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성거읍 오목리에 ‘수리고리’라 불리는 곳이 있다. 이곳에 하나의 전설이 내려오는데, 술이 나오는 샘이 있더라는 것이다. 이 술샘은 두바가지 이상은 나오지 않으므로, 욕심이 많은 어떤 사람이 더 나오게 하느라고 샘을 후벼파서 오히려 술이 안나오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천안에 사는 소중애(60) 작가가 2010년 ‘단물고개’라는 동화책을 냈다.
효성 지극한 총각이 어느날 단물을 발견한 후 이를 팔면서 욕심많은 불효자로 변했고, 결국 너무 욕심을 부린 나머지 단물은 땅 속 깊이 들어가 버린다는 내용이다. 바로 오목리의 술샘 전설을 단물로 바꿔 동화로 만든 것이다. 131번째 책인 단물고개는 향토적 색채를 담은 그의 첫작품이라는데 또다른 의의가 있다.
이를 또다시 악극화한 ‘단물고개’가 조만간 선보인다. 이번 악극 단물고개를 주최한 곳은 ‘(사)한국생활음악협회 아코디언오케스트라’로써, 전두환 생음협회장 지도하에 천안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코디언 오케스트라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단물고개는 오는 29일(토) 오후 5시 시민문화여성회관 신부문화회관(구 시민회관)에서 열리며, 60세 이상은 무료초대로 선보인다.
소중애 작가 ‘단물고개’를 원작으로 삼아 김재복(천안음악협회장)과 전두환(한국생활음악협회장) 선생이 각색하고 전인섭씨가 연출을 맡았다. 최서연, 김상윤, 김 란, 석애영 등 10여명이 출연하는 이번 악극의 빼놓을 수 없는 등장인물은 단연 ‘변사’. 그 중요성에 맞게 천안 연극배우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남태희씨가 소화한다.
전두환씨는 “이런 연줄로 북한출신 아코디언 연주자로 우리나라에서 최고기량을 갖고 있는 이철옥씨가 특별출연하기로 했다”고 뒤띔한다. 이번 ‘단물고개’ 공연은 아코디언 악극으로 봐도 무방하다.
문의: 공연초대권 신청/ 문화장터(1644-9289)
이야기 줄거리 “가난할 때가 행복한 겨”
“지금으로부터 수십년 전, 충청남도 천안 성거읍 오목마을에 큰 효자가 살고 있었으니, 그 청년의 이름은 오목이었던 것이다.”
변사의 첫 코멘트가 흐르면서 시작되는 악극의 첫 노래는 어머니가 나무를 하러 간 아들을 기다리며 부르는 ‘연분홍 치마’다. 이야기가 좀 흐르며,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살이에 매서운 겨울까지 맞이한 형편을 걱정하며 부르는 오목이의 ‘모정의 세월’이 옛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그렇게 근근이 살아가는 오목이는 깊은 산속에서 작은 옹달샘을 만난다.
“캬, 정말 맛있다. 캬, 어쩜 이렇게도 물맛이 얼음처럼 차갑고, 머루처럼 달콤하고, 박하처럼 향기로울까. 캬, 정말 이런 물맛은 처음이구먼. 물병에 넣어 어머님께도 갖다 드려야지.”
단물은 마을에 금방 소문이 나며 오목이네 단물로 알려진다.
땔감나무를 팔다 갑자기 단물장사를 하게 된 오목이에게 지긋지긋한 가난은 더 이상 생각하기조차 싫다. 단물장사에만 전념하다 보니 어느새 효성지극한 아들은 사라지고, 돈만 밝히는 돈벌레 아들만 남아있다.
변사 왈 “이리하여 오목이 총각은 나무하러도 안가고, 나무팔러도 안가고, 밭에도 안가고, 꽃도 안가꾸고, 산열매 따러도 안가고, 생선사러도 안가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단물만 팔아서 단물 판돈만 계산했던 것이었으니, 아 이 연극의 비극은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던 것이다.”
돈욕심에 헤어나오질 못하는 오목이, 급기야 어머니에게 단물로 술을 빚게 하면서 전국방방곡곡 술을 사가려는 장사꾼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지만 오목이의 독백이 예사롭지 않다.
‘사람들은 내 술을 사려고 와글와글 몰려드는데, 샘물은 한 바가지 퍼내면 한참을 있어야 뽀골뽀골 차오르니…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오목이는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인가. 그리고 단물샘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악극도 술샘전설처럼, 또는 소중애 작가의 단물고개처럼 이야기가 전개될지 각색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