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양 관련 불법현수막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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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의 집중단속을 받은 거리 불법현수막들이 올해는 ‘불편’했을 거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불법현수막 철거전쟁은 올해 천안시가 펼쳤던 정책중 가장 큰 효과를 본 것으로 보여진다.
공무원들은 조별로 나눠 7개월여를 매일 수거작업을 펼쳐왔다. 시행 한달만에 2만8000개를 떼어 지난해 같은 기간 7000개를 떼어낸 것보다 4배 많은 실적을 얻기도 했다. 더구나 이 사업은 예산지출은 거의 없으면서 한달에 한번 공무원들의 1시간여 노력의 결실이다.
시청의 보관창고에는 수거된 거리 불법현수막이 항상 초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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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최성진 도시개발과장이 밝힌 7개월의 성과는 ‘불법현수막 13만8624매 수거’ 결과로 나타났다. 월평균 2만건에 육박한다.
불법현수막 제거작업을 통한 변화는 크게 두가지.
일단 고질적인 불법현수막이 많이 사라졌다. 붙이자마자 떼어내버리는 일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자 홍보효과 대비 예산효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12월 들어 불법현수막이 간간이 보이는 것은 ‘분양’쪽이 대부분인 것인 한시적 현상이다. 도시개발과 권태순 팀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올해까지 양도세·취득세 감면정책에 따라 분양일을 보는 사람들이 막바지 전쟁을 치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다른 변화는 게시대의 운영체계를 개선한데 따른 것이다. 불법현수막이 생기는 원인 중에는 게시대를 독점하는 이들로 일어나는 현상도 있다. 도시개발과측은 이를 개선해 홍보가 잘되는 중요지점의 게시대는 두달에 한번만 게시할 수 있도록 했으며, 그 외 시내지역은 한달에 한번, 읍·면지역은 제한을 두지 않도록 했다. 최성진 과장은 “예전엔 게시대 절반을 비뇨기과 홍보로 도배됐는데 이같은 운영시스템 개선으로 지금은 게시대 홍보물이 많이 다양해졌다”며 “불법현수막을 줄이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7개월간의 불법현수막 수거작업은 공무원들이 평상시 업무 외의 ‘수고’로 가능했다.
어떤 여직원의 가족은 함께 현수막 수거작업을 하기도 했고, 어떤 직원은 수거작업중 코뼈가 부러지는 사고도 당했다. 그런 노력으로 올해 하반기 도심은 시민들에게 비교적 불법현수막 없는 깨끗한 거리를 선보일 수 있었다. 미래개발과측은 이같은 성과를 지속하기 위해 내년에도 공무원들의 수고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내비친다.
<김학수 기자>
“저요? 7개월동안 4776개 떼었어요”
동남구청 건설교통과 김양곤 팀장… 명실공히 불법현수막 수거왕
불법현수막 수거작업의 논공행상을 따진다면?
일선 읍면동이 수거작업에 열심히 해줬고, 각 구청 담당부서도 힘써 감당했다. 미래개발과는 도시디자인팀과 연관돼 있다는 이유로 구상과 실행을 도맡은 담당부서로, 취약시간인 일요일 새벽 등에 직원들이 시내를 돌았다. 불법현수막 수거작업은 성무용 시장도 적극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불법현수막 ‘수거왕’으로 따진다면 동남구청 건설교통과 김양곤 건설행정팀장만한 이가 있을까. 그는 5월 수거사업이 시작된 이후 거의 매일 새벽 1~2시간을 불법현수막 수거작업에 매달렸다. 꼭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가를 물으면 그의 대답은 ‘사명감’으로 돌아왔다. 남들은 소외계층을 보살피는 일로 봉사한다면, 그는 거리에 나붙은 불법현수막을 떼어 지역사회를 밝게 만드는 것을 봉사로 여겼다.
“전 한번 시작하면 몇 년이고 끝을 보는 성격이라서요. 수거사업이 끝나도 전 계속 할 겁니다.” 그의 의지는 새벽의 찬바람과 상당한 기름소비에도 아랑곳 않았다. 올 연말까지 수거목표를 2000개로 잡았던 그는 13일 현재 4776매로 집계내고 있었다. 남은 기간까지 수거하면 5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나름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런 노력으로, 불법현수막에 대해서는 ‘박사’가 돼버렸다. 최근의 동향에 대해 “예전엔 마구 붙이다가 현수막을 떼어버리자 공무원 단속이 없는 금요일 오후에 붙여 월요일 이른아침에 자체적으로 떼어버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어요. 지금은 웬만한 광고물은 많이 줄었죠. 대신 아파트 분양고아고물은 2배로 증가한 것 같아요. 그들은 요즘 아침·점심·저녁에 붙여버려요. 물량공세로 나오는 겁니다. 그들 때문에 12월 말까지는 거리 불법현수막이 좀 지저분할 거라 봅니다.”
최근 폭설과 도로결빙 등으로 차량운행이 위험해지자 그는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에만 관내를 돌며 수거작업을 펼쳤다. 괜히 욕심부렸다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점차 날이 풀리면서 다시금 새벽녘 그의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 전체로는 조금 더 힘을 내 내년 상반기까지는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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