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동의 한 아파트에 그룹홈 ‘꿈찬공동생활가정’을 꾸린지는 3년5개월째. 빈곤위기가정의 아이들 7명이 선생님과 함께 공동가정을 꾸렸다. 여기에는 풀뿌리희망재단을 비롯해 단국대학교 노동조합, 천안농협협동조합, 두드림스 등의 도움이 있었다. 특히 ‘행복찾는 통기타’ 5명의 맹활약에 힘입어 전세자금 7000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광덕산에 통기타가 산다?
699m의 광덕산. 아기자기산 산세지만 천안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 8부능선에서 정상까지는 그 가파름이 더해 장정들도 땀 꽤나 흘려서야 산 위에 설 수 있다.
그런 광덕산을 커다란 기타를 메고 오르는 사람들은 행복찾는 통기타 멤버들. ‘행복찾는 통기타’는 성원식(회장)·최찬규(총무)·조한용·정관호, 그리고 채윤숙이 홍일점으로 가담한 모임체다. 처음 등산객들은 ‘이상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로 보기도 했다. 맨 몸으로 산을 타기도 어려운데 기타를 메고 오르다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4년째 매주 정상공연을 하는 이들을 더 이상 이상한 눈으로 보는 이는 없다. 모두가 친구같고 선·후배같고 동네어르신 같다.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가 되면 정상과 팔각정에서 어김없이 이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장비라고 해야 달랑 기타 하나. 제대로 갖추고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지만 어느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없어도 너~무 없다.’
‘더 이상 공연할 데가 없나’. 고민 끝에 어느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 정상에서라도 해보자”는 막가파식 산행은 가뭄끝에 단비처럼 그들의 앞길을 밝혀주었다. 산행길, 등산복장에 연주하는 어색함도 잠시, 오가는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앉아 관객이 돼주었고 그에 따라 모금통의 돈도 수북히 쌓였다.
사람들에 따라 공연문화를 공유하는 방식이 달랐다. 즐겁게 박수치며 호응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엉거주춤한 자세로 곁눈질해 보는 사람도 있다. 더러 오카리나나 하모니카로 함께 연주하며 즐기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길거리에서 하던 공연과는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신부동 아라리오 광장과 철탑공원에서도 해봤고, 이마트 앞에서도 공연해봤다. 매연과 시끄러움 속에서 매주 4시간의 공연수익은 대략 3~4만원. 그러나 광덕산은 등산을 통한 건강도 챙기고 좋은 사람들과의 교류도 폭넓어졌으며, 뭐니뭐니 해도 1회 4시간 공연모금액도 30~40만원으로 기존보다 10배의 수익창출이 이뤄진 거다. 이를 ‘1석3조’라고 하나.
최찬규 총무는 “거리공연의 경우엔 관객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없었다. ‘인자요산(仁者樂山)’이란 말처럼 이곳에선 모두가 형제고 선배며 가족같다”며 “너무 좋다”고 한다.
함께 공연하고 생활하다 보니 잔정들로 가족같은 관계가 형성된 그들.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힘든 고비를 수차례 넘기며 생활해온 6년간의 활약상이 각종 방송매체에서도 관심을 보이며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11월 KBS1 ‘아름다운 사람들’ 프로그램에 소개된 행복찾는 통기타 멤버들. 성원식(56) 회장은 7년동안의 거리연주와 8600만원을 모금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사회의 관심 덕분이라 고마움을 전하며 “지역의 소외된 아이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을 때까지 열심을 다해 공연하고 싶다”고 전했다.
행복찾는 통기타 ‘7년활동에 8600만원 모금’
산행길의 등산객들을 상대로 공연을 펼치는 행복찾는 통기타. 색다른 맛으로 1회 공연에 수십만원의 기금이 모아지며 광덕산에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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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찾는 통기타의 시작은 2006년 3월이다. 기존 통기타 모임에 다니다 만난 성원식씨와 최찬규씨가 눈이 맞아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한 모금마련 공연으로 시작한 것이다.
처음 신부동 철탑공원에서 공연을 갖던 이들은 모금공연취지를 적극 공감한 조한용·정관용·채윤숙씨의 가세로 팀구성을 마쳤다.
어려운 이웃을 선정하는 문제에 있어선 성환그룹홈이 눈에 띄었다. 결손가정 등의 아이들 몇몇이 선생님 한분과 함께 가정을 이뤄 생활하는 프로그램으로, 당시 남·녀가 함께 생활했다. 그러다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는 과정에서 남녀 아이들을 분리했고, 그에 따른 전세금 7000만원의 일정부분을 맡았다. 그런 과정속에 아동복지단체 ‘미래를 여는 아이들’이 2009년 9월 다가동의 한 아파트에 그룹홈 꿈찬공동생활가정이 꾸려졌다. 이후 이들의 생활비를 지속적으로 후원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 멤버는 “다른 후원사업도 해보려 했지만 그룹홈의 아이들이 취직도 하고, 또한 새로운 아이들이 가정을 일구고 하면서 관심과 애정을 못끊겠더라”고 귀띔한다.
그들의 공연장소는 광덕산 정상과 팔각정이다. 약간 생뚱맞은 장소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굴곡과 고심이 있었다. 처음에 시작했던 철탑공원은 젊은이들 취향의 공간이라 행복찾는 통기타의 7080 스타일의 노래와는 호흡을 달리했다. 4시간을 꼬박 연주하고도 3~4만원이 든 모금함은 배고프다고 소리쳤다. 아라리오 광장으로도 옮겨봤지만 역시나 관객과의 코드가 안맞았다. 망향휴게소는 그런대로 반응이 괜찮았다. 하지만 공연팀들이 늘어나며 휴게소측과의 갈등이 생겨나면서 그만두게 됐다. 이마트 앞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기 힘들었다.
갈 곳 없던 차에 ‘광덕산 정상’을 생각해낸 이들의 도전은 의외로 잘 맞아떨어졌다. 등산객들의 반응이 좋고 그에 따른 모금액도 몇배로 불어났다. 특히 그들과의 소통은 참다운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거리공연은 관객과 공연자가 뚜렷하게 구분됐던 반면 광덕산은 함께 어우러지는 살가움을 던져준 것.
그런 7년간의 활동으로 모금된 금액은 8600여만원. 한푼 두푼 모은 것이 어느새 목돈이 됐다. 물론 그때그때 바로 후원해 사용되고 지금은 없는 돈. 하지만 1억원 가까운 기금을 마련할 수 있었고, 조금이나마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어 뿌듯하다.
이들 행복찾는 통기타 멤버 5명은 지금 월동중이다. 추우면 기타치는 손이 시려 공연을 할 수 없기에,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는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위한 휴면기로 보내고 있다. 겨울도 전환점을 돌고있는 지금, 이들은 오는 3월1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광덕산 정상과 팔각정에서 공연하는 꿈을 꾼다. 1년 전부터는 여성통기타모임 ‘소리향’도 토요일 팔각정에서 공연해 이웃이 되었다. 광덕산에 통기타 문화가 즐겁기만 하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