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마신다. 그리고 안주로 음료수를 마신다. ‘홀짝’, ‘훌쩍’ 반복된다. 얼굴이 조금 벌겋다. 시계는 오후 4시를 가리킨다. 점심식사에 반주로 한잔, 가끔식 간식으로 이렇듯 맥주 한잔. 남상호씨의 요즘 사는 낙이다.
연극인에서 40줄에 늦깎이 사진작가로 변신한 그. 천안연극협회 초대지부장을 지내기도 했지만 배고픈 직업일 뿐, “그래서 먹고살기 위해 사진사가 됐다”고 한다. 2002년 이곳에 ‘남상호 사진공방’을 냈으니 올해로 12년째.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사진작가로 전환했지만, 그렇다고 연극을 버린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연극에 대한 애증은 더욱 커가기만 한다. 몇 년 전에는 ‘만선’이라는 대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담배나 술을 끊을때 나타나는 금단현상처럼, 모처럼 해보려니 대사도 안외워지고 울릉증도 어찌나 심하던지…, 그래도 열심히 해서 전국연극제에서 금상까지 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연극이 활성화되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주셔야 합니다. 연극은 종합예술이라 하지 않습니까. 연극이 살아야 지역문화가 사는 겁니다.”
그는 타 지역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했다. 아산은 어떻고 대전은 어떻더라. 제대로 된 소극장 하나 없고, 지역연극인들에게 이렇다할 지원정책이 없는 천안시.
“시립예술단엔 한해 80억원 넘는 돈을 쓰면서 연극문화 활성화에는 그 어떤 노력도 없단 말입니다. 공약으로 내건 시립극단 설치를 포기했다면 지원정책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천안시를 쳐다보면 갑갑한 마음 뿐이다.
그래도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고, 요즘 연극인들의 활동이 다시 전성기를 맞이한 것 같다고 웃는다. 몇 년만에 공연 ‘능소전’도 되찾아왔고, 극단 천안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도 선보일 예정이다. 게다가 지난해 충남학생회관과 함께 한 연극공연이 호응을 얻으면서 올해 또다시 수십회에 이르는 무대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
“얼마전엔 연극을 하고 싶다고 10명 정도가 연극협회 문을 두드렸습니다. 잘만 교육한다면 천안 연극문화의 좋은 재원이 될 것입니다.”
그를 비롯해 30년간 천안연극을 이끌어온 5인방의 나이가 평균 60세를 넘어섰다. 언제까지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모르는 일. 서둘러 다음세대로 인수인계가 돼야 한다.
“올해가 참 중요한 해가 될 겁니다. 천안연극의 맥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때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희망인지도 모릅니다. 천안시와 지역사회가 애정어린 마음으로 격려해주시고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