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정당공천제는 정당의 책임정치 구현과 공직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이라는 순기능에 비해 지방자치를 위협하는 역기능이 너무도 크다. 그동안 중앙의 정쟁을 지방으로 확산시켜오면서 지방선거는 전국선거로 변질되었고, 지역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정당공천을 둘러싼 금전수수, 충성 서약 등 각종 비리가 만연되었고,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이 심화되었다.
정당공천은 비단 선거에만 영향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선거 이후에도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이 주민의 요구보다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단체장과 의회 또는 의회 내부에서도 여야가 나뉘어져, 지방자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정당 간 싸움으로 비효율만 양산하며 지방의회를 후퇴시켰다.
결국 정당공천은 지역 주민들에게 기초단체와 기초의회가 더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지역주민들의 참여도 기대하기 힘들어졌고, 지역의 유능한 인물이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도 공천을 받지 않고서는 원천적으로 힘들어졌다. 지금과 같이 기초의회 입성을 준비하는 이들이 특정 정당에 몰려가 공천 신청에 몰두하고, 공천이 끝난 이후에도 잡음이 반복된다면, 결국 지방자치의 의미는 퇴색되고 국민들의 정치 불신만 키워나갈 것이다.
따라서 정당공천 폐지는 시급히 이루어야할 정치개혁 과제이다. 정당공천을 폐지하고 지방정치인들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여 오로지 주민의 의사에 따라 지방 살림을 꾸리고, 주민에게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정당공천의 폐단을 공천제도의 개선을 통해서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역정치의 의제는 중앙정치의 의제와 차원이 다르다. 지역은 지역대로의 정치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기초단체장의 권력이 강화되거나 지방토호세력이 지방의회를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주민의 참여 정치가 확대되면 충분히 해결가능한 문제이다.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중앙정치로부터 다소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지역적 정치조직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지역의 주요 의제를 중심으로 시민사회 구성원들을 규합하고 해당 지역만의 정치조직을 꾸려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어야 의원의 자질이나 활동성과 등이 투표의 중요한 고려대상이 될 것이다. 단체장과 의회는 정당이념의 대립보다는 주민들의 구체적인 생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통해 최선의 방안을 찾아 갈 것이다. 갈등의 정치가 아니라, 대화와 합의를 통해 지역의 현안을 해결해 가는 화합의 정치가 이루어질 것이다. 지방자치와 지방정치가 성숙하여 지역 간 경쟁을 통해 서로 발전하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고 장기적인 발전을 이루어나가는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이번 4·24 재보궐선거가 중앙정치의 과도한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 주민의 대표인 기초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원을 자율적으로 선출하는 중요한 기회가 되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올바른 정착을 이뤄내는 역사적인 순간이 되어야 할 것이며, 국민들의 정치쇄신의 요구를 무시한 정당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소중한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경실련은 주민의 시각에서 주민을 위해 주민들이 해결방안을 찾고 실현할 수 있도록 정당공천이 폐지되기를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새누리당은 이번 4.24 재보선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2. 민주통합당은 지난 대선에서 약속했던 만큼 법 개정 전이라도 4·24 재보선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해야 한다.
3.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원,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
2013년 3월 28일 경실련 전국분권운동본부
(중앙경실련, 광주경실련, 대전경실련, 대구경실련, 부산경실련, 인천경실련, 거제경실련, 경주경실련, 구미경실련, 천안·아산경실련, 청주경실련, 광명경실련, 군포경실련, 수원경실련, 안산경실련, 안양의왕경실련, 김포경실련, 이천·여주경실련, 제주경실련, 순천경실련, 여수경실련, 목포경실련, 군산경실련, 전주경실련, 정읍경실련, 남원경실련, 강릉경실련, 속초경실련, 춘천경실련, 창원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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