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조재도(천안 안서동·전직교사)씨가 ‘청소년 평화’모임을 만든 건 2012년 3월. 바람직한 청소년교육이 학교 밖에서도 절실히 필요하며, 또한 어른들의 사고방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오랜 교사생활로 알게 됐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22%가 우울증을 겪고 있고, 초중고생 10%가 은둔형 외톨이나 주의력결핍장애, 인터넷·게임중독, 충동성장애로 인한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답니다. 청소년평화 모임(016-443-9949)은 말 그대로 청소년들을 평화롭게 하기 위한 어른들의 모임입니다.”
1학기 교육 ‘통틀어 7시간’
청소년평화모임을 시작한 지 15개월. 어느 정도 자리잡혀가자 조재도씨는 ‘태조산 청소년평화학교’를 기획했다. “학교라 해서 대단하게 볼 필요는 없어요. 1일 청소년 평화체험의 날 정도로 생각하면 될 테니까요.”
운영방식은 상당히 새롭다. 틀을 만들지는 말자는 것은 그가 터득한 요령.
아무리 자유로운 발상을 갖고 시작해도 틀을 세우면서 자꾸 갇혀버리고 원래 목표한 것은 실패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소년 평화모임을 만든 조재도씨조차 스스로를 ‘일꾼’ 정도로 생각할 뿐, 회원들조차 서로 만난 적이 없으며 회장도 정관도 없다. 주된 활동이란 두달에 한번 소식지를 발간하는 것과 한두권의 아동도서를 전하는 것이 고작. 하지만 이런 작은 노력도 어떤 식으로든 청소년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믿음이 있다.
8월3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달랑 7시간’동안 운영되는 평화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조재도씨가 평화학교를 설명한다. “평화학교는 1일학교입니다. 아침에 모여 저녁에 귀가하며, 태조산 능선 사랑의쉼터라는 정자가 우리가 모이는 곳입니다. 일과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다만 오늘하루 어떻게 보낼 것인가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아무 ‘제약’이 없는 것은 아니다. 휴대폰 없는 하루, 20분간 맨발로 산길걷기, 10분동안의 명상, 이 3가지를 최소한의 규정과 프로그램으로 정해놓았다.
현재 접수상황을 보면 학생들 10명 남짓에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어른 3명 정도가 1일 평화학교의 구성원이 될 듯 싶다.
아이와 어른 함께 커가는 평화교육
자칫 무미건조한 학교가 될 수도 있다. 여름과 겨울방학기간 한두번의 평화학교를 지속해나간다는 발상은 첫 시도에서 어그러질 수도 있다.
일단 일정한 프로그램 없이 산속에 학생만 덩그러니 7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무척 갑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료해하는 아이, 하지만 조재도씨는 “아이한테는 그것도 (좋은)경험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아이를 철저히 믿느냐, 믿을 자신이 있느냐는 것이다. “어른들의 태도가 그 범위 안에 있다고 본다”는 그. 그의 말 속에서 일본의 인기만화 ‘시바토라’가 연상된다.
만화 속 주인공, 시라토바는 중학생 정도 외모의 경찰로, 그로부터 풀어나가는 청소년범죄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청소년들의 악한 심성을 서서히 변화시켜 나간다.
그의 강력한 무기는 전국대회 1위를 차지한 검도실력도, 뛰어난 두뇌도 아닌 오직 청소년을 온전히 믿는 마음이었다.
평화학교도 그런 것이다. 누가 누군가를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고 스스로 관계하며 스스로 깨닫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일단 평화학교에 와보십시오. 차를 타고 오더라도, 태조산 입구에서 학교(사랑의쉼터·정자)까지는 혼자서 20여분 올라와야 합니다. 평화학교는 실제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남녀 청소년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참가비는 없습니다. 다만 도시락과 물, 우비, 그밖에 각자 필요한 물품은 알아서 챙겨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