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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 왔으니 동동주 한잔 들고 가소”

천안삼거리에 전통주막 운영중… 막걸리 한사발에 파전 한접시

등록일 2012년10월2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천안삼거리, 흥~ 능수야 버들은, 흥~’

천안 삼거리공원에 전통주막이 생겼다. 정확히는 천안박물관 입구주차장 옆에 건립됐으며, 지난 10월2일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2개업체가 입찰에 나서 천안시의원 출신인 서경원(구성동 대명가든 대표)씨가 연간 임대료 1850만원(부가세 별도)을 내는 조건으로 낙찰받았다.

천안삼거리 전통주막은 2350㎡의 부지에 건축면적 145㎡ 정지(부엌) 1동, 객사 4동, 초정 1동, 화장실 1동 규모의 목조 초가구조다.

 

전통주막은 왜 지어졌을까

원삼거리로 추정되는 곳은 전통주막에서 1~2분 거리의 지척간으로, 천안시가 초가집을 지어 원삼거리임을 알리는 표식으로 삼고 있다.

천안시가 10억원을 들여 전통주막을 지은 것은 삼거리공원이 갖고 있는 이미지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시민들과 외지관광객들은 천안삼거리에 전통주막이 없음을 아쉬워했다.

천안삼거리가 유명한 것은 예전 서울, 경상도, 전라도로 길이 나뉘는 삼남대로의 분기점이라는 역사·지리적 중요성과 함께 하나의 전설이 녹아있다는 점에 있다. 능소와 박현수 선비의 애틋한 사랑, 능소와 아버지의 기약없는 헤어짐과 만남의 장소가 되는 곳이 바로 능수버들 늘어진 ‘천안삼거리 주막’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천안삼거리와 주막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천안삼거리 주변에 사설주막이 그럴듯이 자리잡고 있다면 좋겠지만, 삭막한 현실은 천안시가 팔걷고 나서게 만든 원인이 됐다.

 

무엇을 팔 것인가

오전 10시경, 장사를 준비하는 시간 한떼의 사람들이 막걸리 한잔 먹고 가겠다고 주막을 들렀다.
일렬로 늘어선 객방.

전통주막 건립을 놓고 시 문화관광과 김진만 팀장은 “낭만과 멋, 전통과 역사가 숨쉬는 고장, 천안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의 생각처럼 천안삼거리의 전통주막은 관광객에게 단순히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곳이 아닌 것. 그 이면에는 주막 운영을 통해 천안삼거리가 갖고 있는 고유의 이미지를 파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천안시와 위탁운영자가 그같은 철학을 기본 운영지침으로 삼아야 하는 의무를 안고 있다.

민구(民具) 수집·기증 대상

-생업관련/ 농기구·수렵기구·수산기구 등
-사회생활 관련/ 되·말·저울 등 상역구, 문방구
-의식주 관련/ 항아리·소쿠리·화덕·풍로 등
-연희·놀이/ 피리·북·장고·꽹가리 등
-교통·운반 관련/ 지게·망태기·바구니·광주리

 문의/ 천안시 문화관광과 관광팀/ 
 041-521-2035

일단 건립된 형태와 운영되는 상황을 보면 몇몇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일렬로 늘어선 객사도 그렇거니와 객사 자체의 구조도 운치하고는 거리가 멀다. 한 향토사학자는 “사전에 지역향토사가들에게도 의견을 묻고 하면서 짓는다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라며 획일적인 행정처리에 불만을 내비쳤다. 그랬다면 정지(부엌)에 냉장고도 못 들어가 허물고 들어갔다거나 추운 겨울철 대비한 시설보완 등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천안시는 지난 10월17일부터 11월30일까지 옛 선조들이 일상생활에 사용했던 ‘민구’를 수집하기로 하고, 기증자를 찾고 있다. 이들 민구들은 전통주막 객사와 초정 주변에 전시해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전통주막이 가진 숙제들

천안삼거리를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전통주막’은 좋은 추억거리를 던져줄 수 있어야 한다. 천안삼거리의 운치가 전통주막을 통해 극대화돼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가진 ‘천안삼거리’에 대한 환상이 재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셀프’방식이 맞지 않고, 옛 정서를 자극하는 메뉴들이 필요하다. 술은 오직 ‘막걸리(동동주)’로만 한정한 것은 바람직하게 보이며,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안주라는 서민적 친근함이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식사대용으로 유일한 ‘소머리국밥’은 모두가 좋아하는 서민메뉴로 개발되고 정착돼야 한다.

한 문화예술인은 “3년마다 새 입찰로 주인이 바뀔 수 있는 점이 자칫 상업적으로만 흐를 수 있어 우려된다”며 “전통주막이 옛 정서를 어우르는 문화정체성으로 성장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막운영자의 공익적 봉사자세가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시 문화관광과 이우권 담당자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점을 말하며 “전통주막의 취지를 바로살리기 위해 좀 더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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