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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로 걷고싶은 거리 1단계 완료/ ‘헉… 걷고싶은 거리 맞습니까!’

3단계사업중 1단계 완료… 기존계획보다 한참 후퇴한 단순정비

등록일 2012년11월1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천안시가 '걷고싶은거리' 사업을 완료했지만 사람은 여전히 차도로 다니는 게 편한 듯. 단순히 보도블록 교체 외 눈에 띄는 변화가 보이질 않는다.

천안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자 했던 ‘걷고싶은 거리’ 사업이 ‘제대로’ 실패했다.

정확히는 천안역에서 천안로사거리에 이르는 사업중 현재 공사를 마친 천안역~방죽안오거리간 1단계 사업을 말한다.

당초엔 ‘경쟁력 있는 특색거리를 만든다’거나 ‘걷고싶은 거리를 조성한다’ 또는 ‘보행자에게 쉼터와 볼거리공간을 제공한다’는 등 기대가 컸었다. 용역에서 이곳 1구간에 기획했던 건 ‘축제문화 특화거리’였다. 이를 위해 축제시 공간확보를 위해 가로시설물은 이동형으로 하고, 보·차도를 패턴형으로 통합하는 것. 평 

시에는 보·차도가 분리된 도로로 활용하다 축제시에는 차량을 통제해 전 구간을 차없는 거리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왜 망했을까. 문제점은 여러부문에서 짚어볼 수 있겠지만, 도로가 좁아지는 것을 반대한 주민들 때문이다.

 

다이나믹 도로에서 ‘단순정비’로

천안역에서 방죽안오거리까지 이어지는 1구간은 현재 공사완료 상태다. 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문화의 거리, 걷고싶은 거리로써의 역할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복자여고 맞은편 건물에서 10년을 생활해왔다는 김모씨는 “공사 이전과 똑같다”며 실망을 보이고, 이모씨는 “걷고싶은 거리 어쩌구 하더니 걷고싶지 않은 거리가 됐다”며 맞장구쳤다.

실제 가장 큰 변화를 예고했던 도로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도로기능을 축소하는 대신 인도를 율동적으로 조성한다는 것이 당초 취지였지만, 막상 공사가 시작되면서 주민반발에 부딪쳐 시도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걷고싶은거리 사업과 관련해 시는 서너번의 용역보고회를 가졌고, 주민대표들도 참여해 의견을 조율했었다. 도로가 축소돼 상권이 위축될까 우려한 의견도 나왔지만 걷고싶은 문화의 거리로 조성되면 오히려 상권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었다. 그렇게 이해를 구하고 ‘한번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시작했던 공사는 도로폭이 좁아지는 것이 눈에 보이자 해당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몰아쳤다.

민원의 수위가 높아지자 천안시도 ‘사업포기’쪽으로 가닥을 잡기도 했지만, 주민들은 사업취지와 상관없이 정비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결국 ‘단순정비’ 수준에 그친 결과를 낳았다.

1구간을 걸어본 시민 정모씨는 “보도블럭을 교체한 것 외에 변한 게 없다. 그 외 인도에 나무화단을 조성하고 버스베이스 디자인을 바꾼 것 등의 참신함이 천안시가 야심차게 내놓은 걷고싶은 거리 사업의 전부였냐”고 비판했다.

결국 1구간이 ‘걷고싶은 거리’가 되지 못함으로써 2·3구간에 대한 사업도 회의적인 상황이다. 1구간처럼 주민민원에 발목잡히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지만,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상태에서 이 사업이 원래 취지를 살리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제기되고 있는 것. 시가 의지가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정리돼선 안되는 사업이었다.

 

당초 1단계는 사람에 초점둔 건데…

천안시 대흥로를 ‘걷고싶은 거리’로 조성하기 위한 기본·실시설계용역보고회에서 이야기된 내용은 ‘경쟁력 있고 특색있는 거리’를 만드는데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걷고싶은 거리가 바탕에 깔려있었다.

무질서한 가로환경, 가로시설물의 노후화, 잠식당한 보행공간 등 산적한 문제들을 해소하고, 보행자의 쉼터와 볼거리 공간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또한 천안 흥타령춤축제와 연계해 누구나 찾고싶어하는 세계적인 거리로의 조성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도 일조하고자 했다.

천안시가 하려는 걷고싶은 거리 사업은 이미 국내외 여러 도시에서 추진·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2010년 완공된 ‘대구 동성로’의 걷고싶은 거리는 야외무대와 광장조성, 바닥분수, 조경식재 등을 통해 유희와 휴식을 제공했으며, 인접 상권을 같이 계획해 다양한 시설을 함께 즐길 수 있게 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패션거리’도 각종 부대지원 서비스와 주차시설을 강화하고 이벤트 공간을 마련해 새로운 패션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파리 몽테뉴에비뉴’라든가, 심플한 거리디자인으로 쇼핑과 휴식을 편히 즐길 수 있는 ‘뉴욕 소호거리’ 등이 있다.

 

대흥로 걷고싶은거리 사업은,

1구간… 천안역삼거리~방죽안오거리/ 1100m

축제문화 특화거리로, 가로시설물은 이동형으로 하고 보·차도를 패턴형으로 통합해 평시에는 보차도가 분리된 도로로 활용하다 축제시는 차량을 통제해 전 구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2구간… 방죽안오거리~터미널사거리/ 530m

첨단산업과 연계한 젊은이의 공간. 실개천과 데크 등을 이용한 휴식공간과 미디어광장 조성, 야간조명 설치 등으로 활기찬 첨단 미디어거리를 만든다.

3구간… 터미널사거리~천안로사거리/ 470m

여유로움과 머뭄의 거리다. 공원과 보도의 경계를 제거하고 야간조명 특화 등으로 휴식과 여유, 밝음을 표현하는 것이 골자. 공원과 인접한 보도쪽을 활용해 폰드, 테크, 앉음벽, 분수조명 등 자연과 하나되는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용역기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흥로는 다양한 분포의 상가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인근 학교의 영향권으로 학원, 서점 등 교육기관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또한 휴대폰 가게가 많고, 애견샵 등 주로 젊은 층을 겨냥한 상업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대흥로 이용주민 1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에선 ‘열악한 교통시설과 전체적으로 낙후된 거리로써 이용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으로는 공공시설물과 보행시설을 꼽았으며, 야간시설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흥로를 조사한 후 용역기관은 몇몇 문제점을 발견했다. 불규칙한 보도패턴이 이용자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분전함의 대부분이 보행자의 이동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됐다. 공공시설물이 디자인적인 부분을 포함해 통일화되지 못했고, 벤치부족에 따른 커뮤니티 공간의 부재는 관심저하로 나타나고 있었다. 체계화되지 못한 옥외광고물은 시각적 공해를 일으키고, 가로수인 은행나무는 너무 커 전체적으로 거리경관을 차폐하는 현상을 보였다. 도로변에 위치한 학교 축벽과 방음벽도 벽면녹화를 통해 거리미관을 향상시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흥로는 교통이 집중돼 있는 곳으로 도로기능의 효율화도 관건. 특히 ‘도로다이어트’ 시행시 도로의 안정성이나 교통사고는 줄어들되, 주행속도가 감소되는 문제도 안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현재 대흥로의 현주소임을 파악한 것이다.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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