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애(61·아동문학가) 작가는 여행을 많이 한다. 주변에 매어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작품활동을 위한 소재찾기의 일상적인 걸음이다.
바닷가, 강가, 냇가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그녀의 단골장소다. 남들은 예쁜 조가비를 줍는다, 다슬기를 잡는다, 시원한 물맛을 즐긴다는 등의 목적이 있다면 그는 ‘돌’을 만난 후의 기타양념거리일 뿐이다.
돌에 집착하는 작가라면 이유는 하나, 웃고 있는 돌이 있기 때문이다.
“돌에서 웃음소리가 보여요”
그렇게 모은 돌이 지난 21일(금) 전시회에 나왔다. 천안 신부문화회관(구 시민회관) 제1전시실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오는 30일(일)까지 사람들을 만난다. “그럼 수석전시회네요.” 하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한다. 돌에 그림을 덧입혀 ‘돌그림’이 됐으니 말이다.
여행지 등에서 그에게 선택된 돌들은 모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어있는 것들이다. 돌의 일정한 형태에 아이들의 얼굴이 보이고, 웃음이 나타났다.
“언제부턴가 돌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고운 색으로 옷을 입히니 아이들이 웃었습니다. 웃는 돌이 모두에게 행복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시초대장에는 그렇게 소개했다.
돌그림 전시는 처음이지만, 이미 그는 67명에게 전시회를 가진 베테랑이다.
그가 만난 아픈 사람들은 하나같이 웃음을 잃어버린 자들로, 언제부턴가 ‘웃는 돌멩이’를 선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수십명,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랐다. 아픈 지인들 중엔 두분이 돌아가셨지만 웃는 돌은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아이와 함께 찾는 주부들이 많았다.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중에 ‘아차’ 싶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외국의 ‘부탄’과 ‘호탄’에서 가져온 돌만 살그머니 언급했을 뿐, 나머지 돌들의 출처를 밝혀놓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어떤 것은 섬진강가에서, 또다른 것은 임진강가에서 가져온 돌들로 그 출처가 더욱 구체적인 정감을 가져다줄 수 있지 않았을까.
‘인사동갤러리에서 전시할까’ 행복한 고민
전시회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재잘재잘 수다떠는 소리들로 시끌시끌하다. 어린이 관람객이 찾아와서 그런게 아니라, 작품 속 아이들이 환청을 준다. 화가가 아닌 ‘글쟁이’인데도 어쩜 맛깔스런 음식처럼 헤벌쭉 웃는 아이들의 표정을 실감나게 그릴 수 있었을까.
그래서인지 원주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하자 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웃는 모습에 반해 구입의사를 표시한 이들도 더러 있다. “아예 인사동에서 하고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 아이들의 웃음이 서울을 전염시키고, 모두를 웃게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순수하고도 유쾌한 웃음바이러스는 공부에 찌들고 폭력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치료법이 될 테다.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편한 마음을 잠시나마 전환시키는 데도 이들 작품은 좋은 영향을 미칠 듯 싶다.
“반응들이 좋아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기회가 된다면 지속적인 전시회를 가질 생각입니다. 동화작가이니만큼 웃는 돌멩이를 소재로 한 책도 엮어보고 싶어요. 이미 구상중에 있긴 합니다만…, 내 그림으로 어떤 식으로든 세상이 더욱 밝아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서산출신이지만 천안작가로 널리 유명세를 갖고 있는 소중애 작가의 151권째 작품이 ‘웃는 돌멩이’가 되진 않을까.
참조/ 홍신자의 '자유를 위한 변명' 중에서...
래핑스톤(Laughing Stone)
'웃는 돌'이다. 1981년 9월 춤꾼 홍신자가 만든 무용단 이름이기도 하다. 홍신자씨는 이 이름을 볼캐노 정글 속 그의 집 앞에도 조그맣게 적어놓았다. 돌을 보라, 돌도 웃고 있지 않는가, 그러니 사람인들 왜 못 웃으랴, 하는 뜻의 표어인 셈이다.
웃는 돌이라니... 말장난 같기도 하고, 그냥 멋부린 말 같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그렇게 이름지은 이유를 궁금해했다. 하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돌이 웃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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