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본, 스키장갑, 팔목밴드, 지압봉, 벼루, 탁구채…’
“어느날 정리하려다 보니 15분만에 50여개 물건이 나오더군요. 저에게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지만, 누군가에겐 필요한 것들이지 않을까 합니다.”
김상철(동양화가) 교수는 ‘벼룩시장’을 생각해냈다. 쓰던 것도 있고,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물건도 있다. 충분히 매각에 대한 매력이 있는 것들이다. 곧바로 가게 앞에다 ‘4월19일(금)과 20일(토), 벼룩시장을 엽니다’ 하는 문구를 내붙였다. 19일 오후 3시에 문을 여는 개인벼룩시장은 상황에 따라 며칠 더 내놓을 수도 있다.
“단 벼룩시장에 내놓은 물건에 공짜는 없습니다. 단돈 100원이라도 가격이 있어야 물건이 물건다워지거든요. 가격은 십분의 일도 있고, 어느 것은 백분의 일 가격도 있을 겁니다. 애초부터 물건값에 큰 욕심은 없거든요.”
벼룩시장을 계기로 더 큰 구상도 밝혔다. 그의 가게 양 옆과 맞은편 가게들은 대부분 예술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예술이라는 코드를 공유하고 있다보니 ‘벼룩시장’이나 ‘예술퍼포먼스’ 같은 일련의 행사가 가능하다. 김 교수는 한달에 한번이라도 차없는 거리로 지정해 문화거리로 활용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코코아공방’ 또는 갤러리 ‘헤븐’
그의 가게는 ‘코코아공방’이라 불린다. 그리고 갤러리 ‘헤븐’이라고도 한다. 하나의 가게 안에 공방과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는 형태로, 거기엔 청주대 교수였던 김상철 한국화가와 그의 아내이자 김양옥(한국화가) 갤러리대표가 손님을 맞고 있다.
“원래 충북 오창에 살다 2년 전 마땅한 가게자리를 물색중 여기 천안에 눌러앉게 됐다”는 한국화가 부부. 그들이 만들어내는 예술화음은 공방과 갤러리에 다양하고 독특한 색체를 내고 있다.
김상철 교수가 예술가로의 첫 입문이유가 눈에 띈다.
어느순간 당시 ‘천편일률적인 동양화를 변형시켜야겠다’는 사명감이 고개를 들었다는 것. 주변에선 “너, 재능이나 있냐”고 의문부호를 찍었다. 오기가 생겼다. 3년간 서울에 있는 화랑을 모조리 돌아다녔다.
고등학교 3학년땐 선배화실에 들어가 청소하면서 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갔다. 삼수까지 하면서 홍익대학교에 들어간 그. 그렇게 시작한 화가의 길은 대학교수생활 15년의 방점을 찍고 현 상황과 대면하고 있다.
갤러리 ‘헤븐’은 소박하지만 고품격 전시형태를 지향하고 있다. ‘크지도 않은데 볼품도 없다’는 말은 듣고싶지 않다.
“작지만 볼거리가 있는 갤러리, 수수하지만 느낌있는 전시공간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는 그. 현재도 전시중이며 이후 김석환 공주대 천안공과대학 교수의 ‘애니메이션작품전’, 김종옥의 섬세하고 독특한 특징을 담고있는 ‘목판화전’, 이혜원의 ‘드로잉’ 등이 전시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