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있되 연극이 없던 시절, 호기를 부렸다. ‘연극 한번 해보자’ 하고. 1983년의 봄, 그렇게 ‘극단 천안’이 탄생했다.
연극배우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30년의 맥을 이어오는 것은 마라톤을 뛰는 일, 그 한가운데서 김태원(50·현 충남예총 사무처장)씨가 거품물고 달려왔다.
“참담했죠. 경기불황이 지속된지 10여년이에요. 우리같이 문화계 종사자들이 체감하는 불황지수는 일반인들보다 심각합니다. 이렇게 올 수 있었던 건 기적에 가깝다고 봐야죠.”
초창기부터 ‘극단 천안’을 끌고 온 사람들이 아직도 여럿 남아있다. 채필병, 남태희, 남상호, 류중열, 그리고 김태원 자신까지…,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5형제처럼 이들은 천안연극을 지키는 첨병을 자임해오고 있다.
극단 천안이 창립되고 얼마 안 있어 대표를 맡게 된 김태원씨는 이후 한번의 변동도 없이 ‘모진’ 대표를 맡아 지금껏 지탱해왔다.
“어려워도 이들 형님들이 있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이제 와 생각하면 서로간에 참 많이 다투기도 했고, 오해도 많았죠. 그렇게 서운함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때 진탕 막걸리를 마시며 훌훌 털어버리곤 했죠.”
미운 정, 고운 정이 그래서 좋은가 보다.
계사년을 맞은 올해, 김태원씨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30주년을 맞는 올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
그런데 하늘이 돕나 보다. 흥타령춤축제때 도맡아 해왔던 ‘능소전’을 7년만에 되찾아왔고, 지난해부터 충남학생교육문화원과 함께 해온 연극공연이 호응을 얻으며 올해는 2건의 공연계획을 갖게 됐다. 한건만 해도 봄·가을 24회의 공연이 진행되는 대형프로젝트다.
부담이 없지 않지만 30주년 기념공연도 준비중이다. 극단을 창립한 후 처음으로 전국연극제에 은상을 거머쥐게 했던 ‘목탁구멍’을 다시 올릴 예정인 것. 93년 선보인 목탁구멍은 대중공연작품으로도 성공, 당시 4회 유료공연에 2000명이 관람하며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몇몇이 같은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는 기분은 어떨까.
김태원씨는 올해 가장 성수기를 맞았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이럴때 천안시가 소극장이라도 서너개 지어주고, 대전시처럼 수억원의 소공연장 지원프로그램을 가져준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