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로 사용해온 지방의회 업무추진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간 의정활동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이렇다할 감사를 받지 않았던 지방의회. 권익위는 지난 7·8월 처음으로 지방의회를 조사했다. 광역시·도의회 3곳과 기초의회 6곳을 선정했고, 거기엔 천안시의회가 포함됐다. 업무추진비 대상은 전반기 의장단으로 활동한 김동욱 의장을 비롯해 장기수 부의장, 신용일 운영위원장, 도병국 총무복지위원장, 김영수 산업건설위원장 5명. 권익위는 지방의회 업무추진비의 부정사용에 ‘천안시’도 지목, 환수요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천안시의회, 어떤 문제가 지적됐을까
권익위는 이번 조사를 ‘경각심’과 ‘제도개선’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기자가 해당지역의 적발건수와 내용을 묻자 직접적인 공개를 회피했다. 하지만 대략적인 답변내용과 사례의 지역적 특성, 의회측의 입장 등을 토대로 적발내용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연말 남은 예산으로 1회 수백만원이 넘는 식사비를 지출한 것과 관련해 권익위는 ‘예산낭비사례’로 지적했다.
사안은 이렇다. 지난 2011년 연말 종무식 자리에서 의회의원 20명과 사무국직원 31명은 전직 시의원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회식비로 200만원을 썼다. 한 직원은 “당시 한우와 함께 반주로 맥주를 마셨다”고 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왔다는 것은 뒤늦게 안 사실. 그렇게 비싼 음식점인지도 몰랐고, 모 의원이 그곳을 지정해 어쩔 수 없었다는 반응. 환수조치가 내려오면 각자 몇만원씩 부담해야 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직원들의 불만을 들을 수 있었다.
권익위는 ‘그같은 회식을 한 며칠 후 다시 사무국 직원들이 업무간담회를 한 것처럼 하고 110만원의 회식비용과 다음날 숙취해소제까지 업무추진비로 결제했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이 지역구의 초·중·고 졸업식때 학년별 표창패를 너도나도 수여하면서 매년 수천만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도 도마위에 올랐다. 권익위에 따르면 천안시의원들이 초·중·고 졸업생 368명에게 각각 고급표창패를 남발, 매년 1450만원을 낭비했다고 문제삼았다.
하지만 이같은 사례는 시의회측이 해명에 나섰다. 표창패와 관련, 모 의원이 “학생 당사자에겐 표창장이 좋은 기념이 되는 것으로, 종이 표창패보다는 크리스탈 표창패로 주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에 따라 결정된 사안. 시의회측은 “종이표창패였다면 몇 푼 안했을 것”이라며 “불순한 의도나 무조건적인 낭비사례로 보는 것은 어패가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해외연수건도 문제가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연수시 두 위원회가 동일한 지역을 각기 다른 목적으로 방문해 합류한 후 관광을 실시했다고 지적한 것. 이에 대해선 ‘굳이 문제로 볼 필요까진 없다’는 의견도 있으나, 권익위는 ‘목적이 다른 두 상임위가 합류해 관광할 필요가 있었냐’며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천안시의회만 문제? ‘타지역도 마찬가지’
이외에도 권익위는 천안시의회를 포함해 대부분 지방의회가 ‘대동소이’하게 문제점을 안고있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업무추진비의 사적사용이 남발되고 있는 사례는 많이 적발됐다. 자택근처 치킨집이나 피자집, 빵집 등에서 가족, 지인 등과 수시로 식사 등을 하면서 생활비처럼 사용했는가 하면 휴가 중에도 사용한 근거를 잡았다. 자신이 다녔던 학교동문회나 학교운영위원회 만찬비를 카드로 사용하기도 하고, 해외연수시 지인에게 줄 선물을 사며 법인카드로 구입한 사례도 적발했다.
유흥주점과 카페 등에서 수시로 결재했는가 하면 의원이나 사무처 직원의 명절선물 구입도 카드로 계산했다. 의장과 부의장의 경우 해외연수시 격려금으로 지출하기도 했고, 국내외 연수자에 대한 격려금으로도 사용했다. 또한 국내 선진의회 비교시찰시 식비로 사용한 것은 물론, 간담회 후 식사비용을 카드로 결제하는 등 무분별한 카드사용이 관행처럼 사용돼 왔음을 지적했다. 퇴직·전출공무원 전별금, 각종 입원위로금, 의원들 상호간 국내외 연수시 품앗이격려금 등 현금지출이 빈발하는 것 등은 사라져야 할 구태이자 도덕적 해이라고 문제삼았다.
권익위는 이처럼 업무추진비 사용실태의 심각성을 지적, ‘지방의원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마련 및 적확한 집행내역 공개 의무화, 자율적인 지방의원 행동강령 조속히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앞으로 이같은 부분을 촉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안시의회 한 의원은 5대때 의회를 거론했다. “당시 이정원 의장이 한 말이 기억난다. 회식이 있을때 참여인원을 정확히 파악해 예약하면 그 자체로도 많이 절약이 되더라는 거다.”며 “이렇게 지적당한 것도 문제지만, 개선할 의지마저 없다면 더욱 큰 문제다. 후반기 들어 의장이 의원 연구모임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는데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