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통일당(대표 이인제)이 지난 25일 새누리당과 본격 합당했다.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은 합당문에서 ‘정체성을 공유해온 두 당이 하나가 되는 일은 시대의 소명이었다’고 정당화하며 ‘이후 당의 혁신과 정치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책합의문은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정부투자규모 확대 등 7가지 모두 충청권과 관련한 이익을 도모하는데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 통합으로 선진통일당 내 갈등이 심화되면서 이탈세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류근찬 선진통일당 충남도당위원장도 “타 정치세력과 손을 잡더라도 새누리당이어선 안된다”며 신행정수도 추진을 무력화시키고, 당내 의원과 시장을 빼내 선진당을 붕괴시키려는 정치공작을 일삼은 세력이라고 성토했다. ‘선진당 정상화를 위한 전국당원협의회’도 합당을 이 대표의 매당행위로 보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게 백기투항하는 한심한 작태’로 규정했다. 당분한 합당 후유증이 지속될 전망이다.
구본영 선진통일당 갑구당협위원장(왼쪽)과 조강석 시의원이 25일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지역당원들 ‘도미노탈당 얼마나…’
천안지역 선진통일당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구본영(갑구)·박중현(을구) 당협위원장은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협위원장까지 배제된 상태에서 통합결정이 이뤄져 크게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 위원장은 “큰 뜻에서는 합의한다”는 의견을 보이면서도 “당원은 물론이고 당협위원장과 상의 한마디 없이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몹시 불만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며 “조만간 을구당원들과 의견을 모으고 마음을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반면 구 위원장은 “선진당과 새누리당은 맞지 않는다”고 못박으며, “새로운 정치를 하자고 하지만 현실은 구태정치 같아서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결국 29일(월) 오전 10시 천안시청 브리핑룸에서 탈당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중앙정치에서 소외된 지역정당(선진통일당)에 대한 유권자의 냉정한 평가에 대해 오래 전부터 고민해 왔던 일’임을 밝히며 ‘행정수도를 반대했던 정당이고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격하된 세종시마저 백지화하려던 것이 바로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부로, 이에 맞선 정치세력이 선진통일당이었음에도 합당한다는 것이 사리에 맞겠는가’ 비판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민생을 파탄내는 정치세력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탈당의 변을 밝히며 “저 또한 천안시민을 위해 공공의 봉사를 자처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선진통일당의 통합은 현직의원들에게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천안지역 선진통일당 현직의원으로는 권처원·이진환·김장옥(비례대표) 도의원과 주일원·조강석·주명식·이숙이(비례대표) 시의원. 통합결정 이전에 탈당한 주명식 시의원을 제외한 이들 6명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의원들은 아직 고민중에 있는 상황이며, 시의원들은 대강 윤곽을 잡았다.
29일 구본영 갑구 당협위원장과 함께 조강석 시의원이 탈당을 선언했으며, 주일원 의원은 새누리당으로 합류할 전망이다. 비례대표인 이숙이 의원은 “개인적으로 선택의 여지는 없다”면서도 자신이 여당 성향은 아니므로 무소속으로 남고싶다는 속내를 엿보였다. 그는 “시의원은 정당의 편이 아니라 시민의 편에 있는 자”임을 강조하며 “처음 선진당 비례대표 의원이 된 것도 당 소속으로 활동한 게 아니라 장애인활동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추대되는 형식이었다”는 점을 설명하며 당 소속의 변화와 상관없이 의정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합당 이전에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는 주명식 의원은 “선진당에 들어간 것은 당시 이회창 총재 때문이었다”는 이유를 들며 이 총재가 탈당하면서 자신도 선진당에 있을 명분을 못찾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선진통일당은 2008년 자유선진당(대표 이회창)으로 출발해 18대 총선에서 18석의 국회의원 자리를 차지, 제3당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내부갈등과 더불어 지역당으로써의 한계를 보이며 19대 총선에선 5석을 얻는 등 쇠퇴의 길을 걸어오다 2012년 10월25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