씨의 ‘속셈’은 어디 있을까.
야생화전시관이 식품엑스포의 들러리처럼 보이지만 이 회장의 눈에는 또다른 전시회와 다름 없다. 그것도 야생화연구회가 일년에 한두번 여는 작품전과 비교해 규모면에서나 열정면에서나 떨어지지 않는다. 이번 식품엑스포의 사전티켓 예매가 40만장을 넘어섰다. 대략 5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내다본다면, 야생화전시관도 최소 그 절반인 25만명은 보고 가지 않을까.
“저는 여기가 야생화연구회의 대단히 큰 작품전시회장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만큼 내 일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 맞고요, 야생화연구회의 활동과 전시수준을 널리 알리는 데도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을 겁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15일간 뻘뻘 흘린 땀의 대가가 이번 식품엑스포 기간 방문객들에게서 충분히 뽑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천안시 야생화연구회는 어떤 곳?
지난 2008년 2월27일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천안시 야생화연구회’를 창립했다.
교사, 작가, 화훼인 등 40여명이 참여한 이 모임에서 들꽃세상 대표인 홍융표씨가 회장으로 추대됐고 유제옥 유원농장 회장이 고문으로 참여하는 등 천안지역에서 대표할 만한 야생화모임으로 출발한 것이다.
이들 야생화연구회는 천안 야생식물의 탐사, 교육, 생활의 이용, 연구개발, 자생지 보존 등 유익한 사업을 전개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야생화연구회의 대표적인 연중행사로는 봄철 ‘야생화작품전’과 가을철 ‘천안흥타령춤축제 행사장에 전시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여기에 3년 전 한가지 추가된 것은 ‘야생화 자생지보존사업’이다.
이현복 회장은 2012년 홍융표 회장의 뒤를 이어 야생화연구회장으로 추대돼 기존사업들을 안착시키는데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