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가는 외딴집’은 앞마당이 넓다. 고요는 마당에서 뒤란까지 깔아놓고, 담장 위를 타고 오른 담쟁이덩굴 너머, 지는 해를 오랫동안 마주할 수 있다. 파지들이 돌풍에 날리기도 하고, 지평선을 달리는 작은 트럭 하나도 보인다.
평택 한광중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있는 신탁균(46·아산 배방읍)씨의 첫시집에서 등장하는 ‘외딴집’은 그런 곳에서 살아본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그래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하필 놓여있는 자리가 77쪽. 행운이 깃든 페이지에 살포시 올려놓은 시는 작가의 의도일까?
아산 송악 출신인 신씨의 첫시집은 지난 7월8일 오랜 인고 끝에 세상에 나왔다. 그간 써놓았던 500편에서 다 버리고 남겨둔 100편, 그중에서 45편만을 추렸다.
시집은 신씨가 냈지만, 감개무량한 사람은 그의 시력(詩歷)을 인정해온 조재도(시인·아동청소년문학작가)씨다.
‘서정은 깨끗하면서도 담박하고, 시어는 단단하면서도 정결한’ 신씨에게 반한 조씨가 세상에 등단한 그를 제일 먼저 축하해줬다.
사실 신탁균씨는 대학시절 이미 등단한 실력가다.
90년대 초·중반 전국에서 등단코스로 인정하는 향토문학상, 비령문학상, 인하문학상 등에서 좋은 결과를 건져냈기 때문이다. 92년도에는 실천문학사에서, 96년에는 창작과비평사에서 등단을 권유하기도 했다.
감성이 유달랐던 그에게 작가(시인)라는 옷을 입을 기회였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이미 발을 들여놓은 ‘국어교사’의 길이었다.
“당시 몸도 안좋았고, 하나만 집중하는 성격탓에 병행한다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같은 말이 곧 ‘경제고’를 염두한 변명이었음이 드러났다.
“40 중반이 된 지금은 첫시집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병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삶의 여유와 너그러움이 있기 때문이라 봅니다. 생각과 사상도 많이 부드러워졌고요.”
일약 유망주였다가 절필까지 한 그가 다시 본격적으로 시를 쓰게 된 건 몇 년 전. 동네극장이 점차 사라지듯 예전보다 시들해진 대중속의 시세계에 부흥을 꿈꾸는 신씨는 ‘괴짜’로 보일 수도 있다.
“아이들 방학기간 저도 잠적해 시공부에 몰두하려 합니다. ‘표현의 새로움’에 대해 연구하고 싶습니다.”
첫시집이 살아온 삶을 망라한 것이라면, 두번째 시집은 삶을 관조하는 내용을 닮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신씨는 그의 산문시(이야기시)를 통해 문학이 추구하는 감동과 인식의 변화를 주고자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