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아산시는 새로 시조(수리부엉이)를 사용하게 됐다. 시민 2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3회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해 얻은 결과였다.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라 유해조수로 지정돼 이미지 변질을 초래하던 비둘기에서 ‘으뜸’ 이라는 의미를 지닌 수리부엉이로 바꾼 것이다. 도내에서는 서산도 이미 ‘장다리물떼새’로 변경했고, 당진도 ‘두루미’로 바꿨다. 그러나 천안시는 두 번의 변경기회를 가졌을 뿐, 정작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여전히 ‘비둘기’를 시조로 사용하고 있다.
비둘기는 전국 50여곳 시조, 먼저 변경하는 쪽이 선점, 천안은 관심없나
시조를 바꾸자는 얘기는 수년 전부터 한국조류협회 천안지부(지부장 이동근)의 희망이었다. 언론을 통해서도 지역적 특성에 맞게 바꿀 것을 제안했고, 일례로 ‘수리부엉이’를 추천하기도 했다.
수리부엉이는 ‘올빼미과’로써 대형맹금류에 속해 그 위상이 대단하며 천안의 대표적 특산물인 광덕호두의 천적, 청설모를 잡아먹는 ‘광덕호두 지킴이’로 상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인근 아산시가 전국 최초로 수리부엉이를 택했고, 이는 맹금류를 시조로 택한 최초의 지자체가 되는 순간이었다.
실망이 크지만 천안시에 최근 수리부엉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참매’가 등장했다.
참매는 ‘수릿과’에 속하며 몸길이는 60㎝ 쯤으로, 등과 날개가 어두운 잿빛이며 배는 희다. 꿩, 토끼 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텃새로, 유럽·아시아·시베리아·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매사냥꾼 세계에서는 부화한지 1년이 안된 새끼매를 ‘보라매’라 하고, 1년이 넘은 매를 가리켜 ‘산지리’라고 한다. ‘송골매’는 사냥용 매를 칭하는 말이며 예전 주변나라들은 ‘조선의 푸른매’라는 뜻의 ‘해동청’이라고도 했다.
참매는 천안시의 강인한 미래상과 부합한다. 게다가 사통팔달의 교통중심지인 천안은 장애물이 있는 숲속과 들판에서도 시속 340㎞로 날만큼 속도와 순발력이 뛰어난 참매와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꿩잡는 게 매’라는 말이 천안과의 인연을 말해주는 듯하다. 참고로 천안에는 5000년 역사 속에서 외세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는 민족정신을 기념하는 독립기념관이 있으며, 근세 일제침탈에 당당히 맞서 민족의기를 보여준 유관순 열사의 3·1만세운동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또한 독립운동의 대표적 주자였던 이동녕·조병옥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여기서 ‘꿩’은 일본이 1947년에 새로 지정한 국조(國鳥)로, 천안시가 ‘매’를 시조로 삼는다면 의미있는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 이동근 천안조류협회장은 “2~3년 전 국회에서 우리나라의 국조를 매로 하려다 일본과의 외교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만 둔 것으로 알고있다”고 전했다. 그 이전인 2008년에는 국조선정 범국민운동본부에서 18대 국회의원 1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학’이 1위(67명)를 차지하기도 했다.
2009년 환경부가 비둘기를 유해조수로 지정하면서 각 지자체가 시조변경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천안도 검토했지만 담당부서가 모호한 관계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바 있다.
현재 시조로 비둘기를 사용하는 곳이 전국적으로 50곳이 넘는다. 한때 백의민족이라 해서 온순함을 즐겨했던 민족성의 반영이기도 했지만, 지금 시대에는 지역적 특성과 개성을 존중해 새로운 ‘시조’를 갖는 것이 필요할 때다. 더불어 아산시처럼 먼저 정한 곳이 ‘선점’의 효과를 갖고 지역적 특색에 걸맞는 더좋은 시조를 가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