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태양의 황경(黃經)에 맞추어 1년을 15일 간격으로 24등분해서 계절을 구분해놓고 있는데, 이를 24절기라 한다. 소한·대한이 지난 2월4일 봄이 시작되는 ‘입춘(立春)’을 맞고, 18일(월)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가 찾아들었다. 이맘때면 날씨가 많이 풀리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시기로서 새싹이 난다. 예로부터 '우수·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고 했다.
입춘은 이미 지났고…
지난 5일 천안의 대표적 명산인 ‘광덕산’을 찾았다. 며칠 반짝 추웠던 날씨가 잦아든 정오무렵, 광덕산은 따사로왔다. 무료주차장에 차를 대고, 오르는 길. 삼삼오오 광덕산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언제 내렸는지 모를 눈들이 아직 산자락에 겹겹이 쌓여있었다. 소복히 쌓여있는 곳도, 다 녹아 진흙탕길을 만들어놓은 곳도 있었다. 하얀 광덕산 설경. 눈이 충분하진 않지만 흰빛에 싸여있는 ‘광덕산 설경’은 천안12경의 하나이기도 하다.
산길을 따라 내가 흐르고 있었다. ‘쫄쫄’거리는 소리가 마음까지 청량하게 만든다. 잠시 냇가로 눈을 돌리니, 그곳엔 얼음이 겨우내 입고있던 두터운 옷들을 벗어내고 있었다. 고여있거나 흐름이 약한 곳은 아직 얼음감옥을 빠져나오지 못했지만, 물살이 다소 빠른 곳은 얼음을 녹여 투명한 물속을 보여주고 있었다.
광덕산 자락은 멧돼지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이해덕 이장(무학1리)은 “멧돼지가 가족을 이끌고 집마당까지 내려온다”고 했다. 그래서인가. 산길 한편에 광덕산에 사는 동·식물을 새겨놓은 나무판에 ‘떡’하니 멧돼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등산객들이 한겨울의 둔탁한 걸음걸이에서 벗어나 가벼운 발놀림으로 오가고 있는 모습속에 겨울의 끝자락이 보인다. 우리 세시(歲時)에는 2월이 봄이 아니던가. 입춘이 지났으니 봄은 이미 온 것이라 보는게 맞겠다. 지붕위의 눈들도, 처마끝의 고드름도 마지막 겨울을 게워내고 있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