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나 관심이 늦은 긴급간담회였지만 그럼에도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방식을 앞두고 ‘짚고 넘어가는’ 수순에서 알찬 간담회였다.
천안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의 전면실시를 앞두고 14일(금) 천안시민단체들이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시행에 따른 ‘공동주택 적정처리방안 간담회’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충남도회천안지부와 자원순환사회연대 충청지역위원회가 주최하고 천안아산환경연합과 천안녹색소비자연대가 주관했다.
유혜정 천안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과 이용호 천안시 자원정책과 재활용팀장이 발표에 나섰고 전종한 천안시의회 총무복지위원장, 김흥수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충남도회천안지부장, 서상옥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간담회 취지는 공동주택 음식물 종량제 시행에 따른 처리방식의 재검토, 시민인식 확대와 주민의견 수렴을 통한 공감대 형성, 올바른 종량제 정착을 위한 민관공동협력체계 구축 및 적정처리모델 마련 등이다.
종량제보단 스티커 방식 ‘선호도 온도차 보여’
쌍용동 어느 아파트단지 내 음식물쓰레기통 앞에는 오는 7월1일부터 전용봉투를 사용해야 한다는 알림현수막이 걸려있다.
음식물류 폐기물 종량제 추진의 목적은 단 하나. 음식물쓰레기를 감소시키는데 있다.
그간 공동주택들은 세대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에 관계없이 월정부과(전용면적 85㎡미만 1000원, 이상 1200원)하는 ‘정액제’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오는 7월1일부터 천안관내 281단지 13만세대는 세대별 음식물쓰레기를 전용봉투에 담아 수거통에 봉투째 배출하는 ‘종량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앞으로 각 세대는 3리터(50원), 5리터(120원), 10리터(200원)짜리 봉투에 담아 120리터 음식물 수거용기에 버리게 된다.
전국지자체 음식물류 종량제 시행현황을 보면 현재 144개 시·구중 RFID방식 22곳, 칩(스티커)방식 83곳, 전용봉투 21곳 등 126개곳이 추진하고 있다.
한편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1일 발생량이 2000년 0.24㎏에서 2008년 0.31㎏으로 증가했다. 음식물쓰레기 증가원인으로는 식생활패턴의 변화와 푸짐한 상차림 선호문화 때문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음식물쓰레기의 종량제 추진에 대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종량제는 음식물쓰레기의 감량 뿐만 아니라 수수료 부과의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종량제 개념에 가장 부합하는 방식은 ‘RFID' 개별계량방식이지만 많은 비용이 수반돼 모든 지자체로 확산하기에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에 차선책으로 공동부과방식을 우선 적용·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동부과방식은 간접종량제 방식이기 때문에 감량효과 미흡 혹은 수수료 부담의 불공평 등의 문제가 있지만 정액제 방식 보다는 진일보한 방식이라고 내다봤다.
주제발표자로 나섰던 유혜정 천안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긴급간담회’라 명칭한 것에 대해 “이번 간담회를 준비한 지 보름밖에 안됐다. 늦었지만 문제점에 대해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가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음식물쓰레기의 정액제 폐지의 주취지가 ‘음식물 감량’에 있음을 강조했다. 어떤 처리방식으로 운용해야 하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그 이전에 어떻게 하면 주민들이 더 감량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또한 충남도내 지자체들이 종량제와 스티커 방식을 선호하는 것과 관련, “천안시는 이완화된 공통의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하고, 각 시민단체들이 설문조사를 해보는 등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단은 홍보, 필요하면 개정·보완
20명 안팎이 모였지만 ‘음식물쓰레기 공동주택 적정처리방안 간담회’의 열기는 사뭇 뜨거웠다.
이날 원탁에서 진행한 간담회는 패널들과 간담회 진행자, 각 아파트관리소장 등 20명 안팎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문제지적은 몇가지로 압축됐다.
먼저 처리방식에 따라 주민들의 불편과 비용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정책시행을 앞두고 아파트 관리소장들은 “왜 우리들과 상의하지 않느냐”며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아파트단지의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시행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협력해야 하는 일로, 좀 더 사전에 함께 머리를 맞대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실시 이전 시범사업조차 없었다는 것은 신중히 결정해야 할 사업으로써 ‘졸속’추진을 볼 수 있다. 이날 ‘차 떠난 후에 손 흔드는 격’인 긴급간담회는 그 중요성을 차치하고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음식물쓰레기 봉투 크기에 대해서도 갑론을박 했다.
패널로 참여한 주일원 시의원은 현재 천안시가 준비중인 음식물쓰레기봉투의 가장 작은 단위가 3리터짜리인 점을 지적했다. “의회에서도 지적한 바 있듯이 가정에 3리터짜리는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한 참여자는 “어느 지역은 2리터짜리도 있다더라”며 “3리터짜리는 보통 가정이 사나흘은 채워야 하는 크기로, 어느 누가 가정에 냄새나는 음식물쓰레기를 며칠씩 두려 하겠는가. 문제가 뻔히 보이는데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문제삼았다.
하지만 다른 참여자는 “작은 단위는 주부들에게 편할 수 있지만 대신 비닐사용이 많아진다”며 “이는 또다른 환경파괴의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했다.
어차피 120리터 통에 수거하는 방식이라면 각 음식물쓰레기봉투를 버릴 것이 아니라 통당 가격을 정하고 봉투 없이 버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그러나 이는 개별세대의 음식물쓰레기 양을 점검해 개별부담시키는 방법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환경부 지침에 ‘근거 없는’ 것으로 간주돼 묵살됐다. 물론 120리터짜리 봉투를 마련해 통에 씌우고 개별 봉투 없이 버리는 것도 같은 문제로 채택되지 못했다.
다행인 것은 장기적으로 봉투 사용은 환경부에서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봉투를 사용하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의 경우 어느 정도 주민의식이 잡히면 봉투사용 없이도 처리할 수 있는 방식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전종한 시의원은 “비닐에 담는 것과 담지 않는 것이 사안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 이미 7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시행하고 2개월이든 후에 조례개정 등 후속조치를 통해 보완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며, 덧붙여 “주민 스스로의 참여가 필요하며, 지금부터라도 지속적으로 민·관이 충분히 협조·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일원 시의원도 “지금 이 자리에서 바꿔라 하는 것은 무리이며, 일정 시기 충분히 검토한 후 조례개정을 통해 조절하자”고 공감했다.
간담회의 최종적인 논의는 감량효과를 위한 다양한 정책개발 및 지속적인 홍보·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한 참여자는 “7월부터 시행되면 민원이 참 많을 것이며, 또한 음식물쓰레기 양은 상당히 주어들 것이다. 상당부분의 음식물쓰레기는 생활쓰레기로 처리될 것이며 분쇄기 등을 통해서도 감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음식물쓰레기가 생활쓰레기 등으로 왜곡·변형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홍보전략과 의식개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한 참여자는 “시행정은 홍보했다고 하는데 새소식지에 내는 것은 잘 보지도 않는다. 현수막을 내거는 게 주효한데 각 관리사무소에 협조라도 구해놓고 있느냐”고 불만을 비쳤다.
서상옥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지금 시점에서 서로간의 조화로운 역할이 필요하다”며 “충분한 모니터링과 주민여론 수렴을 통해 시행 후에라도 현실에 맞는 조례개정 등 가장 효과적인 정책, 시민편의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