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맞이의 하일라이트는 달집태우기. 낮에 바람이 심하게 불어 걱정했던 달집은 저녁시간 무사히 소원을 태워 날려보낼 수 있었다.
오후 4시경, 바람이 심하게 불자, 달집을 손보고 있다.
23일(토) 천안박물관 앞마당에서 정월대보름맞이 행사가 있었다.
천안예총 주관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예년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정월대보름이 지난해보다 18일이나 늦어지면서 다행히 추위는 어느정도 가신 상황. 그래도 간간히 거친 바람이 불어와 행사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행사는 다양하게 준비됐으나 낮시간대는 ‘읍면동 대항 민속놀이’가, 저녁시간대는 ‘달집태우기’로 압축된다.
성무용 천안시장을 비롯한 기관`단체장들이 행사를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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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년층들에게 흥을 돋구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윷놀이'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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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분의 제기차기 실력이 '압도적'. 주변에서 희비에 따른 탄성이 자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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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읍면동장과 주민자치위원장이 진두지휘하는 민속놀이대회는 올해도 그 치열함이 시간이 갈수록 더해갔다. 한번은 성무용 천안시장을 앞에 두고도 삿대질하며 다툼이 일어나자 성 시장이 계면쩍은 모습으로 자리를 벗어나는 일도 발생했다. 성 시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했을 터였다.
상대방 선수와 교대로 나오며 합산한 숫자가 많은 쪽이 이기는 제기차기 때는 한 중년의 남자가 40여개를 혼자서 차자 환호성이 가득찼다. 또다른 여자선수가 등장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저 사람은 지난해에도 나와서 참 잘 찼어.” “내가 봐도 보통수준이 아니야.” 하는 속닥거림. 그리고 실제 20여개를 차자 ‘역시나’ 하는 탄성이 새어나왔다.
이날 행사의 정점은 어둠이 깔리는 저녁시간때에 펼쳐진 ‘달집태우기’였다. 불이 지펴지고 활활 타오르자 저마다 소원을 빌고 강강수월래를 부르는 시간. 이 시간만큼은 모두가 함께 자신과 가족, 지역사회의 평안을 진심으로 빌었다.
달집에 어떤 소원 걸었나요?
투호는 어른 뿐 아니라 어린이들에게도 관심의 대상. 한발한발 던질 때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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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은 승리를 부르는 비결. 부성동은 응원현수막으로 기세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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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에서도 정월 대보름날을 맞는 의미는 무척 컸다.
일반 세시풍속에서는 여전히 달의 비중이 결정적이었고, 대보름은 바로 그 대표적 상징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정월 대보름날엔 ‘동제’를 지냈다. 대개 자정에 지내는 동제는 첫 보름달이 뜨는 시간에 여신에게 대지의 풍요를 비는 것이 주류였다. ‘줄다리기’도 대부분이 대보름날 행사였다. 첫 보름달이 뜨는 밤에 행하는 것이 원칙으로, 줄다리기엔 암줄과 수줄의 고리를 걸어 양측이 잡아당기는데 여자편인 암줄이 이겨야 대지에 풍년이 든다는 속설을 믿었다.
이외에도 ‘보름새기’는 말 그대로 온 집안에 등잔불을 켜놓고 밤을 새우는 것으로,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는 풍설도 있다.
복을 기원하는 행사로는 볏가릿대 세우기, 복토훔치기, 용알뜨기, 다리밟기, 나무시집보내기, 백가반먹기, 나무아홉짐하기 등이 있으며 농점(農占)으로는 달집태우기, 사발점, 그림자점, 달불이, 집불이 등이 있고 풍속놀이로는 놋다리밟기, 연날리기, 쥐불놀이 등이 있다.
또한 대보름날에는 절식으로써 오곡밥, 약밥, 묵은 나물, 복쌈, 일부럼, 귀밝이술 등을 먹는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