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천안시 목천읍 소재 산골짜기 터 300여평을 구입한 태규(가명)씨. 그런데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관련 길이 없으니 영업허가를 내려면 임도 사용승낙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용승낙서를 얻어야 하는 토지주가 별렀던 땅이라 감정이 상한 터, 눈 앞이 캄캄했다.
당시 관습도로나 임도 등에 대해 법원은 토지주의 ‘사유재산권’을 인정해주는 쪽으로 판례를 내놓고 있었다. 그같은 문제를 몰랐던 태규씨의 답답한 하소연이 기자에게 전달됐다.
특히 관습도로와 관련한 잠정적 분쟁은 전국적으로 상당한 편. 한 관계자는 “만일 정부나 지자체나 개입한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될 것”이라고 우려를 보였다. 읍·면지역의 자연부락 단위에 이같은 관습도로가 많아 어느 시기에 이르면 ‘분쟁 폭발력’이 대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천안분쟁지역 ‘여러곳 발생중’
천안 관내에는 간헐적으로 관습도로와 관련된 분쟁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법적으로 행정기관이 책임질 일도 아니라서 마땅히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 시청 또는 구청단위에서조차 담당부서가 있지도 않다. 마을단위 분쟁이니 다만 일선기관(읍면동)에서 일부 중재하며 해결방안에 고심하고 있을 뿐이다.
시 관계자는 “관습도로의 경우 포장 및 보수는 시예산으로 처리하지만 이는 주민편익을 위한 관리적인 행태일뿐, 그렇다고 매입과 같은 깊은 관여는 법적 요건에도 맞지 않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알려진 것으로는 입장 양대초 맞은편과 성환중학교 맞은편이 각각 토지주가 펜스로 막고 마을주민과 대치중에 있다. 성거읍은 최근 해소된 천흥2리와 함께 아직 진행중인 오목리가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안서동 쪽에서도 토지주가 철조망을 쳐버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현지조사까지 나오는 등 갈등을 보이고 있다.
관습도로 분쟁과 관련해선 시 관련부서의 해석이 분분하다. 서북구청 건설교통과측은 ‘관습도로와 관련한 분쟁은 해당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구청은 일부 지원적 성격을 갖고, 시청에선 마땅한 담당부서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남구청 건설교통과에서 최근까지 근무했던 관계자는 “관습도로와 관련해선 지자체가 당연히 관여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의견을 밝혔다. 마을주민과 개인의 분쟁이면서 도로상의 주요기능을 갖고 있다는 전제하에 지자체가 이를 해결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견해에 대해 본청에서도 같은 의견일까. 건설도로과 인석진 과장은 상당히 난감한 문제임을 들었다. 일단 “법적으로는 자연발생적인 비법정도로로 법적근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실의 법으로는 지자체가 매입과 같은 것으로 문제를 해소시킬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행정법상으로 월권에 해당하는 것과 같다.
만약 지자체가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치더라도 괜한 불씨를 일으키는 것 뿐으로 자칫 감당할 수 없는 ‘산불’로 번질 위험을 우려했다. 어느 한곳을 관여해 매입이라도 한다면 관내 수많은 관습도로가 그 선례에 매달려 요구하게 되므로 예산상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천문학적 민원문제로 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개설된 수많은 소방도로나 사유화돼있는 도심산, 또는 아직 개설되지 못한 도시계획도로가 산재한 상황에서 관습도로 분쟁에 금전적으로 손을 댄다는 것은 불씨를 들고 기름 속으로 뛰어드는 격과 다름 아니다. 인 과장은 이런 우려들로 ‘체계적인 고심은 하되 섣불리 답을 낼 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선그었다.
<김학수 기자>
천흥2리 ‘50일만의 타결’
감정적 대립 해소, 관습도로 잠재적 갈등은 여전히 남아
개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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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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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거읍(읍장 가재영)에 개인소유 토지에 20여년간 마을주민들의 진입로로 사용하던 도로가 개인토지라는 이유로 막혀 마을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다행히 가재영 면장의 적극적인 중재에 힘입어 50여일만에 해소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성거읍 천흥2리 30세대 주민들은 최근 마을진입로가 막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차라리 닫힌 길이 유일한 진출입로라면 법적으로 막지 못하지만 이곳은 다른 길이 있었다.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며 천안시와 성거읍에 민원을 제기하자 가재영 읍장은 우선 마을로 진입하는 우회도로를 긴급히 보수하고 가파른 경사길을 정비했다. 또한 저수지 옆에 가드레일을 설치해 안전한 임시통행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그같이 발빠른 노력이 없었다면 좁고 험한 우회길을 이용하면서 사고가 속출했을 거라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다.
토지주가 길을 막게 된 명분을 ‘개인사업용도’로 밝혔지만 실제는 주민들과 감정의 골이 생겨서였다. 가재영 읍장은 수차례 양측을 만나게 한 후 이같은 오해를 풀게 하면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가 읍장은 “갈등해소를 이끌어내는 것은 서로의 열린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일단 사과하고 양보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무척 다행스런 일”이라고 전했다.
당장은 발생한 문제를 해결했지만, 관습도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은 이뤄지지 못했다. 관습도로라도 개인의 소유권이 당연히 인정돼야 하는 것으로, 언제든 주민편의적으로 이용했던 길의 역할이 사라지고 개인사유지로 되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은 마을에서 사들이든가, 또는 명확한 도로개념의 필요성을 인정받아 도시계획도로로의 용도변경되든가 시의 자율적인 판단으로 부지매입을 통한 도로기능을 살려주든가 해야 한다.
성거읍은 이곳 천흥2리 이외에도 오목리에서도 관습도로 분쟁이 진행중에 있다. 토지주와 마을주민과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으며, 토지주는 펜스를 설치해 길을 막아놓고 있다. 이곳 또한 해결방법이 뾰족이 없는 상황이다.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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