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52·민화작가)씨를 인터뷰했던 건 2012년 7월 초순. 당시 김씨는 충남도 무형문화재에 도전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당시 옆 건물의 화재가 그의 작업실을 덮쳐 수많은 민화작품들과 재료를 태워 의기소침해 있기도 했던 때다.
그래도 나쁜 일만 있으란 법은 없는지, 충남도 무형문화재 조사위원들이 그의 작업실을 방문해 여러 가지 테스트해보더니 ‘참 좋다’는 말을 연발, 부푼 꿈을 꾸게 됐다.
위원들의 반응이 좋아 주변에서는 다들 ‘떼놓은 당상’이라고들 했다.
그런 상황에서 김씨는 요즘 다시 안좋은 일로 심경이 복잡해졌다. 그에 따르면 모 조사위원이 몰래 찾아와 무형문화재가 되는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는 것.
들어줄 마음도 없었지만, 당장 수천만원을 요구하는 듯한 뉘앙스에 덜컥 거절했던 것이 화근이 됐을까.
얼마 안있어 무형문화재에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같이 부조리하고 옹졸한 심사(조사)를 공개적으로 문제삼자 같은 계통의 관계자들이 오히려 김씨의 행동을 나무라는 처지여서 난감한 상황.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데 왜 그럴까요. 관계자들은 이같은 논란이 자칫 자신들에게 튈까봐 전전긍긍하며, 조용히 처리하고 지내라고들 합니다만 그런 관행은 일찌감치 털고 왔어야 되는게 아닌가요?”
김씨는 자신처럼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기고 열심히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일시에 꺾어버리는 처사가 못내 안타깝다고 전한다.
“무형문화재가 되면 얼마나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데 날로 먹으려드느냐는 말은 제가 큰 상처입니다. 지금의 실력을 닦기까지 내가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해왔는지는 아무것도 아닙니까. 또한 되더라도 내가 자격이 있으니까 주는 것이지, 그 혜택을 왜 나눠가지려 합니까.”
그(들)의 요구에 응하면 혹여 될 수도 있었겠지만, 김씨는 실력이 아닌 돈으로 산 것을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 했다. 실력이 있는데도 대가성 돈을 준다면 내 실력을 고스란히 인정받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미리부터 김칫국 마시는 게 아닌가 싶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한 김경희씨의 말이 현실이 돼버린 지금, 일도 손에 잘 안잡힌다며 울분을 삭이고 있다.
일단 충남도는 이같은 사태가 불거지자 해당 조사위원을 ‘잘라’냈다. 부조리에 대한 여부를 떠나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운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씨는 일단 충남도를 상대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제기한 ‘도 지정문화재 등록거부처분 최소청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3월이면 새봄을 맞듯이, 김씨도 이번 일이 바로잡혀 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는 때가 오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