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건 뭐지!’
길을 걷다가 전봇대에 붙여진 전단지가 눈에 띈다.
‘강아지를 찾습니다’란 제목의 A4 크기의 전단지에는 찾는 강아지가 9살배기 요크셔테리어이며 이름이 ‘단비’라는 것. 실종장소와 특징, 연락처 등이 적혀있고 큼지막하게 강아지 사진도 담겨있다.
‘얼마나 애가 타면 이렇게 붙여놨을까.’ 주인의 마음이 읽혀진다.
두정동 지역의 한 상가 앞. 실종된 강아지를 찾는다는 전단지가 붙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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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분실센터라도 있었으면…”
“정확히 한달에서 하루 빠진 날 되찾았어요. 기쁨이야 말로 표현 못하죠.”
감격에 겨워하는 두 부녀. 그들의 그간 고생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미친년 소리 들으면서 다녔어요. 그걸 어떻게 다 말로 할까요.”
여느때처럼 산책을 나갔다가 쌍용동 나사렛대학교 부근에서 단비를 잃어버린 혜자(가명)씨. 주변을 아무리 찾아다녀도 보이질 않았다. 그로부터 식음도 전폐하다시피 하며 백방으로 찾아다녔다.
전단지도 5000장을 복사해 두정동까지 붙이고 다녔다. “그런데요, 붙여놓으면 바로 떼버리는 통에 상심이 컸죠. 요즘은 잘 못붙이게 하잖아요. 지저분하다 해서요. 우리 마음은 알아주지도 못하고….”
붙이다 보니 요령도 생겼다. 직접 사람들을 만나 하소연하고 붙이는게 효과적이라는 것. 개인가게나 건물 등에서 호응을 해줬다. ‘20만원’이라는 포상금까지 걸고 그렇게 찾기를 소망하던 그들 부녀에게 간간이 비슷한 강아지를 봤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니었죠. 속도 상했지만, 일말의 기대도 갖게 했죠.”
단비를 잃어버린 때는 지난 9월3일 밤. 그리고 정확히 10월2일 기다리던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네, 우리집 단비가 맞는 거 같아요. 거기 어디죠….”
다행히 단비는 떠돌지 않고 남의 손에서 지내고 있었다. 한 아르바이트 배달부가 마지막 배달을 끝낸 후 쌍용동 롯데마트 앞에 쪼그리고 있는 강아지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간 것이다. 나이도 많고 해서 버려진 줄 알았다는 그.
강아지는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약간의 후유증이 있는 듯. 예전같이 돌아가려면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줄 몰라요. 한달 내내 울면서 지냈어요. 차라리 사고로 죽었으면 이렇게 간절하진 않았을 거예요. 날도 찬데 어디서 떨고 굶고있을 것을 생각하면….”
강아지를 잃어버리고 다시 찾기까지의 경험을 갖게 된 그에게 간절함이 생겼다.
“천안에도 애완견분실센터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애완견을 키우는 집이 많잖아요. 저처럼 조심해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람처럼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막막하더라구요. 실제 전단지 한 장 붙일 수도 없고,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어요. 천안에도 유기견센터가 있는 것도 겨우 알게 됐어요. 좋은 시스템 좀 마련해 주세요.”
천안의 경우 실제 한해 유기견 처리가 수백건에 이른다. 일부 주인을 찾거나 새분양자를 만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죽음(안락사)을 맞는다. 천안시가 신고에 따른 포획부터 안락사까지 처리하는 비용이 마리당 15만원으로, 처리비용 부담도 만만찮다.
<김학수 기자>