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사람들은 말한다. “착한 사람만 울릉도에 올 수 있다”고. 나쁜 사람이 성인봉에 오르면 비가 온다”고도 한다. 그같은 이야기는 어쩌면 ‘변덕스런 날씨’ 때문 아닐까 싶다. 울릉도에 들어갔다 사나흘 발이 묶이는 것은 다반사다.
울릉도는 경상북도 동쪽 동해상에 있는 섬이다. 포항에서 동쪽 210킬로미터 지점의 화산도(火山島)로, 해안은 대부분 절벽이며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것이 특색이다. 난류와 한류가 교차해 회유성 어족이 풍부하고, 그로인해 오징어를 비롯해 꽁치, 새우, 미역, 김, 소라, 전복 등이 많이 잡힌다. 면적은 73.15제곱킬로미터이다.
울릉도는 강릉(묵호항)이나 포항까지 가서도 뱃길로 3시간 가까이 가야하는 거리로 도전이 쉽지 않고, 2박3일 여행이 적정하나 뱃삯만 12만원에 육지교통비와 2박 숙식비, 몇끼의 식사비 등을 고려하면 금새 1인 30만원대 이상의 씀씀이가 발생하는 것도 부담을 갖게 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한번쯤 꼭 가볼 곳’으로 울릉도(독도)를 찾는다.
울릉도를 가는 배편으로는 동해 묵호와 포항길이 있으며, 강릉길도 열려있다.
묵호·포항에서 ‘뱃길 3시간’
울릉도는 묵호, 강릉, 포항에서 가는 루트가 있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강릉과 묵호항을 많이 이용하는데, 더 가까운 강릉보다 묵호항을 이용하는 이유는 강릉에서는 변화무쌍한 동해의 해양날씨에 대응할만한 큰 배가 뜨지 않기 때문이다. 배편은 많지 않으므로 사전예약하는 것이 필수다.
묵호항이나 포항에서 배를 타면 닿는 곳이 울릉도의 도동항이다. 강릉에서 출발한 배가 닿는 저동항과 함께 울릉도에서 가장 번화한 시내다. 대부분 울릉도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숙소와 맛집들은 도동항에 밀집돼 있으며 도동항과 저동항간 택시비는 15분거리 5000원이면 가능하다.
울릉도에서 시설 좋은 호텔이나 리조트 따위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유일한 리조트는 예약자들로 사전에 붐비고 대부분은 민박집이나 모텔, 펜션을 숙소로 이용한다. 민박은 1박에 2인기준 5~6만원선이며, 다행이라면 섬인데도 아침 저녁으로 뜨거운 물이 펑펑 쏟아지고 샤워기 수압도 좋다. 울릉도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해수로부터 심층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곳이라서, 섬은 식수가 적을 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식수가 넘쳐나는 곳이다.
오는 7월19일부터 첫 취항에 나서는 아라퀸즈호로 인해 울릉도행 배편이용이 더욱 수월해질 전망이다.
맘먹고 온 울릉도, 볼 거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도동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독도박물관’이 있다. 조선 숙종때 안용복이 일본에 건너가 막부로부터 “울릉도와 독도는 조선땅임을 확약한다”는 국서를 받아낸 자료부터 독도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해안도로 여행법은 자가용을 빌리거나 여행사 패키지와 연결된 관광버스로 여행하는 방법이 있다. 도동항에서 관광셔틀버스를 이용하면 1인 1만8000원선. 버스비가 1000원인 노선버스도 30~40분마다 다니므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 여행도 가능하다. 만약 차(중형차)를 가지고 울릉도행을 감행한다면 선적비는 30만원 안팎에 이른다.
그렇게 출발한 육로여행은 아름다운 풍경이 장관인 통구미해변, 거북바위, 가재굴바위, 통구미향나무자생지(천연기념물 제48호) 등을 볼 수 있다. 태하등대, 황토굴, 학포해안 등 비경이 쏟아진다.
울릉도에서 ‘성인봉(986.7미터)’을 빼놓을 수 없다. 울릉도 정상부근의 원시림은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돼 있으며,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너도밤나무, 섬단풍나무, 우산고로쇠나무 등이 빼곡하다.
성인봉에서 내려오다 보면 나리분지의 비경도 만날 수 있다. 나리분지에는 일렬로 늘어선 장승이 있고, 너와집도 있으며, 근처에는 산마늘이라 불리는 명이나물이 많이 서식한다.
1박2일도 감탄한 ‘해안가트래킹’
울릉도의 명물이 된 해안가트래킹.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되고 있다.
울릉도 풍경의 진수는 해안가 ‘트래킹 코스’다. 1박2일에서 소개됐던 곳으로, 울릉도의 첫 관문이자 여행지를 꼽으라면 바로 ‘행남산책로’다.
도동항에서 출발해 촛대암을 지나 저동항으로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20분. 도동과 저동을 잇는 4㎞ 해안길인데 흔히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체험이다.
제주도처럼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울릉도는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해안절벽과 초롯빛 바다, 그리고 언제 파도가 덮칠지 모르는 스릴감을 맛볼 수 있는 산책로인 것이다. 울릉도 물색은 흐린 날씨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맑고, 간혹 선남선녀들이 바다에서 스노클링하는 광경도 눈에 띈다.
걷다보면 중간쯤에 해안길이 끊기면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가면 행남등대로 향하는 길인데, 저동과 울릉도 동쪽해안, 그리고 죽도가 함께 펼쳐지는 멋진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울등도 저동항 전경.
도동항에서 해안산책로를 따라 1시간 정도 가면 저동항에 도착한다. 이곳은 1967년에 어업전진기지로, 197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됐다. 10톤급 규모의 배들이 500척까지 정박이 가능하다. 울릉도에서 잡힌 오징어의 대부분이 저동항을 통해 육지로 나가며, 이런 이유로 밤이 되면 저동항은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으로 또다른 세상이 만들어진다.
“더우면 봉래폭포에 가서 삼림욕도 하고 천연에어컨 바람도 쐬고 오세요.”
주민들이 소개하는 ‘봉래폭포’는 저동에서 버스를 타고 8분거리다. 작은 봉래폭포는 3단폭포로도 유명한데 삼림욕으로도 꽤나 사랑받는 곳이다.
봉래폭포는 어른 1200원, 어린이(7세~12세)는 반값의 관람료가 있다. 입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천연에어컨’이라 써있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 들어가면 작은 구멍으로부터 대략 3~4도 되는 세찬 바람이 불어온다. 지하에서 흐르는 물에서 불어오는 ‘풍혈’은 여름에는 시원함을, 겨울에는 따스한 바람을 제공해서 예부터 사람들이 즐겨찾았던 곳이다. 봉래폭포까지는 대략 15분에서 20분 정도면 만날 수 있다.
울릉도 서북쪽 끝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있는 ‘태하등대’는 우측해변의 움푹 패인 석벽에 붉은 지층의 황토가 있는 ‘황토구미’로도 유명하다. 황토구미에 있는 황토는 한국 10대비경중 하나인 박쥐바위에서만 자라는 향나무와 함께 울릉도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옛날 조선시대 임금이 울릉도에 사신을 보낼 때는 다녀온 징표로 항상 황토와 박쥐나무의 향나무를 가져오게 했다 한다.
태하마을 서쪽 끝에 가다보면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모노레일(왕복4000원)이 있다. 태하향목관광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는 각도는 80도. 울릉도의 서쪽과 북쪽바다를 아우르는 비경을 관망할 수 있다. 밑에서 태하등대까지 걸어올라가도 30분이면 닿지만 숨이 턱턱 막히는 경사도를 극복해야 한다.
태하등대에서 보는 비경은 대단하다. 박쥐바위도 보이고 천부동으로 향하는 해안길도 보인다. 박쥐바위에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것이 향나무인데, 예전에는 이곳에 향나무가 울창했지만 산불이 나서 석달열흘을 태웠다고 한다.
이외에도 북쪽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문자조각공원인 ‘예림원’이 나오고, 가까운 평리에 ‘울릉천국’을 짓고 사는 가수 이장희씨 마을도 들러볼만 하다. 평범한 기와집 앞에 작은 무대가 있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섬여행이 낯선 사람들은 울릉도에서 낚시를 해보는 맛도 색다를 듯. 초보를 위한 낚싯대 대여도 가능하다. 릴대는 1만원에서 1만5000원, 장대는 5000원에서 1만원선. 울릉도는 곳곳마다 낚시포인트가 즐비하지만 제대로 된 포인트로 진입하기 위해선 낚시어선을 타고 갯바위로 진입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항구나 한적한 포구에서 가족이나 연인이 가벼운 낚시를 즐기고 있으며, 손가락만한 잡어들을 잡는데 만족해야 한다.
오징어·호박엿에 다양한 산나물 ‘먹거리 풍성’
‘울릉도’를 상징하는 많은 것들 중에 ‘오징어’는 호박엿과 함께 대표되는 특산품이다.
울릉도에서 돈을 아끼겠다며 가장 싼 백반을 찾는다면 ‘6000원’짜리가 있다. 또한 울릉도 특산품이라도 먹어볼 양이면 ‘14000원’짜리 비싼 홍합밥이 있다.
울릉도는 섬인데다가 자급자족이 어려워 대부분의 식재료를 육지에서 사들여온다. 그로 인해 운반비 등 자체물가가 매우 비싸다. 가장 싼 곳이 중국집이지만 그래도 ‘5000원’은 줘야 한다.
울릉도 특산물로는 ‘오징어’와 ‘호박엿’이 있다.
어느 마을에 가도 쉽게 오징어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울릉도오징어가 유명한 이유는 뭘까. 일단 울릉도 주변의 바다는 깨끗하고 수온이 낮고, 그래서 육질이 단단하고 맛좋은 오징어가 자라게 된다. 오징어는 양질의 단백질과 함께 아이들의 두뇌발달과 어른들의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홍합은 육지에서 쉽게 만나는 양식과 달리 자연산으로, 잠수부나 해녀가 직접 따내오는 홍합은 양식홍합에 비해 육질이 찰지다. 울릉도에서 맛볼 수 있는 따개비도 육지바다의 것과는 달리 울릉도따개비는 새끼전복이라 불리면서도 그 맛과 영양은 전복을 뛰어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울릉도에선 다양한 산나물도 자랑거리다. 고비, 고사리, 참고비, 산마늘, 부추, 달래, 땅두릅, 더덕, 곤데서리 등 셀 수 없이 많으며 봄철에는 산나물축제도 열린다. 울릉도는 중위도에 위치해 있어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선선한 온대해양성 기후로 산나물이 잘 자라게 된다.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식물은 20여종에 이르며, 이중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것이 10여종이다.
울릉도 하면 생각나는 또하나의 특산품으로, ‘울릉도호박엿’이 있다. 사실 울릉도 호박엿의 유래는 호박이 아닌, 후박나무였다. 울릉도의 후박나무 껍질을 고아 후박엿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변해 호박엿이 된 것이다. 물론 울릉도의 땅과 호박의 궁합이 잘 맞아서 호박은 울릉도의 귀한 식량자원이 됐고, 현재는 호박엿으로 많은 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울릉도에 왔으면 한번쯤 해양심층수로 반죽해 미네랄이 풍부하고 쫄깃담백한 ‘울릉도명이국수’를 먹어보는 것도 별미일 것이다.
“울릉도 온 김에 독도까지 섭렵”
울릉도에서 가리키는 독도는 87.4㎞로, 행여 밤늦도록 들어오지 않는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마음 같다.
울릉도에서 또한곳 거쳐가볼 곳이 있다. ‘독도’가 그곳인데, 독도까지의 거리가 87.4km로, 사동항으로 이동해 배를 타야 한다. 독도까지 왕복 4~5시간 코스로 운항되는 여행코스는 지난 2005년부터 일반인에게 독도관광이 허용되면서 가능해졌으며, 일반관광객들에게 허용된 곳은 독도의 일부인 동도다. 1회 470명 정도로 제한하고, 동도 선착장에서의 체류시간은 30분 남짓이다.
아마저도 날씨에 따라 배를 대지 못하고 동도 선착장 주변을 돌아서 오는 경우가 빈번하다. 사동항에서 출발하는 독도가는 배는 왕복 4만5000원 내외이며, 사전예약이 필수다.
독도 외에도 울릉도 주변에는 죽도(대섬), 관음도(깍새섬)를 비롯해 공암(코끼리바위), 삼선암 등이 있다.
‘죽도’라는 곳은 노총각 한분이 살고 있다. 죽도의 마지막 주인인 ‘김유곤’씨는 그의 아버지가 부인을 잃고 다시 결혼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자 아버지를 위해 독신의 삶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로 이전에 ‘인간극장’에서 방영된 적이 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