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맨위로

“퇴직?, 아직 실감이 안납니다”

화요데이트/ 김갑길(60) 전 동남구청장... 동남구청장 업무 2년, 신부동 강제철거는 잊지못할 사건

등록일 2013년01월2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봉명역 앞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갑길 전 동남구청장의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김갑길 구청장이요? 뭐랄까, 참 직원들을 편안하게 해주셨지요. 그 있잖아요, 스타일이라는 거…. 그분이야, 직원들을 항상 살갑게 대해주셨죠. 꾸중보다는 격려를 많이 해주시고, 잘 챙겨주셨어요. 그러니 우리들이 더 열심히 할 밖에요.”

 

2012년 12월28일 38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자연인’이 된 김갑길(60) 전 동남구청장. 퇴직한 지 한달이 됐지만 아직도 실감이 안나는 듯. 모 동남구청 직원의 말을 전해주자 “내가 복많은 사람이지요” 한다. 성품 속에 나를 드러내기보다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습관처럼 녹아있다.

“일을 지시하고 검사하는 하향식보다는 스스로 하게 하고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리인의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나로 인해 1%라도 더 힘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봤죠.”

그는 동남구청장으로 ‘2년’을 보냈다. 그 사이 동남구는 많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그가 있을때 중대한 사업을 시작했거나 끝낸 것은 그의 기억에 유독 ‘예술의전당’ 준공·운영 뿐이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거리’도 생겼다. ‘신부동 강제철거’건은 동남구청장으로, 또는 40년 가까운 공직생활에서 잊혀질 수 없는 일대 사건이었다. 특히 한 외지노점상이 던진 시멘트덩어리가 눈에 들어가면서 눈수술을 해야 했고, 평생 회복이 어려운 불편을 겪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몹씨 불편하죠. 시력도 많이 떨어지고 눈에 이물질이 낀 것처럼 느낌이 나빠요. 조금 밝은 햇빛이라도 눈에 들어오면 눈이 부시고 어른거리는 현상이 있어요. 홍채가 제 역할을 못하는 거죠.” 그가 쓰고 있는 것은 갈색칼라톤의 시력없는 안경이었다.

김 전 구청장에게는 씁쓸한 일이기도 하지만 가장 강단있는 업무였기도 했다. “정비는 해야 할 상황이었고, 그들이 행정심판도 걸고, 법원에 행정집행 중지 가처분신청을 내면 몇 개월씩 지지부진하게 대치상황으로 치닫는 경우도 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었죠. 당시는 촌음을 다투기도 했어요.”

2011년 12월에 첫 계고통지가 나갔으니, 행정대집행까지는 9개월여의 시간이 흐른 셈이다. “내가 시작한 일이고, 누구도 맡기 싫은 일이기도 했습니다. 9개월이 흐른 상황에서도 법적 대응을 통해 몇 개월을 더 끌고자 하는 그들에게 시간을 더 줄 수도 없고, 내가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가졌죠.” 그러면서 노점상 문제는 이런 식으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해 정책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신부동 행정대집행때 그의 한쪽 눈을 불편하게 하고, 담당과장에게 폭력까지 가한 모 안산지역장은 1심에서 징역10개월을 받고 항소했다. 마음같아서야 용서가 되겠는가만 결국 담당과장과 함께 합의해준 덕에 지난 1월24일(목) 2심에서 ‘징역10월에 집행유예2년’으로 감형됐다. 들리기로는 천안 노점상 사태로 말미암아 전노련의 대응입장이 현자리고수에서 상생협의로 정책전환이 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제는 그런 일들도 그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되고 있다. 현직에서 떠나니 몸은 천안에 있어도 마음은 먼 이국땅을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다.

지금은 기독교의 장로로서, 성실한 교회생활에 전념하고 있는 그. “요즘은 추워서 어디 나돌지도 못하고, 새벽기도 후 운동장을 몇바퀴 돌고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간이 되면 가족(딸 셋)과 또는 아내와 여행을 즐기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지난해 하반기 마직막 휴가때 지인들과 외국여행을 계획했다가 강제철거 문제로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던 것도 개인적으로는 몹시 아쉬웠다는 그. 언제 다시 일터로 나갈지는 모르지만, 모처럼만의 휴식에 그가 좋아하는 여행이나 원없이 해볼까 하는 생각이 크다.

<김학수 기자>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라이프 우리동네 향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